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심의과정서 '선고 예외' 규정 삭제...결국 '예외없는 일률적 제재' 도돌이표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에 따라 새로 마련된 아청법 개정안이, 법 개정 확정 전부터 또 위헌 시비에 휘말렸다. 

문제가 된 것은 취업제한 선고 예외 규정의 삭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이 같은 단서조항이 삭제된 것인데, 당초 헌재가 지적했던 기본권 침해 문제가 되살아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23일 전체회의를 열어 여성가족부가 제안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법원이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하고자 할 경우, 성범죄 사건의 판결과 동시에 최대 30년의 범위 내에서 아청법 취업제한 명령을 동시에 선고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범죄 경중별 취업제한 상한선은 ▲벌금형은 최고 6년 ▲3년 이하 징역 또는 금고형, 치료감호시에는 최고 15년 ▲3년 초과 징역 또는 금고형일 때는 최고 30년이다.

이는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모든 성범죄인에 대한 취업 제한 기간을 일률적으로 10년으로 정한 현행 아청법 규정이,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보장하도록 한 헌법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결정한 데 따른 조치다.

취업제한 선고 예외 규정 삭제...'일률적 제재' 논란 부활

문제는 당초 정부가 제안했던 '취업제한 선고 예외 규정'이 여가위 심사과정에서 삭제되면서, 새로 마련된 개정안 또한 기본권 침해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는데 있다.

당초 정부안은 법원이 성범죄로 형을 선고하는 경우라도, 취업을 제한해서는 안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취업제한 명령을 선고하지 않을 수 있도록 단서조항을 뒀다.

이는 '성범죄자에 대해 취업제한을 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일률적 제한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므로, 범죄의 경중과 재범 위험성 존부에 관해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헌재의 위헌결정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실제 헌재는 아청법 위헌결정 당시 "성범죄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이 다시 성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전제 하에 취업제한의 제재를 예외 없이 관철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행 아청법 규정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재범 우려 없어도 취업제한 면제 방법 없어..."이대로면 또 위헌"

그러나 국회 심의과정에서 정부안 단서조항이 사라지면서, 결국 법원이 모든 성범죄자에 대해 예외없이 일단 취업제한 명령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범죄의 내용이 경미하거나 재범의 우려가 없더라도 취업제한을 면제할 근거가 없어진 셈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의 개정안대로라면 법원이 취업제한 조치를 취할 만큼 범죄가 무겁거나, 재범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한 경우라도 일단 취업제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취업제한의 제재를 예외 없이 관철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서 헌재가 지적했던 위헌 소지가 되살아난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개정 후 법률이 다시 위헌 시비에 휘말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국회가 남은 단계에서 보다 숙고해야 한다"며 "헌재의 위헌 결정 배경과 법 체계를 고려해 개정안을 재정비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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