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 갈등 전초전 양상…협상 이후 다음 타깃에 촉각

얼마 전 GSK와 한국의약품유통협회의 유통 마진 갈등이 일단락됐다. 그러나 다른 다국적사도 비슷하거나 더욱 낮은 마진으로 유통 계약을 체결하고 있기 때문에 논란은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황치엽 의약품유통협회장도 협상 타결 후 "이번 협상으로 유통업계의 경영 환경 어려움에 대해 여타 다국적 제약사와 대화할 수 있는 장을 열었다"며 다른 다국적사에 대한 협회 차원의 지속적인 협상 계획을 시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다국적사는 '다음 타깃이 되지 않을까' 불안이 있었지만 유통업계에 어떤 주장을 전개하지는 않았다. 유통협회가 '다국적 제약사 의약품 유통비용 이대로 좋은가?'라는 토론회를 주최해 멍석을 깔았지만 참석해서 입장을 피력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제약업계의 침묵은 '할 말 없어서'였을까. 급기야 이번 국정감사에서 "다국적사 유통비용 저마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일부 관계자들은 어렵게 입장을 털어놨다. 이들의 속내와 유통업계의 주장은 무엇이며, 저마진 정책에 대한 갈등의 해법이 무엇일지 내다봤다.

"공급 중단으로 환자 희생 없어야"

한 다국적사의 도매담당 임원은 마진 문제에 앞서 해당 제약사 품목의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유통업계의 방식은 제 살 깍아먹기식 악수(惡手)였다고 꼬집었다. 생존권이 걸려있더라도 환자의 생존을 걸고 이익을 추구하면 안 된다는 것.

또 약이라는 것은 환자를 중심으로 유통되고 생산부터 최종 소비자까지 명백하고 원만한 흐름으로 가야하는데 불매운동을 전개하면 다국적사 입장에서 한국 시장에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 시장에 대한 매력 자체를 저하시킬 수 있으며 이는 오리지널 품목의 한국 진출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유통계약은 개별 제약사와 유통업체 간 진행되는 부분인데 마진이 적다고 협회 차원으로 끌고가 마진 협상을 시도하는 것도 방법상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굳이 협회에서 개입하려면 제약협회, 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와 논의해 방법을 모색해야 하며, 애초에 유통협회가 주최하는 토론회에 다국적사 관계자가 패널로 참가해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부담이 너무 크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이미 KRPIA측은 유통마진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 8월 유통협회가 주최한 토론회에 불참한 KRPIA측은 "공문을 내부적으로 검토했는데 유통비용에 대해 회사별로 정책이 다르며, 이를 협회가 한 목소리로 담을 수는 없었다"며 "회원사 입장에서는 유통비용을 많이 준다는 게 드러나도 불편하고, 적다고 지적돼도 불편하기에 협회차원의 대응은 맞지 않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통협회의 이 같은 활동이 차기 회장 선거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유통업체의 규모는 크고 작게 나뉘지만 선거에서 표는 한 표씩이기 때문에 표심을 얻기 위해서는 다수 표인 소규모 업체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대변할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제약사 입장에서는 효율성을 위해 대형 유통업체와 계약을 선호하며, 유통업계의 흐름도 M&A 등으로 점차 대형화 되는 기조인데 협회가 도매상의 위치를 하향평준화 하는 근거를 제공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춰 소형 도매상의 주장을 계속 따라가 퍼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카드결제, 금융비용, 마진 등에 대한 제약사와 유통업체의 시각이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통업계가 생존권을 주장하는데, 다국적사도 오리지널 약가규제와 제네릭 공세로 ERP(희망퇴직프로그램)를 가동하고 긴축경영하는 상황에 있어 상생을 위한 양측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유통과정 개선으로 비용절감 필요"

아울러 우리나라는 유통업체가 2000여 곳인데 일본 등 다른 국가에서는 M&A와 규모확장 등을 통해 거대 유통업체로 성장시켰으며, 이들처럼 규모를 키우고 마진뿐만 아니라 유통과정에서 효율화를 통한 비용절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유통업체가 약국에 1일 3회 배송하는 등 과열경쟁을 하고 있는데, 이는 정상적이고 효율적인 유통구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며 합리적인 개선을 통해 유류비·인건비 등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국적사와 유통업계가 싸울 일이 아니라 국공립병원을 중심으로 병원의 의약품 대금결제 기간을 줄일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 자금압박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사 마진 11% 다국적사는 7%"

이 같은 다국적사 관계자들의 의견에 종합도매업체 30여 곳으로 구성된 약업발전협의회 임맹호 회장은 "다국적사에서 제시하는 마진대로 밑지고 팔 수는 없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특히 황치엽 유통협회장의 활동이 회장선거를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는 "통상적으로 사단법인은 회원사의 이권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으며, 회원이 부당한 일을 겪는다면 정당한지 아닌지를 파악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손익분기점에 못미치는 유통비용을 주면서 파트너십을 논한다면 이는 파트너십이 아니다"라며 "대한민국에서 장사하려면 금융비용을 인정하는 등 국내법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조선혜 유통협회 수석부회장(지오영 회장)은 지난 8월 열린 토론회에서 "기본적으로 인건비, 물류비용 등 일반관리비가 5% 수준인데 다국적사의 평균 6~7% 마진 갖고는 팔면 팔수록 손해"라며 "(다국적사는) 유통회사가 정부정책에 따라 지급하는 대금결제기간에 따른 금융비용을 나몰라라 할 뿐만 아니라 카드결제 요구를 거절하는 등 유통업계와의 상생발전과 거리가 먼 행동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매상 부도 속출…국감서도 지적

아울러 남윤인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13일 열린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다국적사의 도매 마진이 도매 평균비용보다 못해 팔수록 손해보는 구조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의약품 유통업계가 국내제약사 마진으로 다국적 제약사의 손실을 막는 악순환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가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한 의약품도매상 '폐업 및 부도현황'에 따르면 2011년 16개사, 2012년 15개사, 2013년 33개사가 폐업하거나 부도처리됐다. 국내제약사의 마진율은 10~11%인데 반해 다국적 제약사는 6~7%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유통협회 측은 이번 GSK와 마진협상으로 다국적사와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협력관계를 구축했다고 판단, 향후에도 마진이 적은 제약사와 대화를 통해 마진 인상을 시도할 계획이다.

인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규모 규탄대회를 열겠다고 시사함에 따라 제약사와 유통업체들의 마진 갈등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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