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도 수술 합의성명서 발표…"환자 참여에 무게"

 

최근 미국갑상선학회(ATA)가 갑상선암 수술에 관한 합의성명서(consensus statement)를 Thyroid지에 발표해 눈길을 끈다.

ATA 수술협의위원회 태스크포스가 개발한 이번 성명서는 '갑상선암 수술 전 영상검사'와 '분화갑상선암(DTC) 환자의 재발 관리'에 관한 2개의 지침으로 나뉘어 구성됐으며, 진료현장에서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실무적인 내용들을 상세히 담아냈다는 게 주요한 특징이다.

마침 국내에서도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를 필두로 전문학회들이 가이드라인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ATA 성명서의 영향을 받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월 대한갑상선학회 학술대회서 초안 공개

작년 한 해 동안 과잉검진 및 수술 논란으로 한바탕 진통을 겪었던 갑상선암 유관학회들은 근거에 기반한 표준화된 진료지침을 마련함으로써 그간의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의도에서 일제히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한 전면대응에 돌입했다.

대한갑상선영상의학회와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는 각각 '갑상선 결절 및 림프절의 초음파 진단 기준에 관한 개정권고안'과 '분화갑상선암의 수술적 치료 권고안'을 개발했고, 대한핵의학회는 2014 ATA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방사성요오드치료에 대한 접점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3월로 예정된 대한갑상선학회 춘계학술대회를 통해 이들 초안이 공개되고 유관학회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수정·보완 후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초음파, 세침흡인검사와 같은 검진기술의 발달로 초기 단계에서 발견되는 암의 비중이 높아진 만큼 환자 삶의 질과 생존율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선에서 비용 대비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게 이번 가이드라인 개발의 관건.

특히 수술 권고안에서는 어느 정도 단계에서 수술을 강행하고, 전절제, 반절제 중 어떤 기법을 선택해야 할지, 수술 후 방사성요오드를 투여해야 할지 등 세부적으로 논의돼야 할 사항이 많다.


ATA, 2014 개정안부터 전환점 마련…국내 영향은?

이번 ATA 성명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영상 관련 부분(thyroid 2015;25:3-14)에서는 결절의 모양, 위치, 크기, 석회화, 에코음영, 혈관분포와 같이 갑상선암으로 진단 또는 의심되는 환자에서 양성 결절과 악성 결절을 구분할 때 사용되는 특징적인 초음파 영상 소견을 기술하고 있다.

초음파 검사상 의심되는 림프절에 대해 세침흡인검사를 시행하는 방법, 초음파 검사만으로 판독이 어렵거나 영상 품질이 낮은 경우 등 CT, MRI 검사를 시도할 수 있는 상황과 더불어 PET과 같은 기능적 영상의 활용안도 함께 다뤘다.

태스크포스팀장을 맡은 Michael W. Yeh 교수(캘리포니아의대)는 "좋은 수술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수술 전 높은 품질의 영상 확보가 필수"라면서 "갑상선암에서 경부 초음파와 림프절 평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처음으로 독립된 성명서를 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성명서(thyroid 2015;25:15-27)는 분화갑상선암 치료 후 결절이 재발 또는 잔존하는 환자에게 발견 즉시 수술을 해야 할지, 적극적 관찰(active surveillance)을 유지해야 할지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한다.

림프절 절제나 경과관찰 외에도 방사성동위원소치료(RAI), 외부방사선조사요법(EBRT) 또는 영상유도, 최소침습적 절제기법 등 다양한 치료옵션이 선택 가능한데, 이 때 고려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나열했다.

결절의 크기, 성장속도, 동반질환, 침습의 정도, 조직검사 소견 및 다른 장기로의 침범 여부 등이 포함됐으며, 궁극적으로는 갑상선암의 치료결정 과정에서 환자참여에 대한 비중을 높이고자 했다는 게 핵심 포인트이다.

주 집필자인 Ralph P. Tufano 교수(존스홉킨스병원)는 "치료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에 대해 환자들에게 객관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의료진의 중요한 임무"라면서 "관련 정보를 환자들과 공유하고 심리사회적인 지지를 제공함으로써 최선의 결정을 끌어낼 수 있다"고 피력했다.

갑상선암 치료영역에서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은 지난해 학술대회 현장에서 선공개됐던 2014 ATA 갑상선암 진료권고안(초안)을 통해서도 예고됐던 바다.

아직 최종안이 나오진 않았지만 당시 개정안은 중앙림프절 전이가 발견되더라도 전이 림프절 크기가 2mm 내외이고 5개 이하라면 한쪽 엽만 절제하고 두고 보도록 한다든지, 저위험군에서는 수술 후 방사성요오드 치료를 생략하도록 권고하는 등 기존 2009년 가이드라인과 비교해 대폭 변화된 내용을 선보이며 한차례 파장이 일었던 것.


"삶의 질 중시하는 방향성 같아"

▲ 연세의대 박정수 교수ⓒ메디칼업저버 고민수

연세의대 박정수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는 "전절제술이 암 재발률을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에는 변함 없지만 환자 삶의 질 측면에서는 반절제술이 유리할 수 있다"면서 "재발 위험을 감안하더라도 생존율 차이가 많지 않으면 반절제술을 고려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진단 당시 크기만으로 갑상선암이 향후 어떤 코스를 취하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환자 개별적인 위험도를 따져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박진우 진료권고안위원장(충북대병원 외과)은 "절제 범위나 수술의 적응증 같은 세부사항이 결정되진 않았지만 환자 삶의 질과 본인 참여에 의한 의사결정이 중요시 되고 있다는 방향성은 동일하다"며 "삶의 질과 치료 사이의 균형을 고려해 최적화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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