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치엽 회장, 재임 성공 후 제약계와 투쟁 예고

 

황치엽 한국의약품유통협회장이 지난 10일 선거를 통해 재임에 성공함에 따라 유통업계의 대(對) 제약 행보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회장선거 당시 '강력한 한국의약품유통협회'를 차기 회무방향 중 하나로 내세운 황 회장은 231표로 이한우 후보의 151표를 압도하며 당선됐다.

이는 강한 협회를 표방하며 저마진 문제 최소화, 불용재고의약품 반품 등을 추진하는 그에게 회원들이 보다 기대를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황 회장의 재임이 다국적사를 비롯한 제약업계와 갈등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황 회장이 내세웠던 공약을 포함해 유통협회 회원사들이 갖고 있는 기대감은 무엇인지, 제약업계의 반응은 어떠한지 살펴봤다.

"저마진 유통 구조 개선 위해 혼신"

"다국적제약사의 횡포를 막는 데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손익분기점에 미치지 못하는 제약사의 마진구조를 개선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

회장인 그가 당선되기 전 최종 연설에서도 거듭 강조했던 내용이다. 특히 마진협상을 번복하려는 GSK, 마진 개선요구를 묵살하는 화이자는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황 회장은 기존에 제33대 의약품유통협회장을 역임하면서도 저마진 문제 해결에 힘을 기울여왔다. 지난 2013년 한독 본사 앞에서 '갑의 횡포를 중단하라'며 1인 시위를 벌였으며, 지난해에는 GSK, 화이자, 노바티스 등 다국적사에 시위를 당기며 마진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강경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실제로 국내 제약사를 포함해 이러한 유통마진 시위 및 협상 행보는 유통마진 인상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 같은 대(對) 제약 행보는 제34대 회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황 회장이 선거운동 기간 내세웠던 민생 현안은 △적정 유통 비용 확보 △불용재고약 해소 △제약사의 카드결제 수용 △제약사의 도매행위 저지 등으로 대부분 제약업계와 풀어나가야 할 문제들이기 때문.

불용재고의약품은 현재 의약품 유통업체 창고에 쌓여 있는 것들을 해소하는 것으로, 반품되지 않고 묶인 이러한 품목들은 약 500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유통업체에는 현금이 돌지 않는다는 불만이 쌓이는 것. 이에 황 회장은 선거에서 "즉각 반품시킬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대한약사회와 긴밀한 협조체제 구축 등을 통해 제약사에 반품을 촉구할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제약사의 카드결제 거부에 대해서는 "카드수금 과정에서 수수료 4.3% 비용을 고스란히 도매업체가 부담하고 제약사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면서 "손익분기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마진 제약사로부터 단계적으로 카드수금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유통업계 민생 현안은 협회의 '거래질서 업무사업' 차원에서 병원 회전 기간 단축, 병원 입찰 관련 유통질서 확립, 공정거래 및 유통투명화 등과 함께 추진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다국적사를 압박하는 '국산약 살리기 운동'은 황 회장의 재임에 따라 더욱 탄력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의약품유통협회 산하 국산약살리기운동본부(본부장 주철재, 부울경지회장)가 추진하는 국산약 살리기 운동은 지난해 11월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지역 발대식을 거쳐 확산 중이며, 출범 10일 만에 부울경 지역 의약 단체장(대한약사회 산하 부산지부장, 경남지부장, 부울경 병원약사회장, 부산시의사회장 등)의 지지성명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또 지난해 12월 31일을 기준으로 부울경지역 약 200개 병·의원과 대구지역 150개 병·의원을 대상으로 국산약 사용을 적극 권장했으며, 해당 요양기관들이 상당 부분 수긍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약살리기운동본부 측은 3월에 보다 진전된 성과를 공개하겠다며 그동안에도 많은 성원이 이어져 왔다고 주장했다.

유통업계 "선거 후유증 안돼…화합이 우선"

황 회장의 이러한 행보에 유통업계도 기대를 키우고 있다. 주철재 부울경지회장은 "황치엽 회장은 협회 정관에 따라 이번이 마지막 임기이기 때문에 사생결단을 낼 것"이라며 "회원을 살리기 위해 죽을 만큼 노력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번 회장 선거의 핵심은 어려운 유통업계를 살리기 위해 누가 결정을 낼 수 있는지 가늠하는 것으로 볼 수 있었는데 회원들의 평가가 황 회장 측으로 기울었으며, 제약업계가 전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회무 추진에 어려움이 많겠지만 유통업계를 위해 헌신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

아울러 주 지회장은 "선거 후유증으로 유통업계가 단합이 안 되면 황 회장이 추진하고자 하는 것들은 모두 불가능하다"면서 "절대적인 화합이 전제돼야 밀고 나갈 수 있다.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화합시키는 것이 우선이고, 이게 안 되면 중앙회가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임맹호 서울시의약품유통협회장은 "황치엽 회장의 재임은 정책 수행의 연속성을 원한 결과라고 본다. 정책적인 부분이 국회에 일부 계류 중인 것도 있지만 창고 평수를 원상복귀시켰고, 다국적사와의 문제도 일부 해결했다"면서 "아직 진행 중인 부분이 있으니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이 밖에도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일부 제약사와 계약 관계에 있었는데 일방적으로 거래를 중단한다고 통보한 문제, 코마케팅하는 품목에 대한 유통비용 저마진 문제, 일부 제약사의 온라인 유통업 시행으로 피해받는 문제 등에 대해 이번 집행부가 칼을 빼 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약업계 "개별 업체 간 계약인데…"

제약업계는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개별 업체 간 계약 관계에 대해 협회 차원으로 대응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일부는 협회 차원의 대응이 담합 등 법적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개별 회사에 대해 협회가 공동대응하면 그때마다 계약사항이나 마진율을 조정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면서 "협회가 시위하고 언론을 통해 특정 업체를 지속적으로 거론하면서 압박하는 것이 법적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그동안 제약사와 마진 갈등의 중심에 서 있던 황 회장이 재임하면서 부담되는 것도 솔직한 심정"이라고 부연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제약사와 유통업계가 서로에게 요구사항이 있을 텐데 한발씩 물러나 타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힘든 업계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상생을 모색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의약품유통협회의 정관에 따라 황 회장은 이번 회장직이 마지막이다. 그는 임기를 수행하기 위한 집행부를 구성하고, 회원사의 단합을 도모하는 한편 내걸었던 공약 수행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회원사의 고충이 제약업계와 해결해야 할 숙제로 이어지는 현 상황에서 그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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