政, 개정법 당위성 강조...醫 "국제 지지-현실 적용 가능성, 다른 문제" 일축

보건복지부가 의료계 일각에서 제기했던 'WHO 가이드라인 오역' 논란 등을 정면 반박하며, 개정 정신보건법 시행의 당위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정부는 WHO의 이번 입장표명으로 강제입원 요건과 관련된 논란이 일단락 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지만, 의료계는 국제적 지지와 국내 현실 적용 가능성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복지부는 5일 "세계보건기구(WHO)가 3월 2일 공식서한을 통해 한국의 정신보건법 개정에 대한 WHO 공식의견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서한은 우리 정부의 요청에 따라 진행한 유권 해석의 결과로, 미셀 풍크 WHO(Michelle Funk) 정신보건국 정신건강정책 및 서비스개발과장 명의로 발송됐다.

WHO "논란의 가이드라인 이미 철회...개정 법률 지지" 

WHO는 유권해석을 통해 논란이 됐던 가이드라인은 이미 철회된 것으로, 비자의입원 요건을 강화한 한국의 정신보건법 개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WHO는 "우리는 정신건강, 인권 및 법률에 관한 WHO 리스소 북을 공식적으로 철회했다"며 "이는 UN 장애인 권리협약(CRPD)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인 2005년에 마련된 것으로, 본 협약에 의해 대체되기 이전 국제인권 기본 규범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신건강 법률과 관련한 WHO의 현재 입장과 지침은, '장애가 있거나 장애가 있다고 인지된다는 이유로 개인이 비자의입원될 수 있는 어떠한 예외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장애인 권리협약 조항과 일치한다"며 "이에 본 위원회는 한국에 장애에 근거한 비자의입원을 허용하는 정신건강법률을 폐지하도록 촉구해왔다"고 덧붙였다. 

특히 WHO는 "(이번 법률에) 위험의 가능성이 심각하고 동시에 치료의 필요성이 있을 경우 비자의 입원을 허용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본 법이 장애인 권리협약 조항과 조화를 이룰 때까지 우리는 비자의입원으로부터 보다 강력한 수준의 보호를 보장할 수 있도록, 혹은 대신 그리고라는 단어를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정신보건법 개정을 지지하며,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과 '자·타해 위험'의 두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에만 비자의입원을 허용 하도록 개정 법률 또한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다.

이는 개정 법률이 강제입원 요건으로 자·타해 위험성과 치료 필요성 모두를 요구하는 것은 WHO 가이드라인을 오역한 것이라는 의료계 일각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것.

앞서 의료계는 “WHO 가이드라인에서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 또는 ‘자·타해 위험’이 있으면 입원치료를 권고한 것을 잘못 인용해 두 가지 모두 만족해야 입원치료가 가능하다고 법을 개정했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정부 "강제입원 논란 일단락 기대"...의료계 "예견된 혼란 해법될 순 없어"

복지부는 "이번 WHO의 입장 표명으로 논란이 되어왔던 개정법률의 강제입원 요건 문제가 일단락 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하며, 개정 법률 시행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WHO의 이 같은 입장표명에도 불구, 자·타해 위험성과 치료 필요성 모두를 충족한 경우에만 강제입원을 허용한 규정이 국내 현실에 맞느냐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의료계 관계자는 "WHO 서한을 통해 개정 법률에 대한 국제 사회의 지지를 확인 했는지는 몰라도, 국제사회의 지지와 현실 적용 가능성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국제사회의 지지가, 법 시행 이후 벌어질 뻔한 혼란의 해법이 될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앞서 의료계 등은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과 자·타해 위험의 두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개정법 시행시 입원환자의 절반이 퇴원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입원판정제도 강화에 따라 법 시행 후 환자 중 일부가 퇴원할 수 있으나, 일각에서 제기하는 ‘입원환자의 절반에 달하는 4만명이 퇴원한다’는 의견은 근거가 없는 무리한 주장"이라며 "퇴원 환자는 자택 혹은 시설에서 지속적인 통원치료와 재활훈련을 받게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개정 법률 상에서 인신보호법상의 구제청구를 통해 입원의 적합성에 대한 사법적 심사가 가능하며 헌법재판소의 지적과 같이 입원시 동 청구권에 대한 고지 및 통지를 강화하여 환자의 사법적 청구권이 보장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 차전경 정신건강정책과장은 “20년만에 강제입원제도가 개편되는 것으로 현장에서는 부담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정신질환자의 인권보호제도가 한걸음 더 나아가도록 합심해 노력할 때”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듣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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