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대 안형식 교수 분석 결과 1년 새 35% 감소

 

"대한민국 갑상선암 통계 역전"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 의학협회가 발행하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 2015;373:2389-2390)에는 국내 연구진의 기고문이 실렸다.

지난해 같은 저널(NEJM 2014;371:1765-1767)에서 "한국의 기형적인 갑상선암 증가는 조기검진에 따른 과잉진단 때문"이라고 고발했던 고려의대 안형식 교수(예방의학교실)의 두 번째 논문. 이번에는 한차례 논란이 있은 뒤 국내에서 일어난 변화들을 짚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년간 국내 갑상선암 수술 건수는 2만 8000여 건으로 4만 3000건 넘게 시행됐던 전년도 기록보다 3분의 1 이상 감소했다.


"갑상선 초음파검사 자제" 1년만에 수술건수 35% 급감

우리나라에서 갑상선암 과잉검진 논란이 거세진 것은 2014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 안형식 교수

미국을 중심으로 "갑상선암 급증의 원인이 과잉진단 탓"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던 찰나, 안 교수를 비롯한 8명의 내과의사들은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를 구성하고 공개석상에서 "갑상선암 조기진단을 위한 초음파검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2011년 한국인의 갑상선암 진단건수가 1993년 대비 15배가량 증가하게 된 원인이 무분별한 초음파 검진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특히 의료기관들이 수익을 늘리기 위해 무리하게 로봇수술과 갑상선클리닉 확장을 종용하고 있다고 지적해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TV 방송과 주요 언론들이 '무엇이 갑상선암을 급증하게 했나'라는 식의 헤드라인을 뽑아내면서 수술 취소는 물론, 수년 전 수술을 받았던 환자들로부터 항의와 문의전화가 빗발쳤다는 후문이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뒤 한국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새롭게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2013년 2/4분기부터 2014년 1/4분기까지 4만 3000여 건 시행됐던 갑상선암 수술건수는 논란이 시작된 2014년 2/4분기부터 급격한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5년 1/4분기까지 시행건수는 약 2만 80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가량 줄었다<그림>.

보험청구 자료로부터 추정한 갑상선암 발병률 역시 30% 감소했다. 전 세계 1위를 달리던 갑상선암 발병률도 독보적이었지만 1년 새 30% 이상 감소하기도 이례적인 일. 따라서 의사들의 수술 권유가 줄었다기 보다는 환자들 스스로 검사를 자제하면서 진단건수 자체가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안 교수는 국가암검진 권고안 제·개정 위원회의 갑상선암 선별검사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선별검사를 통해 추가 진단된 유형은 대부분 치명적이지 않은 유두상 갑상선암(Papillary Thyroid Cancer)이어서 정상적인 변형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러한 수술건수 감소가 갑상선암에 의한 사망률을 높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며, "이번 사례가 환자들의 이익에 반대되는 방향으로 의료동향이 흘러갈 때 의사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정리했다.


"사망률 증가, 불보듯 뻔하다" 전문가 우려 속출

그런데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갑상선암을 전문으로 보는 외과의들 사이에서는 "갑상선암 수술 감소 추세를 이대로 두고 봐서는 안된다"는 반대 여론이 거세다.

적정 수준보다 과다하게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면 지양할 필요가 있겠지만, 검진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것은 개인의 진료권 자체를 박탈하는 행위라는 논리다. 같은 맥락에서 '무증상 성인에게 초음파 검진을 권고하지 않는다'는 검진 권고안도 문제가 많다고 봤다.

대부분의 갑상선암 환자는 증상발현 없이 초음파 검진을 통해 발견되기 때문이다.

증상이 없다고 해서 암의 병기가 낮은 것도 아닌데, 환자의 증상 유무에 따라 유두상 갑상선암의 TNM 병기를 비교·분석한 연구 논문(Ann Surg 2007;245;366-378)에 따르면 무증상 환자(2410명)의 28.4%(685명)가 3기, 2.9%(71명)가 4기에 속했다. 유증상 그룹(83명)에서 3기 환자가 16.9%(14명), 4기 환자가 9.6%(8명)였음을 감안할 때 결코 적지 않은 수치다.

 

더욱 큰 문제는 병기가 한단계 올라갈수록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사실.

1기 환자의 10년 특이 생존율은 100%, 2기 환자는 94.8%지만 3기 환자는 83.6%, 4기는 64.1%에 불과하다.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센터의 Ashok R. Shaha 교수가 유두상 갑상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갑상선협회(ATA)에 따른 재발 위험을 분석한 논문(Thyroid 2010;20:1341-1349)에서도 무증상 환자(2368명) 가운데 59.6%(1411명)가 중간 위험군, 7.5%(178명)가 고위험군으로 확인됐다<표>.

▲ 박정수 교수

연세의대 박정수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는 "증상이 있을 때 진단하고 치료해도 늦지 않다는 8인 의사 연대의 주장과는 달리, 조기진단만이 환자를 위한 최선"이라면서 "처음부터 진료의 기회를 박탈할 것이 아니라 일단 진료를 받게 한 뒤 결과에 따라 수술 여부를 판단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망률에는 영향이 없다지만 조기진단을 하지 않는 영국에서는 1년 생존율이 83%, 5년 생존율이 80%에 미치지 못한다. 2008~2012년 갑상선암의 5년 치료성적이 100%에 이르는 국내 상황과는 대조적.

학계에서도 암의 크기가 1.0cm 이하이고 림프절 전이가 없으며, 식도나 기도, 성대신경, 피막을 침범하지 않은 저위험군 환자는 수술을 유보한 채 6~12개월 동안 정기적인 추적 관찰을 진행하도록 치료 가이드라인이 변화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암이 한쪽에만 있고 1~4cm 크기로 2mm 이하의 림프절 전이가 5개 이하라면 가급적 전절제가 아닌 반절제를, 수술 후 방사성요오드치료나 호르몬제 복용도 꼭 필요한 환자에게만 권하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장항석 학술이사(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과 전국 25개 의과대학, 36개 병원이 참여한 가운데 학회 차원에서 전국 단위의 다기관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연구는 △적극적 관찰 시 갑상선암의 자연경과 분석부터 △치료 전략에 따른 비용-효과 분석 △수술방법에 따른 성적비교 △방사성 요오드 치료지침 △수술 후 갑상선자극호르몬 억제 치료지침의 5개 세부과제로 구성됐다.

장 이사는 "과잉진단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치료에 관한 부분은 전문가에게 맡겨달라"며 "이번 연구의 결과가 나오게 되면 향후 한국인에 맞는 갑상선암 치료전략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