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수 급속한 증가로 급여·치료옵션 확대 과제

▲ 한국다발골수종연구회 이제중 회장

"면역조절제인 탈리도마이드, 레날리도마이드와 함께 벨케이드(성분명 보르테조밉)가 국내에 들어온지 10여 년만에 다발골수종 환자의 생존율은 무려 2배가량 증가됐다. 향후 신약개발을 염두에 둔다면 다발골수종이 만성혈액질환으로 평가될 날도 머지 않았다고 본다."

벨케이드 출시 10주년을 맞아 한국얀센이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다발골수종연구회 이제중 회장(화순전남대병원 혈액내과)이 이같이 전망했다.


벨케이드, 10년새 다발골수종 생존기간 2.4년 연장

1960년대 항암화학요법부터 1990년대 자가조혈모세포이식, 2000년대 표적치료제에 이르기까지 다발골수종 치료전략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왔다.

특히 벨케이드 같은 표적항암제의 도입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는데, 1971~1996년 다발골수종 환자들의 평균 생존기간이 29.9개월(중앙값), 1996~2006년 44.8개월에 머물렀다면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5.2~6.1년으로 집계되고 있다(Leukemia 2014;28:1122-1128). 

▲ 1960~2010년 글로벌 다발골수종 치료성적의 향상

벨케이드는 최초의 프로테아좀(proteasome) 억제제로서 단백질 분해과정에 관여하는 프로테아좀의 활성을 가역적으로 억제하고, 비정상적으로 증식된 형질세포의 사멸을 유도한다.

2가지 이상의 치료를 받았던 다발골수종 환자(202명) 대상 2상임상에서 기존 치료법 대비 높은 반응률을 입증하며(Clin Cancer Res 2004;10:3954-64) 2003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허가 이후 재발·불응 환자의 구제요법 및 조혈모세포이식이 어려운 65세 이상 환자에서 멜파란, 프레드니솔론과의 병용요법이 승인됐고, 지난해 조혈모세포이식 가능 환자의 1차 치료제로까지 차근차근 적응증을 넓혀가는 중이다.


한국인 대상 풍부한 임상 데이터 확보

10년의 세월만큼이나 국내 환자들에 대한 근거 역시 충분하다.

재발 또는 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 70명을 대상으로 벨케이드+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덱사메타손(Vel-CD) 구제요법을 실시한 다기관 후향 분석(Ann Hematol 2010;89:475-82)에 따르면, 2주기 이상 시행군의 치료반응률(ORR)이 88%였고 그 중 완전관해(CR)가 46%를 차지했다.

특히 재치료 시 치료반응이 높았는데, 벨케이드 치료 6개월 이후 재발 또는 질병진행을 보인 국내 환자 30명에게 벨케이드를 재투여했을 때 반응률(ORR)은 완전관해(CR) 33.3%를 포함 60%였고, 재발까지 5.8개월이 소요됐으며, 전체 생존기간(OS)은 13.4개월로 나타났다(Biomed Res Int 2014;2014:145843).

또한 12개월 후 재치료가 이뤄진 환자는 1년 생존율이 65.8%로 12개월 이내 재치료를 받은 환자(41.7%)보다 유의하게 높았다(P=0.038).

조혈모세포이식이 어려운 고령 환자에 대한 투여주기는 9주기가 가장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올해 초 대한혈액학회(KSH) 제56차 춘계학술대회에서 소개된 다기관 연구에 따르면, 비이식군 179명에서 벨케이드+멜파란+프레드니솔론(VMP) 병용 시 2년 무진행생존율(PFS)은 31.8%였으며, 무진행생존기간은 9주기 투약을 완료한 군에서 24.6개월(중앙값)로 9주기 미만군(12.3개월)보다 유의하게 길었다(P=0.0001).

한편 벨케이드 정맥투여 시 보고됐던 혈소판감소증(47%), 감각신경병증(42%), 백혈구감소, 빈혈, 감염 등의 이상반응(Int J Hematol 2006;83:309-313)은 피하주사를 통해 극복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Cancer Chemother Pharmacol 2014;74:653-57).

벨케이드 투여기간 동안 저용량 아시클로버(acyclovir 400mg)를 병용하면 대상포진 예방이 가능하고(Jpn J Clin Oncol 2011;41:353-7), 레보플록사신 예방요법(Int J Hematol 2014;100:473-7)에 의해 중증감염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안전성 면에서도 문제될 것이 없다.


조혈모세포이식 환자서 급여화 시급...오는 10월 가능?

전문가들은 지난 30년간의 유병률 및 사망률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국내 다발골수종 환자수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령화사회로의 진입 속도가 매우 빠른 데다 확정 단일클론성 면역글로불린혈증(MGUS) 증상의 발현빈도가 높아 조만간 백인의 3분의 2 수준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상.

▲ 가천의대 이재훈 교수

가천의대 이재훈 교수(가천대길병원 혈액종양내과)는 "다발골수종이 더 이상 드문 질환이 아니다"라면서 "올 상반기에 길병원에 내원한 다발골수종 환자수가 27명으로 백혈병보다 많았다. 최근에는 혈액암 중 급성백혈병 다음으로 유병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증가하는 다발골수종 환자의 생존율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한 당면과제는 무엇일까?

이제중 회장은 "이식을 앞둔 환자들에게 1차치료제로 사용 시 보험급여 부분이 가장 시급하다"고 꼽았다.

조혈모세모이식이 적합하고 치료 경험이 없는 다발골수종 환자에서 덱사메타손 또는 덱사메타손+탈리도마이드 병용의 유도요법으로 지난해 8월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 급여화 되진 않았기 때문. 오는 10월로 급여시기가 예정돼 있지만, 실제 적용 여부는 지켜봐야만 한다.

급여와 관련해서는 벨케이드의 치료효과 상승을 위해 병용하는 약제를 제한하지 말아달라는 의견도 내놨다.

현재로서 국외 최신 데이터는 벨케이드+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덱사메타손 병용을 가장 선호하는데, 벨케이드+덱사메타손이나 벨케이드+덱사메타손+탈리도마이드 같은 조합으로 한정하게 되면 혜택을 받는 환자군이 대폭 줄어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벨케이드를 1차치료제로 급여화 해주는 대신, 나머지 병용약물은 정부에서 지정하지 말고 임상의사가 환자 특성을 고려해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외 다발골수종 환자의 생존율 및 반응률을 상승시킬 수 있는 전략으로는 자가이식 전 전처치요법이나 자가이식 후 공고·유지요법, 비이식군에서 벨케이드 1차치료 후 공고·유지요법, 레날리도마이드 등 면역조절제와의 병용요법 등에 벨케이드를 포함시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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