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과잉진단" 국내 학자들 주장 국제저널에 잇따라 소개

올한해를 뜨겁게 달궜던 갑상선암 과잉검진 논란이 국경을 넘어 전 세계 범위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우리나라의 갑상선암 과잉진단을 우려하는 국내 학자들의 주장이 잇달아 세계 유수 의학저널에 소개되면서 국제적인 관심이 우리나라에 쏠리게 됐다.

앞서 NEJM에 발표됐던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안형식 교수팀의 연구 논문(NEJM 11월 6일자 온라인판)에 이어 이번에는 고려의대 신상원 교수(고대안암병원 종양내과)와 가톨릭의대 이재호 교수(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가 제출한 '한국의 갑상선암 과잉진단과 검진'이란 제목의 사설이 Lancet(11월22일자 온라인판)에 채택됐다.

신 교수는 "9월 초에 기고문을 보냈는데 2주만에 게재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이는 연구팀의 주장을 권위적인 저널에서조차 학술적으로 인정해준 것"이라면서 "국내에서 최근 암 완치율이 50% 이상으로 높아진 것도 갑상선암 환자의 급증으로 인한 '착시 효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팀의 기고문은 "지난 10년 동안 한국에서 갑상선암 발병률이 매년 약 25%씩 증가했고, 2011년의 경우 4만 568명이 새롭게 갑상선암 진단을 받아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발병률을 보이고 있다"는 국내 현황 소개로 시작된다. 이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의 'GLOBOCAN 2012' 보고서를 들면서 영국인의 15배, 미국인의 5∼6배에 달하는 기형적인 수준임을 지적하고 있다.

과잉진단을 주장하는 직접적인 근거로는 "한국에서 1㎝ 미만 크기의 갑상선암 비율이 1962년 6.1%에서 2009년 43.1%로 폭발적인 증가 양상을 보인 데 반해 같은 기간 갑상선암 사망률은 거의 변함이 없었다"는 점을 제시했다.

자연재해, 핵폭발과 같은 특별한 인재가 없었던 상황에서 갑상선암의 급증은 암검진을 권장하는 의료시스템의 영향으로 양산된 과잉진단의 산물일 뿐이라는 것. 국립암센터와 많은 대학병원에서 증상이 없는 일반인에게 갑상선암 초음파 검진을 권고하고 있는 현실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갑상선암으로 진단받은 한국 환자들의 90% 이상이 갑상선 절제술을 받게 되면서 그로 인해 환자와 가족들에게 추가적인 의료비용과 심리적 스트레스의 증가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한국 정부와 의료계가 과잉진단을 중단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하루 빨리 취해야 한다"면서 "갑상선 초음파검사를 지양하고, 정기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들에게 암 검진의 혜택뿐 아니라 과잉진단 가능성을 포함한 위해에 대한 정보도 충분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안을 내놨다.

한편 고려의대 안형식 교수와 공동연구를 진행했던 미국 다트머트의대 길버트 웰치 교수도 뉴욕타임즈(11월 6일자)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한국에서 갑상선암이 급증하는 것은 과잉진단이 초래한 감염병"이라고 주장하면서 의견을 보탰다.

웰치 교수는 "한국에서 지난 20년에 걸쳐 갑상선암 진단건수가 15배나 증가했지만 세계 어느 곳에서도 특정암이 이렇게 빨리 급증하는 경우는 없었다"면서 "과잉진단, 과잉진료 자체가 일종의 '감염병'과 같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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