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상황실, 역할 규정 안 돼"…채용난 예상
응급의학과 지원율 76.7%로 지난해보다 7.5%p 하락

이미지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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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이주민 기자] 정부가 1분기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을 운영할 예정이지만, 상황실 역할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았고 전공의 채용도 힘들 것 같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0일 중앙응급의료정책추진단 제8차 회의를 열고 올해 1분기부터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상황실은 서울을 비롯해 대전, 대구, 광주 4개 지역에 신설될 예정이며, 이송 및 전원을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정부는 현재 상황실 운영을 위해 간호사와 응급구조사 등 직원 채용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실서 근무할 응급의학과 전공의 채용 난항 예상"

응급의료 현장에서는 상황실 역할이 제대로 규정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상황실에서 근무할 응급의학과 전문의 채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응급의학회 박준범 KTAS위원장은 상황실이 개설돼 기대는 되지만,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개선할 점이 있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정부가 4개 지역에 신설 운영한다고 하니까 역할을 기대해 봐야 한다"며 "운영하기 위해서는 노하우가 필요하고 개인적으로는 6~7개 정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역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담당자가 상황실에서 근무하게 되면, 대학병원과 같은 상급병원이 아니더라도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이송 또는 전원시킬 수 있다는 것이 박 위원장의 설명이다.

(왼쪽에서 두 번째,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 대한응급의학회는 지난 8일 김인병 신임 이사장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응급의학과 지원율이 하락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을 토로했다.
(왼쪽에서 두 번째,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 대한응급의학회는 지난 8일 김인병 신임 이사장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응급의학과 지원율이 하락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을 토로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상황실에서 근무할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채용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는 "상황실이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하는 것인지, 기존 119 구급상황관리센터와는 어떻게 역할을 분담할 것인지 구체화되지 않았다"며 "응급의학과 전문의 채용도 못 했다"고 말했다.

(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대한응급의학회이사회 이형민 회장)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지난달 27일 "과도한 사법판결이 지속된다면 더이상 응급의료 현장에 있기 힘들다"며 사법리스크 완화 등 의료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대한응급의학회이사회 이형민 회장)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지난달 27일 "과도한 사법판결이 지속된다면 더이상 응급의료 현장에 있기 힘들다"며 사법리스크 완화 등 의료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도 동일한 의견을 내비쳤다.

이형민 회장은 "상황실이 아무리 많아져도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담당할 것인지 논의가 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우려하며 "업무가 정해졌다 해도, 응급의학과 전문의 중 누군가는 가서 일해야 한다. 하지만 그 사람들도 이미 응급실이나 의료현장에서 응급의료를 담당하고 있는데 어떻게 상황실에서 근무할 수 있겠냐"고 현 상황을 토로했다.

이어 "응급의료는 응급처치를 통해 최종 치료로 넘어갈 수 있도록 연계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지 최종 치료를 담당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상황실이 생기더라도 최종 치료를 담당할 수 있는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응급의료 전문가들이 인력난이 예상된다고 지적한 이유는 응급의료 현장에서도 인력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모집 결과 정원 193명 중 148명만 지원해 충원율은 76.7%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비교해 약 7.5%p 하락한 수치다.

이에 응급의학회는 지난 8일 김인병 신임 이사장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응급의학과 지원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실정을 토로했다.

이날 김수진 수련이사는 "특수성과 전문성, 사법리스크 등으로 응급의학과 지원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요청했다.

지난달 27일, 응급의학의사회도 기자회견을 열고 "과도한 사법판결이 지속된다면 더 이상 응급의료 현장에 있기 힘들다"며 사법리스크 완화 등 의료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줄 것을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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