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폐암 표적항암제] 2000년대 EGFR TKI 도입으로 새 국면

'개인맞춤의학(tailored personalized medicine)' 시대를 맞아 최근 임상연구와 신약개발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분야는 암이다.

2000년대 들어 암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성분명 이매티닙)이 등장하면서부터 특정 표적에만 선별적으로 작용하는 표적치료제 개발이 붐을 이루고 있고, 분자유전학의 눈부신 발달에 힘입어 암치료는 환자의 유전적 배열과 암세포의 특성을 고려해 치료방침을 결정하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여러 암종 중에서도 암사망률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폐암은 연구개발이 가장 활발한 분야로 손꼽히는데, 글로벌 제약사는 물론 국내사에서도 제네릭부터 차세대 신약에 이르기까지 폐암 표적항암제 개발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2015년 새해를 맞아 주목할 만한 폐암 신약과 향후 치료전망에 대해 살펴봤다.

1. 차세대 폐암 표적항암제가 몰려온다 

2. 연구단계에 있는 폐암신약만도 100여 개

3. "폐암 정복 멀지 않았다" 이대호 울산의대 교수 인터뷰

 

 

폐암은 최근 10여 년 동안 치료성적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미국립암연구소(NCI)에 따르면 1975년 이래 폐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54% 증가한 것으로 보고돼 전립선암(50%), 대장암(36%), 유방암(21%) 등을 제치고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공개한 '2012 암등록통계'에서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발생한 폐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이 21.9%로 여전히 낮긴 했지만 1993년부터 1995년까지의 생존율(11.3%)보다는 10.6%p 올랐다. 수치만 본다면 작은 변화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비율상으로는 100% 성장에 가깝다.

여기에는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와 같이 폐암을 유발하는 특정 유전자 변이를 타깃으로 작용하는 표적항암제의 도입이 기여한 공이 상당하다. EGFR과 관련해 타이로신키나아제라는 세포 내부 단백질을 차단함으로써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폐암 치료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1세대 EGFR 타이로신키나아제억제제(TKI)인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와 타세바(성분명 엘로티닙)를 필두로 세계 각국에서는 다양한 EGFR TKI가 개발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서도 2002년 이들 약제가 허가되면서 기존 항암화학요법에 실패한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들에게 생명연장의 꿈을 안겨줬다.

그 사이 역형성림프종키나아제(ALK)라는 새로운 분자표적이 발견되면서 이를 억제하는 잴코리(성분명 크리조티닙)가 등장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급여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고, 반면 2세대 EGFR TKI인 지오트립(성분명 아파티닙)은 2014년 1월 국내 허가를 받은 지 9개월 만에 급여 출시되면서 기존 1세대 약물에 야심차게 도전장을 냈다.

지오트립은 최초의 비가역적 ErbB Family 차단제로서 LUX-LUNG 3, LUX-LUNG 6로 대표되는 주요 임상연구를 통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EGFR 변이(Del19/L858R)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화학요법 치료군 대비 전체 생존기간(OS)을 3개월 연장시킴으로써 27.3개월의 생존기간을 보였다(2014 ASCO Abstract #8004).

기존 1세대 약물이 EGFR 중 ErbB1만을 차단해 이차성 돌연변이로 인한 획득내성이 생긴다는 한계가 있었던 데 반해 2세대 약물은 ErbB Family 모두를 동시에 차단, 신호전달을 비가역적으로 완전히 억제함으로써 내성 위험을 억제한다는 차별화된 장점을 지녔다.

EGFR 변이에 의한 폐암 유형은 서양에 비해 아시아인에서 더 많은 것으로 보고되며, 아시아인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35~40%에서 EGFR 변이를 보인다는 점에 비춰볼 때 EGFR TKI의 국내 도입이 갖는 의미는 더욱 큰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연구단계에 있는 폐암 신약들 중 출시가 가장 기대되는 약물은 2세대 약물의 계보를 잇는 차세대 EGFR TKI다.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으로 진단받은 후 게피티닙 혹은 엘로티닙과 같은 1세대 약물을 투여받았던 일부 환자들에서 T790M 돌연변이가 새롭게 발생하면서 치료에 저항성을 보여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성 발현 비율은 EGFR 돌연변이를 보이는 환자들 중 절반이 넘는 50~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되는데, 3세대 EGFR TKI가 초기 임상에서 이러한 내성 극복 가능성을 입증하면서 그 책임이 막중해졌다.

현재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3세대  EGFR TKI는 아스트라제네카의 AZD9291과 한미약품의 HM61713, 클로비스의 CO-1686 세 가지. 이미 지난해 5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제50차 연례학술대회에서 긍정적인 데이터가 발표되면서 개발 단계임에도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대한폐암학회 이계영 총무이사(건국대병원 호흡기내과)는 "많은 연구자가 2세대 지오트립의 출시를 기다려 왔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1세대 약물과 경쟁하는 수준이고, 기대만큼은 아니었다"며 "정말 기대하는 것은 3세대"라고 강조했다. 이들 치료제는 빠르면 1~2년 안에 임상현장에 도입될 전망이다.  

아스트라제네카 'AZD 9291'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 중인 3세대 EGFR TKI는 AZD9291로 현재 EGFR T790M 변이가 있는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2상과 3상임상이 동시 진행 중이다. 지난 ASCO 2014에서 미국 다나-파버 암연구소의 Pasi A. Janne 박사가 AURA 1상임상 결과를 발표했다(2014 ASCO Abstract #8010).

AURA 연구는 EGFR 돌연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 환자 199명(평균연령 60세, 아시아인 65%)에게 20mg부터 240mg까지 5가지 용량의 AZD9291을 경구투여했다.

총 199명 가운데 T790M 저항성 변이가 확인된 환자는 89명이었는데, 이들은 전체반응률(ORR) 64%를 보이며(107명 중 69명; 95% Cl, 55-73%) T790M변이가 없는 환자의 반응률인 22%(50명 중 11명; 95% Cl, 12-36%)보다 유의한 효과를 나타냈다.

특히 EGFR T790M 변이 양성 환자들에서 완전반응(CR), 부분반응(PR), 안정질환(SD) 그룹을 포함하면 전반적인 질병조절률이 무려 94%에 달해 고무적인 결과를 보였다(107명 중 101명; 95% CI, 88-98%). 이상반응은 설사(30%), 발진(24%), 메스꺼움(17%) 등으로 CTCAE 1등급의 경미한 수준이었다. 이레사의 다음 주자로서 아스트라제네카 측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AZD9291은 빠르면 이번 상반기 중으로 허가신청(NDA)이 가능할 전망이다.   

한미약품 'HM61713'
현재 개발 중인 3세대 EGFR TKI 중에는 국산 후보물질도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국산 대표주자의 주인공은 한미약품의 HM61713이다.

HM61713은 2014 ASCO에서 국내 개발 항암신약으로서는 최초로 1상임상 결과가 구연연제로 채택돼, 책임연구자인 서울의대 김동완 교수(서울대병원 종양내과)가 직접 발표를 맡았다(2014 ASCO Abstract #8011).

김 교수에 따르면 HM61713 투여 결과 기존 EGFR TKI에 내성을 보였던 EGFR T790M 변이 양성 환자 48명 중 36명(75%)에서 질병조절 효과가 있었고, 이 중 14명(29.2%)은 실질적인 종양감소 반응을 보였다. 주요 이상반응으로는 메스꺼움(32.3%), 피부박리(26.3%), 두통(24.6%) 및 발진(23.7%)이 관찰됐으며, 3명의 환자가 3등급 수준의 호흡곤란을 경험한 것으로 보고됐다.

당시 김 교수는 "그동안 폐암 치료에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보다 나은 치료법의 개발이 절실하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로 HM61713은 현재 EGFR 변이 양성 환자들의 표준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1세대 EGFR TKI에 대한 내성 극복 가능성을 입증하게 됐다"고 의의를 밝혔다.

한편 한미약품은 HM61713 외에도 차세대 표적항암제인 HM95573을 개발, 흑색종 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1상임상 개시를 앞두고 있다. 

클로비스온콜로지 'CO-1686'
클로비스온콜로지의 CO-1686로실레티닙은 FDA로부터 EGFR T790M 변이를 보유한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단독요법제로서 획기적 치료제(breakthrough therapy)로 지정된 약물이다. 마찬가지로 2014 ASCO를 통해 1·2상임상 결과가 공개됐다(2014 ASCO Abstract #8010). 

연구팀은 EGFR T790M 돌연변이가 확인된 비소세포폐암 환자 72명(평균연령 59세, 아시아인 14%)에게 500mg, 625mg, 750mg의 다양한 용량을 1일 2회 경구투여하고 치료반응을 평가했다.

그 결과 뇌전이가 발생한 이들을 포함한 전체 환자에서 종양반응률(ORR)은 58%였고, 당시 무진행생존기간(PFS)의 중앙값에는 도달하지 못했으며 12개월을 추적 관찰했을 때 생존 가능성은 약 78%로 확인됐다.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메스꺼움(33%)과 고혈당(53%)이었고, 일부 환자들에서 설사(23%), 발진(4%)도 보고됐다. CO-1686은 현재 국내 환자들을 포함한 다기관 2상임상을 진행 중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