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고도비만 수술 관련 간담회 개최

▲ 최승호 회장

"고도비만 수술은 병적 비만에 처한 환자들의 유일한 치료수단일 뿐, 미용수술이 아니다. 오늘 이 자리가 고도비만에 관한 국민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회장 최승호)가 6일 '고도비만 수술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효용성과 안전성을 조망하는 자리를 가졌다.

'베리아트릭(bariatric)'이라고도 불리는 이 수술법은 체중(weight)을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어 'baros'와 '의학(medicine)'을 뜻하는 'iattrikos'의 합성어로서 체중을 치료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전 세계적으로 1년에 50만 건 이상 행해질 만큼 효과와 안전성이 공인된 치료법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지방흡입술 같은 미용성형수술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크다.

특히 지난해 고(故) 신해철 씨 사망 사건으로 말미암아 위밴드를 포함한 고도비만수술 전체에 대해 국민 정서가 더욱 악화된 상황.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최승호 회장(강남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은 "2018년부터는 우리나라도 고도비만 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며, "고도비만 수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한편, 개선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비만과 고도비만 수술을 둘러싼 오해들을 정리해 봤다.


체중감량은 생활습관 변화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니다. 비만은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비가역적' 질병이다.

10월 11일을 '비만 예방의 날'로 지정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에 비만관리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비만관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가" 하는 질문에는 대답을 주저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식이요법이나 운동 등 생활습관 중재만으로도 체중감량이 가능하지 않냐는 생각 때문이다.

학회 관계자들은 "다른 성인병과 마찬가지로 생활습관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재발이 잦고 비가역적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체중순환(weight cycling), 쉽게 말해 '요요현상(Yo-yo effect)'을 떠올려 보면 이해하기 쉽다.

1975년과 1979년 사이에 태어난 쌍둥이 4129명을 추적한 연구(Int J Obes (Lond). 2012;36:456-64)에서는 5kg 이상 의도적인 체중감량을 시도했던 그룹이 25세 때 오히려 체중이 많이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그 원인으로는 지방축적능력의 변화나 렙틴 저항성 같은 생물학적 적응기전이 들어지는데, 얼마 전에는 영국에서 비만한 성인 남녀 17만 6000여 명을 9년간 추적한 결과, 정상 체중으로 감량될 확률이 0.8%에 불과했다는 논문(Am J Public Health 2015;105:e54-9)이 발표되기도 했다.

학회 김용진 홍보위원장(순천향대서울병원 외과)은 "고도비만은 지방세포 자체가 심각하게 변성돼 정상으로 복귀하기 어려운 상태"라면서 "일반적인 체중감량 방법으로 치료가 어려운 고도비만 환자의 경우 비만대사 수술이 현존하는 치료법 중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인은 20~30대 젊은 층에서도 당뇨 발병률이 높아지고, 심혈관 합병증이 일찍 발병하고 있다"며, "향후에는 단순히 체중이 아니라 질병을 기준으로 고도비만 치료의 진료지침도 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도비만 수술은 위험하다?

아니다. 고도비만 환자들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때 가장 먼저 우려하는 부분이 안전성인데, 이는 대규모 연구들을 통해 충분히 보장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근거로는 베리아트릭 수술의 대표임상이라고 꼽히는 'SOS(Swedish Obese Subjects) 연구'를 들었다. 당시 수술군에서는 당뇨관련 각종 합병증은 물론 사망률이 29%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J Intern Med 2013;273:219-34). 최근에는 체중은 물론 당뇨병 환자들의 혈당감소 효과까지 입증되면서(NEJM 2014;370:2002-13)비슷한 성과들이 쌓이면서 미국심장협회(AHA)와 내분비학회(AACE), 당뇨병학회(ADA) 등 전문가집단과 미국립연구원(NIH)은 가이드라인에 고도비만 수술을 포함시키고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복강경 수술이 보편화 되면서 위험성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설명.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안수민 학술위원장(한림대성심병원 외과)은 "다른 외과 수술들과 같이 합병증이나 사망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순 없겠지만, 지난 10여 년간 암을 포함한 대부분의 고난이도 수술이 복강경으로 가능해졌다"며 "가장 큰 수혜자가 다름아닌 고도비만 수술이다. 복강경 적용이 보편화된 2003년 이후 고도비만 수술의 사망 위험은 0.08%로 매우 낮다"고 말했다.

한편 작년에 논란이 됐던 위밴드 수술의 보험적용 여부를 두고는 아직까지 반론도 거센 상황이다.

이에 관해 최승호 회장은 "작년 사건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주무학회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위밴드 수술까지 제도권으로 들어와야만 정부와 학회가 힘을 합쳐 질서를 세울 수 있다. 차후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학회 내부에 윤리위원회를 신설했다"고 밝혔다.

또한 "베리아트릭 수술의 안정성 강화를 위해 태스크포스팀(TFT)을 출범했다"며, "2018년 건보 적용시점까지 기존 학회와 연수강좌 외에 보다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고, 세부전문의 및 인증의 제도 도입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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