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은 급평위 명단 유출 반박하면서, 다음 급평위에서 논의 가능성에 '염두'

"비용대비 효과가 상당히 떨어지는 약에 대해 급여화가 이뤄지면, 일부 극소수 환자 때문에 서민 호주머니가 털리게 되는 겁니다."

"해당 환자에겐 약 3개월간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행복을 주는 겁니다. 꼭 필요합니다."
 

 

최근 '잴코리'와 관련해 시민사회단체와 환자단체의 이견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의료계에서도 이와 관련해 의견 대립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

특히 이번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열리기 전 시민사회단체의 잴코리 로비 시도 지적에 따라 급여화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는데, 이에 대해 환자단체에서 '윤리'에 근거해 딴지를 걸고 넘어진 것.

환자단체는 화이자의 로비 시도에 대해서는 '잘못'임을 인정했지만, 이와 별개로 해당 약제를 급여화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서 지난 10월 환자단체는 잴코리가 1000여만원이 넘는 비싼 약임을 강조하면서, 엄청난 비급여 약값 때문에 이를 사용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후 환자들의 계속되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2번의 급평위에서 '보류' 통보를 연달아 받으면서 환자들의 실망감은 더욱 커져갔다.

게다가 최근 화이자 로비 시도로 인해 이번 13차 급평위에서는 아예 논의 대상에서 빠져버리면서, 환자단체들의 반발이 극심해졌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이는 의약품 접근성 문제다. 한달에 1000만원 정도 드는 약값을 지불할 여력이 있는 환자가 거의 없다"면서 "일단 제약사의 이번 로비시도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 처분하되, 환자들의 편익을 위해 급여는 적용해줘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어 "잴코리가 비용대비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몇차례 급여 보류 결정을 받았는데, 지나치게 건보 재정이나 약제의 효과에만 집중하지 말고 환자의 행복과 건강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잴코리를 먹으면 적어도 3개월 가량은 폐암환자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며 "비용효과성이나 임상적 유효성도 어느 정도 판단의 근거로 삼아야겠지만, 이러한 윤리적인 부분도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감정에 호소했다.

심평원도 환자단체와 마찬가지로 잴코리 급여에 힘을 싣고 있다.

먼저 심평원에서는 이번 잴코리 로비시도 사건과 관련해 "급평위와 내부 실무자의 확인을 거친 결과 위원명단이 사전에 유출되진 않았다"면서 "제약사에서 이번에 참여하지 않은 위원에 대해서도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즉 임의로 문자를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급평위의 공정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 ▲제약사의 공식적 소명 기회 확대 ▲급평위 위원 및 내부직원 윤리규정 강화 ▲제약업계(협회)차원의 자발적 계도 요청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면서 잴코리캡슐에 대해서는 "정부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 및 사회적 요구를 감안해 다음 급평위에 재상정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또다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정한 절차를 거치겠다"고 전했다.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일부 의료계에서도 '급여화 반대'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와 일부 의료계에서는 '잴코리'의 '비용대비 효과'에 근거해 급여화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의 입장에 서있다.

6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건강보험가입자포럼 관계자는 "화이자의 잴코리 캡슐 200, 250밀리그램은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의 치료제"라며 "이미 몇 차례 급평위에 급여여부 평가를 위해 상정됐으나 타 약제에 비해 임상적 효과가 뛰어나지 않고 가격은 매우 비싸 급여결정에서 탈락한 약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듯 2번이나 급여결정에서 탈락된 약을 굳이 다시 상정시키는 것도 모자라서, 로비까지 시행하며 급여를 받으려는 제약사의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이는 건강보험 재정을 손쉽게 제약사의 주머니로 가져가려는 부당 행위"라고 꼬집었다.

실제 지난 1일 한국화이자제약은 13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참여하기로 돼 있는 위원을 포함해 급평위원들에게 사전에 찾아가 잴코리에 대해 설명을 하고 싶다는 문자를 보낸 바 있다.

환자단체에 대치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시민단체는 건강보험 재정과 의료혜택의 범위 등에 대해 고려하고, 환자단체는 환자 개개인의 복지나 편의에 초점을 맞춘다"며 "이러한 이유로 두 단체는 잴코리에 대해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어쨌든 전국민, 특히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극소수의 환자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쓰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필수 의료에 대한 개념 구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료계에서도 이견이 존재하지만 암 질환을 보는 일부 교수들 사이에서는 "급여화하기에는 부족한 약"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대호 교수는 "잴코리는 이미 영국에서 급여할 수 없는 약으로 판정됐다"면서 "비용대비 효과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약에 대해 급여화가 이뤄지면 일반 국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만약 고가 항암제인 잴코리를 보험 적용해주면 해당 환자는 3~6개월 정도는 생명이 연장되겠지만, 생명을 3개월 연장해줬다고 필수의료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또 이를 급여화하므로써 전 국민이 낸 보험료를 수억원씩 사용할 수 있는지도 향후 논란이 될 것을 견지하면서, "국민적 갈등은 물론 우리나라 건보 재정에서 이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라고 보기 어려운 약제에 대해 급여화 논의 자체를 중단하는 것이 맞다"면서 "일부 극소수 환자 때문에 선량한 서민 호주머니가 털리게 되는 것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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