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계 대한병원협회 나춘균 보험위원장

[평행선 달리는 의료계·보험자①]"견제받지 않는 것이 문제"
[평행선 달리는 의료계·보험자②]"의료전달체계 확립에 힘써야"
[평행선 달리는 의료계·보험자③]"저수가에서는 심사완화해야"
[평행선 달리는 의료계·보험자④]"문제 해결하려면 의료계가 바뀌어야"



병원계는 기관에 대한 불신보다는 수가 때문에 공단, 심평원 시스템까지 문제시 되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따라서 수가가 적정화될 때까지는 심사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춘균 보험위원장은 수가협상에 지속적으로 참여해오면서 결국 모든 의료기관의 문제는 '저수가'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재정운영위원회에서의 공익단체 과잉참여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사실상 협상이 아니라 재정위에서 정한 인상률을 공급자가 받아들이는 식으로 구성됐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같은 구조 불합리에 대해 공단 이사장도 공감했지만, 재정위의 승인 없이는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했다"면서 "결국 재정위는 공급자가 적정수가를 받지 못하게 하는 최대의 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렇다고해서 협상을 결렬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성원 역시 공급자에게 불리하게 설정, 오히려 공급자에게 더 불합리한 결과를 줄 수 있어 눈물을 머금고 협상을 마무리 짓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공급자와 수요자가 동등한 상황으로 가기 전까지, 또 보험료율이 올라가기 전까지 '비급여' 진료 확대 등 지금보다 더 심각한 진료 왜곡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 재정부담 절감과 양심진료를 위해서는 반드시 보험료를 올려야 하고, 만약 올릴 수 없다면 민간보험의 개입 등 다른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견지했다.

그는 "보건의료산업을 성장동력으로 만들고, 우리나라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다면 적정수가 보전이 최우선"이라면서 "언제까지 병원들이 손해를 보고, 정부는 국민에게 표심을 위해 보험료 인상을 숨길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차라리 서민층을 모두 급여환자로 묶고 나머지는 모두 민간보험을 들게 해서 병원이 적정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정수가 전제하에 이뤄지는 제도 운영은 불합리
현지조사 방향은 옥죄기 아닌 '의료기관 성장'에 맞추길

 
이같은 저수가체계 속에서 요양기관을 더욱 괴롭히는 것은 빡빡한 심사다.

그는 "심평원은 심사할 때 지나치게 원칙만을 내세운다"면서 "저수가 현실을 아예 감안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구한 100%를 모두 주더라도 불만이 많은 현실에서 이마저도 삭감을 하고 조사를 하니 자연스럽게 불평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중소병원장이나 의원 원장들은 행정과 진료를 동시에 보면서 의도하지 않은 청구착오가 종종 발생하는데, 심평원에서는 이를 업무과중이나 실수로 보지 않고 '고의'로 싸잡아 보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심사, 삭감, 현지조사 업무를 무력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은 분명히했다.

심평원에서 의료기관 없애기가 아닌 의료기관 성장과 발전을 위해 일해 줄 것을 당부하면서, '삭감을 위한 심사' '처벌을 위한 현지조사'가 아니라 의료기관이 국민건강을 위해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분간 느슨한 심사체계를 진행하면서, 근본적으로는 '수가, 수가협상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부는 이같은 방향을 어기면 의료서비스, 의료기술의 후퇴의 길로 걸어가며, 곧 미래 먹거리인 보건의료산업을 고사시킬 것이란 추측에서다.

그는 "적정수가로 맞춘 후에 의료관광 환자 유치, 병원 수출 등을 거론하는 것이 순서에 맞다"며 "그렇지 않으면 성형, 미용 등 일부 진료과목에만 국한해 환자를 받게 되고, 의료수출은 단발성으로만 진행되다가 후퇴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결국 공단, 심평원 개별기관의 시스템 문제라기보다 수가가 문제고, 저수가는 협상 결정 구조가 만든 것"이라면서 "적정수가가 마련될 때까지는 심평원에서는 이를 감안해서 융통성을 갖춘 심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병원계는 이미 위기를 넘어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고 말하면서, 서울대병원조차도 장례식장, 주차장, 매점 등 고유목적 사업 이익을 모두 포함시켜도 순수 손실이 올해 290억여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제 4대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가면 병원들은 병실차액이나 특진료를 받는 것조차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당장 의료계 옥죄기를 멈추고, 상생의 길을 찾는 데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완화된 심사 기준 제시 외에도 정부정책 지원 기관이자 의료기관을 최접점에서 만나고 있는 두 기관들이 정부에 끊임 없이 병의원들의 어려움을 알리고 이에 대한 기초연구, 자료 등을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욱이 이들 기관의 독립성을 이용해 심사 및 평가기준을 병의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개선해야 하며, 현지조사에 대한 문제들도 직접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공단과 심평원은 소통 능력이 부족한 점을 꼬집으면서, "의료기관을 응대할 때나 이의신청을 받을 때, 또 해명할 때 '보여주기식'이 아닌 '이해가능한' 소통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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