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의료관리학과 김 윤 교수 인터뷰


과잉 논란 보험기관 인력
효율적 운영방안 찾아야

관료주의 버리고
수동적 기관 특징도 탈피해야

소모적 경쟁 중단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




[평행선 달리는 의료계·보험자①]"견제받지 않는 것이 문제"
[평행선 달리는 의료계·보험자②]"의료전달체계 확립에 힘써야"
[평행선 달리는 의료계·보험자③]"저수가에서는 심사완화해야"
[평행선 달리는 의료계·보험자④]"문제 해결하려면 의료계가 바뀌어야"


1년여간 심평원 심사평가연구소장으로 일해왔던 김 윤 교수는 "공단·심평원의 가장 큰 문제는 폐쇄적, 수동적 성격과 기관 간 극심한 갈등"이라고 정리했다.

다만 의료계에서 주장한 징수 인력 축소나 심사 일자리 감축은 시대정신에 맞지 않다고 견지했다.

김 교수는 "잉여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제시하고,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면서 "예를 들어 공단 징수 업무에서 불필요한 인력은 만성질환관리나 건강관리사업 등에 투입시키면 된다"고 제안했다.

특히 심사인력은 아무리 뽑아도 부족하며, 지속적으로 신의료기술이 발달되면서 전산으로 할 수 없는 심사가 많아진다고 했다.
실제 연간 14억건 가량의 청구서를 봐야 하는데 본원, 지원 합쳐서 심사인력은 400~500명 뿐이다.

이처럼 부족한 인력 탓에 청구건의 30~40%에 불과한 입원 청구에 한해서만 적극적으로 심사 중이다.

또 의료계는 '사례별'심사에 대해 객관적인 지표를 만들라고 하는 것에 대해 "기관간, 또 환자별, 시기별로 편차가 존재하는 것에 대해 하나의 기준으로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뭐든 숨기려고만 드는 공단·심평원..."공개 확대해야"
 
그럼에도 심평원에서 심사사례나 이의제기 사례 등을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숨기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의료계에서 많은 사례를 보고 익히게 해서 같은 잘못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심평원은 무슨 연유 때문인지 숨기기만 급급하다"고 꼬집었다.
 
연구소장 당시에도 '투명성'에 대해서만큼은 불만이 많았다고.
심평원은 심사사례 공개나 급여결정 절차 및 내용, 평가시 전문가 참여 확대 등 절차적 정당성을 지금보다 훨씬 강화해야 하지만, 그러한 노력들을 전혀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전문성이 상당히 높은 조직임에도 비판이 많은 것은 업무에 있어서 이해당사자 참여를 최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지금보다 더 많은 의료인 참여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못박았다.

폐쇄적인 기관 성향도 '문제'

더불어 이들 기관은 일은 방대하고 권한은 다양하나, 복지부 산하기관이므로 책임이 없어 독립성이나 자율성을 발휘할 수 없다.

이러한 조직문화 탓에 자연히 유연성, 창조성이 떨어지고, 정책 결정에 대한 아이디어를 개진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례로 적정성평가에 대해 한계가 지속적으로 거론되지만 고치지 않는 것을 듣고 보았다.
 
적정성평가의 약발이 다했음을 모두 공감하지만, 이를 다른 영역으로 옮겨가거나 새로운 부분을 평가하는 등의 방법을 모색, 시도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외부의 요구에 신속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문제는 관료제적인 한계이자 수동적인 기관의 특징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험자기관 잘못 고치려면 의료계 소통방식부터 고쳐야"

김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계가 저수가 때문에 힘든 것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었지만, 병원계에서 적정수가 후 적정진료를 하겠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오히려 반대의 입장을 펼쳤다.

나춘균 병협 보험위원장이 저수가체제 하에서는 심사를 유연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김 교수는 "공유지의 비극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즉 병원수가가 낮아서 생기는 경영의 어려움을 과잉진료로 메우면 정부는 재정 압박을 겪게 되는데, 이는 정부에서 재정 압박으로 제도를 더 강압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되므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계속되는 평행이론을 풀기 위해서는 점진적으로 둘의 간극을 메워야 하며, 그 수단으로 포괄수가제(DRG)나 인두제를 시행할 것을 거론했다.
 
이어 공단·심평원의 문제를 키우는 것은 의료계의 '소통'방식도 한 몫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으름장식 발언은 의료계 인기를 잠시나마 얻을진 몰라도, 의료계 정책 발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는 "의료계 대표들이 '이불속만세'만 부르니 심평원, 공단이 그들의 문제를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간 정부 쪽에서 의료계와 함께하는 공청회, 위원회 등에서 활동한 것을 돌이켜봤을 때, 의료계는 하소연을 하거나 윽박을 지르는 등 제대로된 소통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중요 공식석상에서 근거가 있는 의견 개진 대신 수가얘기만 토로하다가 간다"면서 "공단과 심평원의 태도를 대대적으로 바꾸고 싶다면 객관적인 사실을 토대로 논리적으로 대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가장 문제는 두 기관의 '소모적 경쟁', '건전한 경쟁'해야

공단, 심평원의 문제로 돌아가서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소모적 경쟁'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경쟁 구조라면 이해당사자와 국민 설득을 위해 노력해도 지속적으로 비판의 화살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각한 관료화를 막기 위해 두 기관체계를 유지하되, 복지부가 이 둘의 업무 등에 대한 교통정리를 명확하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빅데이터 바람이 불면서 이러한 둘의 갈등관계가 명확히 드러났다면서, 복지부에서는 목적이 합당하면 두 기관의 정보교류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더불어 그는 “이같은 논쟁들은 실무자들의 몫이 아니다. 법적으로 우선 명확히 된 후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임원들이 교류해서 해소해야 한다”면서 “이사장이 나서서 심평원 업무를 지적하는 것은 옳지 못한 상황”이라며 중재적인 임원의 입장으로 돌아가야 함을 공고히했다.



마치며...2014년의 새해가 밝았지만 여전히 건보공단·심평원과 의료계 간 갈등은 끝나지 않고 있다. 이들 기관이 '문제다 문제다'라는 말은 끊임 없이 되풀이 되고 있다. 앞으로 건강한 건강보험을 만들기 위해서 의료계는 논리적인 소통의 노력을 기울이고, 두 보험자 기관은 투명성 제고, 재정 운영 효율화 등 제살을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두 기관이 완벽할 순 없지만 발전할 수 있도록 의료계, 시민사회단체, 보건의료전문가, 언론, 국민 모두는 지속적으로 감시의 눈초리를 치켜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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