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양자 범위 축소·저소득층 부담 절감 등 부분적으로만 개선될듯

보건복지부가 소득 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논의를 잠정 중단했다. 이에 부과체계 개선을 위해 수년간 고군분투해왔던 건강보험공단이 허탈감에 빠졌다.

지난 28일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은 건강보험공단을 기습 방문해 "올해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만들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내년 이후의 추진 여부도 불투명하다. 시간을 두고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역가입자의 부담을 줄이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근로소득자의 경우 지나치게 세부담이 늘어나 불만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제도 수용성 차원에서 좀 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

앞서 지난해 7월 정부는 전문가 16명으로 구성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을 발족했고, 직장가입자에 대해서는 부과대상 소득범위 확대 및 소득 있는 피부양자에 대한 보험료 부과 강화를 담은 개선안을 논의해왔다.

 

건보료를 내지 않던 직장 가입자의 피부양자도 소득이 있다면 건강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렇게 되면 고소득의 직장인의 경우 건보료가 상당히 증가하게 된다.

또한 소득과 재산, 자동차에 건보료를 매긴 지역가입자는 기본적으로 소득 중심의 정률로 보험료를 내고, 이중 자동차 기준은 폐지토록 제안했다. 소득이 없다면 정액의 최저 보험료 부과하는 방안이다.

개선안 마련에서 기획단 지원까지...'공든 탑 무너졌다'

이 같은 기획단 발족 및 최종 개선안 도출까지는 건보공단의 공이 있었다.

공단 김종대 前 이사장은 복지부 실장 시절부터 부과체계 개편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고, 건보공단 수장으로 오면서 끊임 없이 국회와 정부에 부과체계 개편을 건의했다. 관련 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 연구를 실시하는 등 근거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한 바 있다.

따로 이와 관련한 예산이나 직제, 부서 편성을 없었으나, 공단 내부 업무비용으로 직원들의 양해를 구해 쇄신위원회를 꾸려 부과체계 개편에 대한 건강복지플랜을 발표했다.

건강복지플랜은 정부는 물론 국회에도 정책 근거자료로 제출했고, 국정감사에서는 '권한 밖 일'이란 질타에도 김 전 이사장은 꿋꿋이 '필요한 일'이라며 반박했다.

이러한 노력에 정부에서 부과체계기획단을 만들고 논의가 본격화되자, 공단은 멈추지 않고 '지원단'을 만들어 기획단의 논의를 적극 도왔다.

복지부의 부과체계개선단은 지난해 11월 마지막 회의를 끝으로 '소득 중심의 합리적인 부과체계 개선'이라는 큰 틀을 마련했지만, 무슨 연유에서인지 이에 대한 발표를 지속적으로 미뤄왔다.

오는 2월쯤 이에 대한 확정안이 발표될 것이란 후문이 일었으나, '14월의 과세폭탄'이라는 될 것이란 여론이 악화되자 문형표 장관은 '공개' 대신 '잠정 중단'이란 카드를 빼들고야 만 것. 

▲ 보건복지부 건강보험료부과체계개선기획단이 소위원회를 개최해 개선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복지부 결정에 수년간 '건보료 무과체계 개편'만 바라본 건보공단은 한숨만 내쉬었다. 또 앞으로도 수천만건에 달하는 악성 민원이 계속될 것이란 불안감도 드러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복지부장관이 '소득중심에 대한 거부감'을 이유로 논의를 중단하자고 하는데, 이는 말이 안 된다"며 "이미 10여년 전부터 바꾸자고 했던 것이고, 소득중심을 개편해야 한다는 것도 예전부터 나온 얘기다. 새로울 것이 없으며 잘 추진해온던 것인데 갑자기 중단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연말정산으로 국세청에 쏠렸던 비판의 시선들이 복지부로 돌아갈 것을 두려워한 것 같다. 여론을 의식해 태도가 소극적으로 바뀐 것"이라며 "건보공단의 이사장이 바뀐 것도 큰 이유가 됐다. 전 이사장은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끊임 없이 물고 늘어졌기 때문에 복지부도 마지못해 하는 부분이 없잖아 있었다"고 말했다.

공단 내 부서 있는 한 '논의 계속'vs선거 전까지 '논의 없다'

이와 달리 현재 건보공단 자격부과실 내에 정식 부서인 '부과체계개선부'가 있는만큼, 완전히 이에 대한 논의가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었다.

건보공단 고위관계자는 "TFT가 아닌 하나의 부서가 자리매김해 지속적으로 이에 대해 논의하고 연구하고 있다"며 "해당 부서는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과에 지속적으로 개선안에 대해 건의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복지부 의견은 완전히 부과체계 논의를 중단한다는 것이 아니라 민원이 많은 부분부터 점진적으로 바꿔나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피부양자 범위 확대, 저소득층 지원 확대, 보험료 산정에서 자동차 제외 등 민원이 많은 부분부터 차근차근 바꿔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내년 4월에 총선이 있는데, 우리나라 70%에 달하는 직장가입자의 눈치를 보며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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