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상고 기각…진단제품, 본질적 차이 없음 인정돼

건보공단이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검사과정에서 기존 급여대상이 아닌 기능이 향상된 검사칩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환수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 대법원마저도 제동을 걸었다.

하급심에서 PNA칩을 이용한 HPV 검사를 기존의 DNA칩을 이용한 검사와 진단제품 일부 차이가 있을 뿐 본질적 차이가 없다며 환수처분 취소를 주문한 것과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이다.

 

대법원은 최근 A의료법인과 산부인과 개원의 등 총 6인의 원고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환수처분 취소소송에서 처분을 취소하라면서 건보공단이 제기한 상고를 기각했다. 이는 1심의 판단을 인정해 2심에서도 건보공단의 처분을 기각했고, 대법원에서도 하급심에서 인정한 건보공단의 환수처분 취소를 인정한 것.

1심 판결을 살펴보면 원고들은 인유두종바이러스 유전형 판별용 피엔에이 칩(PANArrayTM HPV Genotyping Chip)을 이용해 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검사했다.

이들은 이 사건 진단제품을 이용한 검사행위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8조 제1항 제1호 및 ‘행위급여·비급여목록표 및 상대가치점수에서 요양급여 대상으로 인정한 분자병리검사 ’인유두종바이러스 유전자형 검사‘에 해당한다며 건보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았다.

그러자 건보공단은 “이 사건 진단행위는 신의료기술로서 이 사건 급여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원고들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해 이를 지급받았다”며 원고들이 받은 요양급여비용의 환수처분을 내렸다.

이에 의료기관들은 이 사건 진단행위는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 대상에 해당한다며 항소했다.

원고들은 “인유두종바이러스를 진단할 때 사용한 진단제품은 펩티드를 골격으로 하는 PNA 탐침을 심은 제품으로 건보법상 인정되는 급여행위는 디옥시리보를 골격으로 하는 DNA 탐침”이라며 “인유두종바이러스를 진단함에 있어 사용되는 탐침의 중점은 DNA를 이루는 특이한 염기서열이지 염기들을 연결하는 골격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고들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 및 심평원이 발간한 신의료기술(행위) 고시항목에 대한 해설집을 살펴보면 인유두종바이러스 진단시 사용하는 진단제품의 탐침은 DNA 탐침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1심 재판부는 의료기관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쟁점은 진단행위가 고시에서 정한 급여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라며 “이 사건 진단행위는 급여행위에 사용되는 진단제품의 일부 차이를 제외하곤 모두 동일해 별개의 의료기술이라고 볼 정도의 본질적 차이를 찾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 사건 급여행위에 관해 사용되는 DNA라는 문구를 진단제품의 참침 종류를 한정하는 것으로 보는 것보다 검체의 DNA 배열을 이용한 검사방법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고 상식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PNA와 DNA의 차이점은 DNA를 이루는 인자 중 골격을 달리한다는 것인데, DNA를 특정짓는 것은 염기들의 서열이므로 탐침의 골격이 DNA인지 PNA인지에 따라 검사결과가 달라진다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진단제품이 기존 진단제품에 비해 전반적으로 성능이 향상됐다는 것에 불과해 개선된 제품을 이용했다는 점만으로 동일한 원리에 의한 진단행위를 별개 의료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건보공단이 이 사건 진단행위를 신의료기술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측정 가능한 인유두종 바이러스의 수는 DNA 배열에 반응하는 염기배열의 종류에 관한 문제일 뿐 PNA 탐침인지 DNA 탐침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PNA탐침을 이용한 진단행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신의료기술 고시를 하고 상대가치 점수를 정할 때, 기존의 급여행위와 동일한 상대가치점수를 부여했다”며 “복지부 장관 역시 사건의 진단행위에 소요되는 제품이 DNA 탐침이든 PNA탐침이든 무관하게 기존 급여행위와 사건의 진단행위가 동등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이 사건 진단행위의 경우 명백히 비급여 대상에 해당하지 않고, 진단제품은 수년간 수많은 요양기관에 의해 광범위하게 인유두종바이러스 검사에 사용됐다”며 “목적 및 방법, 염기서열을 이용한다는 검사원리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이제와 진단제품의 일부 구성부분이 다르다는 점을 들어 급여대상에서 제외한다면 헌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의 취지에 어긋날 뿐 아니라, 건강보험 혜택을 누릴 보험가입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불복한 건보공단은 항소심을 제기했으나 2심 재판부는 건보공단의 처분을 취소한 원심이 정당하다며 기각 판결을 내렸고, 대법원 상고까지 했지만 결국 패소해 그대로 판결이 확정됐다.

이번 소송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건보공단이 무리한 처분을 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인유두종바이러스를 진단하는 방법이 기존에 있던 급여대상인지 여부”라며 “인유두종바이러스를 진단하는 행위와 당시에 시행됐던 급여와는 동일하다고 봐야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그는 “DNA 염기서열을 이용한 검사원리가 동일하지만, 제품 일부가 다르다는 차이만 있는데 이건 본질적인 차이가 아니기 때문에 검사원리가 동일한 것이 봐야한다는 것”이라며 “또 재판부는 명백하게 비급여대상이 아니면 급여로 인정해야한다고 판결문에서 언급하고 있는데 이 또한 중요하게 봐야할 대목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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