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공단이 할 일은 다했다...차기 이사장이 보험료 부과체계, 공급체계, 청구권 이관 등에 집중해야" 당부

"압구정동에 맨션 1채, 강원도 영월에 논 1300여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공무원 연금을 매년 3980여만원 받을 예정이지만, 제 보험료는 0원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14일 퇴임을 앞둔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종대 이사장이 4일 이 같은 부과체계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건강보험 현안을 밝혔다. 또 그간의 문제해결 노력과 앞으로 정부, 국회, 차기이사장이 할 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먼저 김 이사장은 지난 3년간 부과체계 개선을 위해 많은 일을 해왔으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답답한 입장을 드러냈다.

김 이사장은 "건강복지플랜을 만들어 국회, 정부에 건의하는 등 공단에서 지속적으로 이원화된 부과체계에 대해 지적했다"면서 "공단의 노력으로 정부, 국회에서 관심을 갖고 보다 빠르게 제도를 변경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부과체계개선단을 통해 개선 논의의 최종 마무리에 다달았으나, 여전히 제도가 시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에서는 이를 숨기는 데 급급하지 말고 잘못된 점을 알리고, 속히 제도를 개선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송파구 세 모녀 자살사건을 언급하면서 "수익 한 푼 없이 전세 500만원짜리에 살아도 보험료가 부과되고 또 그것을 내지 못해 자살까지 한 집이 있는 반면, 자신의 경우 배우자 월급은 물론 재산, 땅에 연금까지 받을 수 있지만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며, "이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하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보장성 강화 정책 아닌 공급체계 개선 필요
부과체계 문제 뿐 아니라 비급여가 난립해 오르지 않는 '보장성'에 대해서도 비판을 제기했다. 이를 해결하려면 '공급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3년간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다양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을 내놨다"면서 "그럼에도 오르기는 커녕 63%에서 61%로 소폭 하락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보장성 강화 정책을 더 내놓고, 더 많은 의료행위에 대해 급여화를 해도 현재의 공급체계 아래서는 결코 보장성을 높일 수 없다"면서 "보장성을 높이려면 공급체계를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급체계 개선에 대해서는 지난 3년간 여러 차례 강조해온 바 있다. 그는 "건보와 의료공급체계는 하나의 생태계이므로, 진료비 지불제도를 개선해야 하며 가장 먼저 '총액계약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밝혀왔다.

또한 "현재 시행 중인 혼합진료(급여+비급여)를 금지시키는 방안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면서 포괄수가제의 전면 확대, 비급여 제한 등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다른 국가들처럼 우리나라도 보장성을 80%로 끌어올려야 한다. 급여범위 확대만으로는 이제 불가능하다"며 "공급체계를 속히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심평원 청구권 업무 이관 못한 점 "아쉬워"
청구권 이관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피력했다.

그는 "공급체계, 부과체계 개혁도 중요하지만, 보험자의 업무 효율성 강화도 필요하다"며 "현재 심평원-공단으로 이원화된 체계로는 재정 낭비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 이루지 못한 업무들은 차기 이사장 몫으로 넘겼다. 그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진리를 새기고,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면서 "책상 안에서 만들어진 제도와 정책으로는 갈등과 문제만 일으킬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이제는 고향으로 돌아가 가입자 입장에서 공단과 이사장을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직원과 잘 소통해 1만 직원들과 함께 앞서 제시한 건강보험 현안을 잘 풀어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리고 청구권 이관 등의 내용을 담은 건강복지플랜을 잘 참고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담배, 비만, 빅데이터, 노사 소통은 잘 일궈낸 수확물
많은 부분에 있어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담배'하나 만큼은 잘 일궈낸 성과라고 자평했다. 비만이나 음식 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문제제기에는 성공했다는 입장.

그는 "가장 기막힌 '타이밍'에 잘 '진행한' 성과로는 담배"라며 "의결을 연기하느냐 마느냐로 약간의 갈등은 있었으나, 원래 계획대로 했다. 만약 의결이 미뤄지고 소송이 연기됐다면 지금만큼 여론을 주목시키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비만은 오는 11일 위원회가 발족되면 원활하게 정책, 제도가 흘러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비만과 연계해 음식 역시 진료비에 영향을 주는 만큼 앞으로 차기 이사장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활동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잘'한 업무로 '노사관계 회복'을 꼽았다. 그는 "처음에는 노동조합에서 이사장으로 오는 것조차 반대할만큼 노사관계가 좋지 않았다"며 "이제는 방만경영 국정과제를 함께 해결하고, 단체협약을 무리 없이 이행할 수 있을만큼 노사관계가 회복됐다. 이는 모두 소통에 주력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차기 이사장도 소통에 주력해 건보문제들을 해결하고 노사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해야 한다"며 "직접 현장에 나가 가장 말단의 직원들을 파악해야 한다. 이들이 건보의 얼굴이자, 정책 집행의 중심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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