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결핵진료지침 4판 개정 공청회 개최
약제내성결핵 분류·정의 손질 및 새로운 항결핵제 포함시켜
WHO 지침 기반 BPaL·BPaLM 요법, 국내 연구 기반 MDR-END 요법 도입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는 지난 21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결핵진료지침 4판 개정 공청회를 열고 새로운 지침을 소개했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는 지난 21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결핵진료지침 4판 개정 공청회를 열고 새로운 지침을 소개했다.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국내 결핵진료지침이 지난해 개정된 세계보건기구( WHO) 지침을 반영해 새롭게 개정된다.

특히 다제내성결핵 환자의 치료에서 기존에 표준치료로 제시된 18~20개월 장기요법 대신 6·9개월 단기요법이 도입됨에 따라 환자들의 치료 성공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는 지난 21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결핵진료지침 4판 개정 공청회를 열었다. 학회는 새롭게 변경되는 결핵진료지침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청취했다.

이번 개정 지침에서 큰 변화 중 하나는 2020년 세계보건기구(WHO) 지침에서 개정한 약제내성결핵의 분류와 정의를 국내 지침에도 반영했다는 점이다.

약제내성결핵은 한 가지 이상의 항결핵제에 내성을 가진 결핵균에 의해 발생한 결핵이다. 약제내성은 약제감수성검사를 통해 진단하며 통상 약제감수성검사와 분자생물학적 약제감수성검사를 모두 포함한다.

과거에는 퀴놀론계 약제와 주사제가 다제내성결핵 치료에 핵심 약제로 사용됐기 때문에 이들 약제에 대한 내성 여부를 기준으로 약제내성결핵을 분류했다.

그러나 더 이상 주사제가 다제내성결핵 치료의 핵심 약제로 사용되지 않게 되고 베다퀼린, 리네졸리드와 같은 약제들이 새로운 핵심 약제로 분류되면서 약제내성결핵의 분류와 정의에도 변화가 필요했다.

다제내성결핵 치료 지침 개정

다제내성결핵 치료 핵심 약제가 변화함에 따라 분류와 정의에도 변화가 생겼다.
다제내성결핵 치료 핵심 약제가 변화함에 따라 분류와 정의에도 변화가 생겼다.

개정 지침에서 약제내성결핵은 ▲광범위약제내성결핵(XDR-TB) ▲광범위약제내성 전단계 결핵(pre-XDR-TB) ▲다제내성결핵(MDR-TB) ▲리팜핀내성결핵(RR-TB) 4가지로 새롭게 분류 및 정의됐다.

이에 따라 실제 환자 진단 시 Xpert 결핵/리팜핀내성 검사(Xpert MTB/RIF assay)에서 리팜핀에 대해서만 먼저 내성이 확인된 경우 리팜핀내성결핵(RR-TB)로 분류한다. 이후 1차 약제 신속감수성검사에서 이소니아지드에 대한 내성이 추가적으로 확인되면 다제내성결핵(MDR-TB)로 재분류 한다.

이후 퀴놀론 신속감수성검사에서 퀴놀론 추가 내성이 확인되면 광범위성내성 전단계 결핵(XDR-TB)로 재분류하며, 마지막으로 통상 약제감수성검사에서 베다퀼린 또는 리네졸리드 내성이 추가로 확인되는 경우 광범위약제내성결핵(XDR-TB)로 재분류하게 된다.

변경된 분류에 따라 약제내성결핵의 치료와 관련해서도 새로운 내용이 소개됐다. 다제내성 결핵의 치료가 단기요법과 장기요법으로 분류돼 소개됐으며, 치료에 사용되는 항결핵제의 종류에 프레토마니드가 추가됐다.

과거 WHO 지침은 다제내성결핵 환자에 대해 A군 약제 3가지(퀴놀론, 베다퀼린, 리네졸리드)를 포함한 4~5개의 약제 조합으로 18~20개월 동안 치료하는 장기요법을 권고했다. 이에 국내 진료 지침도 이를 표준 치료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2020년 이후 항결핵신약과 재창출신약을 다양하게 조합한 여러 단기요법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다제내성결핵 치료에 큰 변화가 생겼다. 2022년 WHO 지침은 이를 적극 반영해 다양한 단기요법을 장기요법에 우선해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국내에서도 단기요법을 장기요법에 우선해 사용하도록 권고하는 방향으로 지침이 개정됐다.

개정 지침에는 WHO와 같이 퀴놀론 감수성 다제내성결핵의 치료에 6개월 BPaLM(베다퀼린, 프레토마니드, 리네졸리드, 목시플록사신) 요법이, 퀴놀론 내성 다제내성결핵의 치료에 6개월 BPaL(베다퀼린, 프레토마니드, 리네졸리드) 요법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퀴놀론 감수성 다제내성 결핵의 치료에 국내 시행 연구를 바탕으로 한 9개월 MDR-END 요법(레보플록사신, 델라마니드, 리제놀리드, 피라진아미드)을 포함시켰다.

약제내성 결핵 치료에 사용되는 항결핵제의 종류에도 BPaL, BPaLM 요법에 사용되는 프레토마니드가 새롭게 포함됐다.

국내 지침과 WHO 지침 어떤 차이 있나?

국내 지침에서 WHO 지침과 차이를 둔 부분은 델라마니드를 A군 약제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델라마니드는 베다퀼린에 비해 늦게 임상에 도입돼 초기에 여러 국가에서 사용 경험이 적었던 치료제다. WHO 분석에는 델라마니드의 임상3상 연구 결과만 포함돼 임상에서와 같은 효능을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다른 국가와 달리 2015년부터 베다퀼린과 델라마니드가 임상 현자에서 함께 사용돼, 우수한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 이에 국내 지침에서는 델라마니드를 A군으로 분류하고 베다퀼린과 동일한 조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국내 연구를 바탕으로 델라마니드를 포함하는 MDR-END 요법이 단기요법 중 하나로 권고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똑같이 퀴놀론 감수성 환자를 대상으로 하면서, 사용에 있어 BPaLM 요법에 비해 제한이 많은 MDR-END 요법이 단기요법으로 함께 포함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 질문이 나왔다.

이에 이번 약제내성결핵 진료지침 개정에 참여한 서울대의대 임재준 교수는 "최근 여러 논문을 보면 베다퀼린에 대한 내성이 증가하고 있다. 모든 약제는 많이 쓰면 내성률이 증가한다"며 "베다퀼린과 델라마니드를 기반으로하는 요법 두 가지를 가지고 있어야 훨씬 안전할 것 같다"고 답했다.

또 "BPaLM 요법이 6개월로 치료 기간이 짧으나 대신 한 가지 약제라도 내성이나 부작용이 있어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중단하고 새로운 약을 써야해 융통성이 떨어진다"며 "대신 MDR-END는 두 가지 약제를 중단할 때까지 쓸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치료 기간은 더 길지만 융통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지침에 도입된 단기요법에 포함되는 신약 중 아직 요양급여기준이 적용되지 않아 지침과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질병관리청 결핵관리과 최호용 과장은 "BPaL, BPaLM 요법과 관련해 여러 진전이 있다"며 "리네졸리드도 허가 외 용량을 사용해야하는데 진행이 잘 되고 있고, BPaLM은 협의가 더 진행돼야 하는 부분이 있다. MDR-END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12월에 지침 발간, 배포되는 것을 기준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진행하겠다. 복지부, 심평원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해 지침과 동반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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