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대한안과학회 학술대회, 한국망막학회-대한당뇨병학회 조인트 심포지엄
당뇨망막병증 환자 조기 선별 및 치료 위한 안과-내과 협진 중요성 강조
환자 교육 및 국민 안저검사 확대 등 교육·정책적 해결 방안 모색

지난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대한안과학회 제 130회 학술대회 현장에서 한국망막학회(KRS)와 대한당뇨병학회(KDA)의 조인트 심포지엄이 진행됐다. 
지난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대한안과학회 제 130회 학술대회 현장에서 한국망막학회(KRS)와 대한당뇨병학회(KDA)의 조인트 심포지엄이 진행됐다.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당뇨병 환자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합병증인 당뇨망막병증 예방을 위해서는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지만, 내과와 안과 간 환자 전원이 원활하지 않아 예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전문가는 의료기관 간 협진 노력과 함께 환자 교육, 정책적 해결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대한안과학회 제130회 학술대회에서는 한국망막학회(KRS)와 대한당뇨병학회(KDA)의 조인트 심포지엄이 진행됐다. 

이날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조한주 교수(안과)는 '당뇨병 환자 합병증 조기 선별 및 치료를 위한 제언'을 주제로 당뇨망막병증 환자의 조기 진단 방안을 모색했다.

암환자와 맞먹는 당뇨망막병증 환자 자살률

조기 진단 및 치료 중요

3대 실명 유발 질환에는 당뇨망막병증, 황반 변성, 녹내장이 있다. 선진국은 황반 변성이 가장 흔한 실명 원인인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당뇨망막병증이 가장 흔하다. 

2020년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3대 실명 유발 질환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에 비해 유의하게 자살률이 높으며, 그 중에서도 당뇨망막병증이 있는 사람의 자살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심한 시력 손상이 있는 환자들의 자살 발생률은 10만명당 69명 꼴로, 이는 암 환자의 자살 발생률인 88.7명에 이어 가장 높은 비율이다. 

조한주 교수는 "당뇨병 환자들이 당뇨망막병증 합병증이 생기면 암 환자 만큼이나 심한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며 "실제로 당뇨병 환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합병증은 실명이라는 보고가 있다"고 전했다. 

심각한 합병증인 당뇨망막병증의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당뇨망막병증은 조기 진단 및 치료 시 실명 위험을 50%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 그러나 질환 특성 상 진행된 환자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시력에 영향이 없는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이 쉽지 않다. 

이에 올해 발표된 KDA 당뇨병 진료지침에서는 1형 당뇨병 환자는 진단 후 5년 이내에, 2형 당뇨병 환자는 진단과 동시에 망막 주변부를 포함한 안저검사 및 포괄적인 안과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안과에서 사용하는 망막 검사 진단 장비는 수십종에 달하지만 당뇨망막병증의 조기진단은 간단한 안저검사만으로도 가능하다. 안저 사진 하나만으로도 상당히 높은 민감도와 특이도로 당뇨망막병증을 진단할 수 있다.

사진 한 장만 찍어도 당뇨망막병증 조기 검진이 가능하지만, 문제는 대부분 환자가 당뇨병 진단 후에도 안저 검사를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 중 46%만이 안저검사를 받았으며, 절반 이상은 검사를 받은 적이 없었다. 

당뇨병 진단 후 첫 안저 검사까지 8.3년

"1차 의료기관서 내과-안과 전원률 높여야"

이에 내과와 안과 사이의 환자 연계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안저검사율은 좀처럼 높아지지 않고 있다. 최근 당뇨병 적정성 평가에 안저검사가 포함됐음에도 안저검사 시행 기관은 오히려 감소세를 보이는 추세다. 

심평원이 1만 7265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2020년 조사 결과에서 당뇨병 환자의 안저검사 비율은 상급종합병원 62.2%, 종합병원 51.2%, 보건의료원 42.6%, 의원 40.1%, 요양병원 27.4%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서울아산병원과 같이 큰 센터에서 협진을 하는 경우가 있으나 모든 병원에서 이를 하기가 쉽지는 않은 현실"이라며 "특히 우리나라는 대부분 당뇨병 환자가 1차 의료기관에서 관리를 받고 있어 다학제적 접근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1차 의료기관에서 안저검사를 더 많이 해야 한다"며 "1차 의료기관에서 최대한 많은 당뇨병 환자가 안과로 전환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안과로 내원한 당뇨망막병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첫 안저검사를 받게 된 이유를 조사한 결과 54%의 환자가 의사 추천으로 검사를 받았다. 그러나 당뇨병 진단 후 첫 안저검사까지 걸린 시간이 평균 8.3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조사 결과 의사 추천을 받은 환자가 평균적으로 가장 빨리 안저 검사를 받았고 유병률이나 중증도가 훨씬 낮았다"며 "내과 의사들의 환자에 대한 추천과 교육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1차 의료기관에서 전원이 잘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협진 가로막는 현실적 어려움

교육 및 정책적 노력으로 보완 필요

이에 대한안과의사회와 대한개원내과의사회는 지난 2018년 MOU를 맺고 내과-안과 협진 의뢰서 및 회신서를 만들어 배포하는 사업을 시행했으나 현실적으로 활발하게 이용되지는 못했다. 

최근에는 안저 검사 결과를 AI를 통해 진단할 수 있는 상용 소프트웨어나 스마트폰에 렌즈를 달아 안저 촬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도 개발됐으나, 수가를 포함한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내과에서 이러한 장비를 들여놓고 안저 촬영을 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조 교수는 환자 교육과 정책적인 측면의 해결 방법을 강조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AI보다도 환자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망막학회에서 교육 포스터를 만들어 작년에 전국 내과와 가정의학과에 배포했다"며 "설명이 어렵다면 환자 대기 공간에 포스터를 붙여놓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영국은 12세 이상 당뇨병 환자에게 1년에 한 번씩 안저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2018년에만 82.7%의 환자가 안저 검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이 시스템 도입 후 당뇨망막병증으로 인한 실명 비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며 "우리나라도 전 국민 건강검진에 안저검사가 포함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나 비용 효과 문제 상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뇨병 등록 관리 사업 서비스에 포함된 환자만이라도 안저검사를 우선 지원하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중앙정부 예산이 불충분하면 하남시와 서산시 같이 지자체에서 검사를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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