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대 강진형 교수 주장

"자이카디아 도입으로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물론, 뇌전이가 발생한 경우라도 드라마틱한 생존율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가톨릭의대 강진형 교수(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가 올해 초 국내에 상륙한 노바티스의 폐암 치료제 자이카디아(성분명 세리티닙)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 가톨릭의대 강진형 교수
2세대 ALK 표적치료제인 자이카디아는 올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잴코리(성분명 크리조티닙) 투여 후 질병진행을 보이거나 반응하지 않는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에 대한 적응증을 획득한 바 있다.

13일 기자들과 만난 강 교수는 국내 승인의 근거가 됐던 ASCEND-1 연구를 예로 들며, "과거 ALK 억제제 사용 유무에 관계없이 전체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61.8%의 종양반응률(ORR)을 보였고, 특히 초치료 환자는 무진행생존기간(PFS)이 18.4개월까지 늘어났다"고 소개했다.

전체 비소세포폐아의 3~5%를 차지하는 ALK 유전자 재배열 환자들 중에서도 크리조티닙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고, 반응했던 환자라도 통상 10개월이 지나면 2차돌연변이에 의해 획득내성이 나타나게 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내성극복 면에서 탁월한 치료옵션을 확보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20~40%에서 동반되는 뇌전이 환자에서도 초기 단계 투여 시 전체 종양반응률이 55.6%, 두개내반응률(IDCR)은 58.6%였다고 강조했다.

환자 발목 잡는 비용 문제…'위험분담제' 도입만이 답

강력한 혜택을 자랑하는 자이카디아의 걸림돌은 급여 문제다.

강 교수는 "잴코리 역시 4년 전 일찌감치 국내 허가를 받았지만 연거푸 급여 등재에 실패하면서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중도에 포기하거나 엄두도 내지 못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번에도 그러한 전철을 밟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정확한 집계는 어렵겠지만 한달 약값만 920만원, 1년이면 1억원에 달하는 약값을 감당할 수 있는 환자는 많아야 15~20%에 불과하다는 설명.

중간에 사보험으로 약을 쓰다가 비용 때문에 중도하차한 후 사망하게 되는 환자 케이스를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강 교수는 "잴코리나 자이카디아 같은 고가의 항암제는 약물경제성평가에 의해 약값을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대안으로 위험분담계약제(risk sharing agreement)를 제시했다.

7:3, 8:2 등 구체적인 비율은 약물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제한된 건강보험 재정과 생사에 기로에 서있는 암환자들을 모두 고려한다면 그 수만이 답이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일방적으로 약값을 결정한 후 통보하는 현재의 '갑을관계'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잴코리에 이어 자이카디아의 급여 문제가 순탄히 해결돼야 향후 출시를 앞둔 면역항암제들도 빛을 볼 수 있을 것 아니냐"며 "제약회사의 편을 들자는 것이 아니다. 울다 저 세상 간 환자들이 너무 많아 안타까워서 그런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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