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의료진 과실 인정할 증거 없다” 4년간 진료비 배상 판결

의료사고를 주장하면서 병원비를 내지 않고 버티던 환자가 2심에서도 패소해 1심에 명령한 금액보다 2배 많은 병원비를 내게 생겼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환자 A씨가 B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고, B대학병원이 A씨를 상대로 제기한 반소소송에선 B대학병원의 손을 들어줘, 그동안 밀린 병원비를 내라고 판결했다.

A씨는 왼쪽 상·하지 허약감과 구토 등의 증상으로 2011년 3월경 B대학병원을 찾았다. 뇌CT 검사 결과, 뇌시상부 출혈 및 뇌심내출혈 진단을 받았고 의료진은 정위적 혈종제거술 및 배액술(뇌출혈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이후, A씨에게 복부 통증을 호소하자, 의료진은 방사선 검사를 시행했고 검사 결과, 가스에 의한 위팽창이 관찰돼, 비위관(코를 통해 식도를 거쳐 위 속으로 삽입하는 유연한 고무 또는 플라스틱 관으로 소화관을 수술하거나 장폐색이 있는 환자 등에 대해 위 속의 가스나 소화액(위액)을 배출시키기 위해 삽입하기도 하고 입으로 음식을 섭취하기 어려운 환자에 대해 액체로 된 음식물을 주입하기 위해 이용된다)을 삽입해 배액했다.

그러나 A씨의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고, 의료진은 A씨에 대해 복부 방사선 검사를 다시 시행했다. 그 결과, 위식도 접합부위에 위천공이 발생해 비위관이 천공을 통해 위밖으로 탈출한 상태였다. 의료진은 즉각 위천공 수술을 했다.

A씨는 병원을 상대로 “뇌출혈 수술 후 계속 금식을 하고 있었는데 의료진이 위궤양 및 위천공을 유발할 수 있는 바렌타 등 다량의 약물을 지속적으로 투여했고, 비위관을 제대로 삽입하지 못해 비위관이 천공 부위를 통해 위 밖으로 나갔음에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방치해 위천공 및 복막염을 발생·악화시켰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병원 측은 A씨가 병원비를 내지 않고 있다며 반소를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위천공 수술 후 시행된 병리 조직 검사에 의하면 A씨에게 만성위궤양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며, 만성위궤양은 뇌출혈 등에 의한 급성 스트레스로 인해 악화될 수 있다”며 “의료진의 약물 투여상의 과실로 인해 A씨에게 위궤양, 위천공 및 복막염이 발생 내지 악화됐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여기에 재판부는 “A씨는 2011년 3월 12일 B대학병원에 내원해 진료계약을 체결했고 그때부터 2012년 11월 22일까지 입원치료 및 수술을 받았으며, A씨가 납부하지 않은 진료비는 3650만 1380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A씨는 B대학병원에 미납진료비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항소심을 제기했지만 2심 재판부 역시 병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비위관을 삽입하기 전부터 복통을 호소했고, 비위관을 통해 흑갈색 또는 암녹색의 배액이 이뤄졌는데 이는 일반적인 배액 색채”라며 “위천공이 비위관 삽입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지, 전에 발생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은 점을 비춰볼 때 의료진의 비위관 삽입 혹은 관리상의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A씨는 2011년 3월 12일부터 2012년 11월 22일까지 진료비 3650만 1380원을 납부하지 않았고, 그 이후부터 2015년 2월 9일까지 납부하지 않은 진료비가 2289만 1260원임을 인정할 수 있다”며 “따라서 A씨는 병원에 5939만 2640원의 진료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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