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제도적 문제로 의사들이 과잉진단과 치료를 통해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 '환자를 위한 의료'가 아닌 '의료를 위한 환자'가 양산된다. 의사들이 에스키모인에게 냉장고를 팔고 있다."

"의사라면 과잉으로 진단하지 않는다. 돈을 더 받으려고 추가 검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찾아온 환자가 어떤 위험이 있을지 의사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다."

국회,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공동으로 '과잉진단 및 과잉진료'에 대해 보다 강화된 정책을 펼치겠다고 의료계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우선 가장 먼저 건보공단은 과잉진단 및 과잉진료에 대한 보험자의 역할을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안형식 교수는 "과진단으로 정신적인 트라우마,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 등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그냥 두면 아무런 불편이나 사망을 야기하지 않는 증상들에 대해 의사들이 불필요한 위해와 고통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 과진단 검증 자료
특히 갑상선암, 유방암, 신장암, 간암, 흑색종, 전립선암 등에서 이러한 문제가 심각하며, 과진단으로 발병률만 증가했을 뿐 치료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10여년간 갑상선암은 7배, 유방암 4배, 전립선암 4배 등 발병률(진단율)이 급증했으나, 사망률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안 교수는 "검진으로 치료에 좋은 결과를 주지 않고, 생존기간을 늘리는 데만 쓰고 있다"며 "진단 후 평균 생존 시간은 증가하지만 사망시간은 같으므로, 검진의 효과는 의문으로 남게 된다"고 판단했다. 암 뿐 아니라 골다공증, 대사증후군, 관절 및 척추질환 등에서도 과잉진단이 나타나고 있으며, 고혈압 등 경증질환에서는 과잉진료가 두드러진다고 주장했다.

▲ 민감한 검사는 과진단을 유발하지만, 사망률 감소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내용의 그래프.
의사들이 질병의 기준 수치를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으며, 예를 들어 고혈압 수치를 낮춰 환자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안 교수는 "고혈압약은 다른 약에 비해 효과는 적고 부작용은 상당하다"며 "뇌경색 환자는 줄지 않고, 오히려 진료비만 급증하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모두 묵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즉 경증의 환자들에게 약을 처방하게 되면, 병원은 물론 제약회사, 의료기기업체 등의 이익을 가져다 줄 뿐 아니라, 환자 역시 적은 진료비로 안도감을 느끼기 때문에 '필요성'을 따지지 않고 약을 먹는다는 것.

안 교수는 "이해당사자들이 많아 조심스럽지만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며 "앞으로 정부와 보험자 등에서 과진단에 대한 규모를 파악하고, 의료체계와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1999~2010년 갑상선암 진료환자 추이
임상의의 양심고백도 이어졌다. 고려의대 신상원 내과학교실 교수는 현재의 보험제도적, 구조적 문제로 인해 과잉진단 및 진료가 횡행하고 있다며, "의료를 제어하지 못하면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 교수는 일반인 누구에게라도 병명을 붙여 약 처방, 수술을 할 수 있다면서, "21세기 의료는 과잉진단, 과잉치료를 빼고선 상상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환자를 위한 의료가 아닌, 의료를 위한 환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더라도 의사들은 계속 치료와 약처방을 권유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 수가, 보험제도상 3분진료를 강요한다. 식사와 운동에 대해 1시간 상담하면 수가가 없지만, 3분 안에 진료를 마치고 많은 약을 처방하면 병원에 이익이 된다"며 "수술을 많이 하고, 약 처방을 많이 해야 이익이 남는 구조가 문제"라고 전했다. 

▲ 5년간 갑상선암 진료비 현황
국회에서도 과잉진단에 대한 심각성이 제기됐다. 보건복지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은 "갑상선암의 과다진단이 심각하다. 의료계에 횡행한 과다 진단에 대해 공단과 심평원에 보다 강화된 관리가 이어져야 한다"고 엄포를 뒀다. 지난 2007년부터 갑상선암이 위암을 제치고 1위 암이 됐고, 다른 암에 비해 증가율이 6배나 높은 점을 밝히면서, 갑상선암 진료비 지급은 2009년 1224억원에서 2013년 2211억원으로, 본인부담금은 163억원에서 227억원으로 급증한 부분도 제시했다.

이 의원은 "진단율, 환자 증가율, 진료비 등은 높아진 반면, 사망률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며 "진료비를 지급하는 건보공단이나 진료비를 심사하는 심평원에서 갑상선암 관련 진료비 및 청구건수의 단기간 급증현상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자체적으로 원인 분석 등 검토 작업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심평원에서는 이미 관리 중이며, 앞으로도 강력하게 심사하겠다고 답했다. 손명세 원장은 "지난해부터 갑상선암진단을 선별집중심사 대상으로 관리 중이다. 청구건에 대해 모두 선별심사를 하고 있다. 지급하지 않은 건도 꽤 많다"고 말했다.

공단 김종대 이사장은 "과잉진단은 심각한 문제"라며 "철저하게 심사, 통제, 관리해야 한다. 갑상선을 잘못 수술하면 평생 고생하게 된다"고 이 의원의 입장에 공감했다. 이어 "선진국의사들이 한국의 과잉된 진단 실적을 보고 기겁한다"며 "정부에서 갑상선 가이드라인 만들기 전까지 공단에서 최선을 다해 과잉진단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같은 전방위적 압박에 대해 의료계는 "의학적 지식 없이 내두르는 삭감과 압박의 칼날"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단 3년째 심평원에서 갑상선암을 비롯한 진단 및 검사분야에 대해 선별집중심사항목으로 선정한 것과 관련, 의료계에서 지나친 규제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심평원에서는 갑상선암, 3차원CT, 뇌MRI 등 16개 항목을 선별집중심사 대상으로 선정해 846억원의 의료비 절감 효과를 얻었다. 이는 의료기관에 대한 307억원 삭감치와 사전 예방한 539억원을 추산한 수치다. 특히 갑상선검사는 처음부터 갑상선검사를 4종 이상 시행하는 사례를 집중 삭감하자, 연평균증가율(9.2%) 대비 8.9%p 감소한 결과를 보였다.

하지만 갑상선 관련 질환을 보는 전문의들은 갑상선암과 관련한 과잉진단 및 치료는 절대적 해악이지만, 이를 빌미로 심평원에서 비합리적이고 획일적인 제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갑상선암이 급증한 이유는 고화질의 초음파기기를 통해 1㎝ 이하의 작은 암까지 진단하기 때문이며, 한국은 외국과 달리 검사비와 병원비가 저렴해 더욱 큰 증가폭을 보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심평원 등에서는 갑상선 기본검사 후 큰 증상이 없으면 추가검사를 실시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이에 대해 갑상선 전문의들은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증상이 없고, 암이 4~5㎝ 이상으로 커져서 주위 장기를 압박하거나 주위 조직으로 진행된 뒤에야 증상이 나타난다"며 미리 검사를 완료해야 한다고 했다.

또 실제로 1㎝ 이상의 갑상선 종양도 의사의 촉진만으로는 발견하기 어렵다며, "초음파 검사를 통해 상당수 환자가 갑상선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환자에 더 혜택이 된다. 갑상선 검사에 대해 비합리적이고 획일적인 제재를 가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또한 의료진들이 돈벌이를 위해 고혈압의 기준을 낮춰 약 처방은 늘었으나 뇌경색을 예방하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A대병원 교수는 "인구고령화나 식생활 변화 등 원인 분석은 물론 어떠한 근거도 없이 '고혈압으로 인한 뇌경색이 늘었다'는 주장은 의학적 무지를 드러내는 처사"라며 "우리나라에서 고혈압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뇌졸중, 뇌경색, 뇌출혈 등으로 인한 사망률이 현저하게 감소한 사실을 모르냐"고 반문했다.

B대병원 교수도 "예전에는 70세 이상 환자들이 많지 않았고 적극적인 치료도 거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90세가 넘은 환자들도 치료를 통한 건강한 삶을 원한다"며 "환자가 원하는 치료마저 과잉진료나 검사로 치부해 버리는 것은 민주주의국가에서는 적절치 못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지난 30~40년간 진행된 연구를 통해 이미 고혈압약의 효능 및 효과가 충분하게 증명됐다"며 "의학적인 논문분석이나 지식없이 단순한 수치나 통계만 보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잘못된 주장을 펼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 과잉검진 및 과잉치료를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수가구조, 진료환경을 만든 장본인은 정부, 보험자 등이라며, "책임자들이 의료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뿐만 아니라 과소 검사나 진단을 할 경우 현행법상으로 의사가 진료거부나 오진 등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으므로, 철저하게 진단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실제 병원에서 암을 발견하지 못했다가 수개월 후 암이 발견되면, 업무상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무엇보다도 잘못된 구조나 저수가, 법적 문제 등을 떠나 단지 '돈'만을 위해 환자들을 위험으로 모는 '과잉진단 및 진료'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C대병원 교수는 "대부분의 의사나 교수들은 단순히 돈만 벌자는 생각으로 검사를 하고 진료를 보지 않는다"며 "아주 일부의 경우를 부풀려 마치 전국 병원에서 모든 의사들이 과잉진단을 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병원의 상황에 따라서 다르겠으나, 고려대병원 외에 다른 병원에서는 처방을 많이 하지 않는다고해서 원장이 제지를 가하지 않는다"며 "또 병원장이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는 교수도 많지 않다. 진료의 권한은 의료인이 가지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모든 질병에 대해 의사들은 근거중심으로 접근한다"며 "시대변화에 따라 검진이 세분화, 정밀화되는 것에 대해 '과잉'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을 제고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