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관리기구·사후관리 방안 등 부재…향후 걸림돌 될 듯

최근 의료계의 이슈인 동료평가제(Peer Review)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전문가 단체인 의협이 갖지 못한 자율징계의 일환이라고 보는가하면, 동료 의사를 서로 감시하게 하는 악법이라고 보는 시선 또한 존재한다.

과연 동료평가제는 무엇이고, 이 제도를 통해 의료계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정부가 가져오려는 선진국 모델은 우리나라에 적용 가능한 것일까?

 

지난 9일 보건복지부(장관 정진엽)는 의료인 면허 관리제도를 대폭 강화한 ‘의료인 면허관리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복지부의 개선안에는 ‘동료평가제’ 도입이 명기돼 있다.

복지부는 동료평가제 도입의 이유로 ‘지역의료현장을 잘 아는 의료인 간에 관찰과 주의를 요하는 의료인에 대한 상호 평가와 견제가 이루어지도록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동료평가제도(peer-review)도 시범 도입된다’며, ‘캐나다는 진료수행, 전문성유지 관련 동료평가 실시하고 있고, 매년 700여명 대상이 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캐나다에서 시행 중인 동료평가제는 어떤 모습일까?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캐나다 온트리오주는 의료법에 따라 의사면허규제기구 내에 설치된 의료품질관리위원회에서 ▲동료평가 및 진료평가 ▲변화하는 진료환경, 의료기술 등에 맞춘 끊임없는 전문성 계발 ▲자기평가 ▲의사들이 이 같은 프로그램을 마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 등을 통해 관리 및 운영되고 있다.

동료평가제의 중점 대상은 세가지 기준에 따라 무작위로 선정되는데 ▲의사면허규제기구에 가입한 회원 중 ▲5년 이상 독립적으로 혼자 진료하는 의사 중 ▲70세 이하 회원 중 무작위로 선정되고, 연령기준에 따라서는 70세 이상인 회원 중에서, 평가방법 향상을 위한 조사목적으로는 평가 대상자 중 무작위로 선정한다.

캐나다 퀘백주는 동료평가대상자가 약간 다른데 ▲면허취득 후 35년 이상의 의료 활동 경력 의사 ▲병원과 협력활동이 없는 의사 ▲의사사회에서 격리된 의사 ▲지난 5년간 3회 이상의 소원수리가 접수된 의사(캐나다는 의료소송이 흔하지 않음) ▲본래의 전공과목 이외의 의료 활동을 하는 의사(퀘백주의 경우 약 1500명 정도) ▲병원 집행부의 요청에 의해 능력이 의문시 되는 의사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의료품질관리위원회가 평가자로 지정되면 평가자는 조사결과를 위원회에 보고, 평가대상자는 평가자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법적으로 강제된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동료평가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진료와 관련된 구술 및 필기시험 ▲진료가 이뤄지는 공간에 대한 현장조사 ▲의무기록을 포함한 환자 관리 관련 기록에 대한 조사 ▲진료와 관련된 가상의 문제 상황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시험 ▲규정돼 있는 자기평가과제 이외의 추가적인 자기평가과정에 참여 요구 ▲보수교육과정 참여에 대한 평가 ▲인지능력평가에 참여 요구 ▲진료과정 전반에 대한 관찰조사 ▲평가대상자의 환자 또는 같이 일하는 동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또는 인터뷰 ▲이외에 추가로 요구 가능 등이다.

이 같은 평가가 끝난 뒤, 합격과 불합격에 따라 평가대상자에게 내려지는 조치사항도 존재한다. 합격을 하면 평가자는 평가서를 위원회와 평가대상자에게 제출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불합격하면 의료법시행령에 따라 평가대상자에게 추가교육 또는 갱신프로그램 참여를 요구하거나,필요조건 만족할 때까지 일정기간 조건을 부여, 또는 의료행위 제한하도록 한다.

여기에 의료품질관리위원회에서 평가대상자가 전문가로서 부족하다고 판결한 경우에 한해 이름을 공개하고 불법혐의를 조사결과 보고서에 게재해 공표할 수 있다.

선진국 모델, 그대로 가져오기만 하면 능사?

지난 9일 복지부가 발표한 동료평가제를 살펴보면 캐나다에서 시행 중인 동료평가제의 모습을 그대로 본 따서 만든 부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당연평가 대상(안)은 ▲장기요양 1등급, 치매 등 진료행위에 현격한 장애가 우려되는 자 ▲다수 민원이 제기된 자 ▲면허신고 내용상 면밀한 주의가 요구되는 자 ▲면허취소로 면허재교부를 신청하는 자로 되어있고, 샘플링 평가대상(안)은 ▲면허 취득 후 40년 이상 경과된 자 중 민원이 제기된 자 ▲2년 이상 보수교육 미이수자 ▲의료인단체의 징계를 받은 자 ▲중앙회에 등록하지 않은 자 등이 포함됐다.

또 운영방법도 별도의 면허관리기구가 없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춰 지역의사회에서 ‘현장 동료평가단’을 구성, 진료적합성을 평가하고 문제가 있는 경우 ‘진료행위 적절성 심의위원회’에서 심의, 필요시 자격정지 등 복지부장관에게 처분을 요청하게 된다.

그러나 캐나다에 있는 동료평가제를 그대로 가져오기에는 생각해야 할 ‘변수’가 많다는 지적이다.

먼저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는 면허관리기구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영국의 영향을 받은 캐나다는 각 지역별로 면허 관리 기구가 구성·운영되고 있고, 의사면허 전문기구는 법령에 의해 설립된 법인의 형태를 취함과 동시에 주정부로부터 일체 간섭도 받고 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별도의 면허관리기구가 존재하지 않으며, 이번 개선안에서도 ‘의료인 면허제도 개선 협의체에서 제기된 외국의 면허관리기구 사례에 대해 연구해 국내 도입 필요성 등을 검토해나갈 예정’이라는 문구 외엔 면허관리기구 신설에 대한 부분은 찾아볼 수 없다.

고려의대 안덕선 교수(의인문학교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는 “의사면허를 관리하는 기구가 없는데 동료평가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2000년 초반부터 의사면허를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아직까지 전혀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동료평가제 이후의 사후관리 방안도 미흡하다는 것이다.

복지부 개선안에서 ‘지역의사회에서 구성한 현장 동료평가단이 평가하고 문제가 있는 경우 진료행위 적절성 심의위원회에서 심의, 필요시 자격정지 등 복지부 장관에게 처분을 요청한다’라는 부분 외엔 사후관리에 대해 딱히 언급한 내용이 없다.

이에 대해 의협 김주현 기획이사겸대변인은 “이번 개선안에서 동료평가제 이후 사후관리에 대해 논의한 부분은 딱히 없다”며 “이는 앞으로 복지부와 협의해 개선을 해나갈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의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로서의 모습과 의사라는 전문직 단체의 프로페셔널리즘 구현을 위한 의사공익단체로서의 모습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의협의 현 주소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과연, 캐나다의 동료평가제를 그대로 본떠서 가져온 복지부의 의료인 면허제도 개선안이 어느 정도 실효를 발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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