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장 심태선 교수(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좌장 심태선 교수(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최근 ‘단기치료처방을 중심으로 한 다제내성결핵 치료의 최신 지견’을 주제로 자문회의가 개최됐다.

심태선 교수(울산의대)가 좌장을 맡았고, 민진수 교수(가톨릭의대), 목정하 교수(부산의대)의 심도 있는 강연이 진행됐다. 본지에서는 이날의 강연 및 토의 내용을 요약·정리했다.

개정된 세계보건기구 지침에 따른 다제내성결핵 치료

연자 민진수 교수(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

민진수 교수(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
민진수 교수(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

2022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isoniazid와 rifampin에 내성인 다제내성결핵 치료에 대해 개정된 지침을 발표했다. 새롭게 개정된 사항은 기존의 퀴놀론 내성 다제내성결핵 환자에게 6개월 BPaL 요법을 처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퀴놀론 감수성 다제내성결핵 환자에게도 6개월 BPaLM (bedaquiline+pretomanid+lin-ezolid+moxifloxacin) 요법을 도입한 것이다. 또한 6개월 BPaLM 처방을 18개월 장기 요법보다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제시했다(근거수준: 낮음, 조건부 권고).

6개월 BPaLM 처방은 대부분의 다제내성 폐결핵 환자 및 폐외 결핵 환자에게 1차 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시했는데, 중추신경계 침범이 있거나 좁쌀결핵(miliary tuberculosis)인 경우는 제외된다. 또한 퀴놀론에 대한 약제감수성검사 결과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고, 약제감수성검사 결과가 확인이 안된 경우라도 BPaLM 처방을 우선 시작해 볼 수 있다. 약제감수성검사 결과에서 퀴놀론 내성이 확인되었다면 moxifloxacin을 중단하고 BPaL 처방으로 치료할 수 있다.

ZeNix 임상연구 결과에 근거하여 BPaLM 처방과 BPaL 처방 모두 linezolid 용량은 1일 600 ㎎으로 권고한다. 복약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환자 지지 방안이 동반되어야 하며, 이상반응, 치료반응, 획득 내성에 대한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또한 약물상호작용을 확인하여 이에 대한 합병증 예방이 필요하다.

새롭게 개정된 2022년 지침에서는 방글라데시 요법을 기반으로 하는 9개월 단기치료처방을 퀴놀론 감수성 다제내성결핵에 사용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근거수준: 낮음, 조건부 권고). 원래는 STREAM Stage I 연구 결과를 근거로 kanamycin을 포함하여 9개월 단기치료처방이 권고되었다. 하지만, Stream Stage II 연구 결과에 따라 kanamycin 대신 bedaquiline으로 대체했고, 모든 항결핵제를 경구약제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 치료는 bedaquiline, moxifloxacin, ethionamide, ethambutol, 고용량 isoniazid, pyrazinamide, clofazimine을 4-6개월 사용 후 유지기 5개월 동안 moxifloxacin, clofazimine, ethambutol, pyrazinamide를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2022년 지침에서는 남아프리카 연구 결과를 근거로 ethionamide를 linezolid 2개월 사용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기술되어 있다. 이러한 9개월 단기치료처방은 광범위한 병변이 없고 중증의 폐외 결핵 환자가 아닌 경우에 사용할 수 있다. 

다제내성결핵 치료에 있어서 새롭게 개정된 단기치료처방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조건부 권고이면서 근거가 부족하여 지속적인 근거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추가적으로 6개월 단기치료처방과 관련된 임상연구들 중 다기관 무작위 연구인 NExT 연구에서는 bedaquiline, linezolid, levofloxacin, pyrazinamide에 유전자 변이 종류에 따라 고용량 isoniazid, ethionamide, terizidone 중 하나를 추가하여 총 5제로 6개월 치료하는 단기치료처방군과 9개월 이상 치료하는 표준치료군으로 나누어 평가했다.

연구 결과, 양군 모두 유사한 예후를 나타내 6개월 단기치료만으로도 9개월 이상의 치료와 동등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연구인 BEAT-India 연구에서는 6개월 단기치료처방(delamanid, bedaquiline, linezolid, clofazimine)의 효과성을 확인했고, 불량한 치료 결과는 9%(14/153)로 우수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이러한 임상근거들이 지속적으로 축적된다면 단기치료처방은 실제 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다제내성결핵 치료의 하나의 옵션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다제내성결핵 치료에서의 단기치료처방: MDR-END 임상연구 결과

목정하 교수(부산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목정하 교수(부산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연자 목정하 교수(부산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다제내성결핵 치료의 성공률은 아직 60%에 불과한데, 대부분 치료 실패보다는 장기치료와 2차 약제의 이상반응 등으로 인한 치료 중단 및 추구 관찰 중단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최초 단기치료인 방글라데시 요법은 7가지 약제로 9개월 투여해 치료 성공률을 88%로 높였고, STREAM Stage I 연구 결과에서도 기존 장기치료 처방 대비 단기치료처방의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그러나 복용해야 하는 약의 개수가 많고, 국내에서는 해당 약제에 대한 내성률이 높아 국내 가이드라인에서는 제한적으로만 권고되고 있다. 또한 처방에 포함되는 주사제는 난청 등의 이상반응으로 인해 사용에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다제내성결핵 치료 처방을 구성함에 있어 ‘접근성’, ‘수용가능성’, ‘비용부담 가능성’, ‘적절성’을 모두 충족시키고, 이상반응이 적은 약제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기치료처방에 사용가능한 새로운 약제
2010년대 초반에 bedaquiline과 delamanid, 2019년에 pretomanid가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승인을 받았고, linezolid와 clofazimine도 임상에 도입되었다. 약제감수성 결핵과 마찬가지로 살균 효과와 멸균 효과가 모두 우수한 핵심 약제가 1-2가지 사용되고, 이에 더하여 효과적인 동반약제가 추가된다면 약제내성결핵도 단기치료가 가능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와 전문가 의견들이 있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치료처방을 다제내성결핵 치료에는 적용하기가 어려웠는데, bedaquiline, delamanid 등 살균 효과 및 멸균 효과가 우수한 신약이 개발됨에 따라 가능하게 됐다. Bedaquiline, delamanid를 핵심약제로 사용하면서 살균 효과가 우수한 linezolid로 조기에 결핵균을 감소시키고, clofazimine과 pyrazinamide와 같이 멸균 효과가 우수한 약제로 치료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이러한 이론적 근거를 바탕으로 여러 경구 약제만으로 구성된 단기치료처방에 대한 연구들이 널리 시행되어 발표되고 있다.

MDR-END 임상연구: 9개월 단기치료처방
(Levofloxacin+Delamanid+Linezolid+Pyrazinamide)

MDR-END 임상연구는 국내 12개 기관에서 퀴놀론 감수성 다제내성결핵 성인 환자(19-85세)를 대상으로 20-24개월의 기존 장기치료처방 대비 9개월의 새로운 단기치료처방의 비열등성을 입증하기 위해 시행된 1:1 무작위 대조 임상연구이다. 대조군은 기존 표준치료인 퀴놀론, 주사제, prothionamide, cycloserine, pyrazinamide로 20개월 치료했고, 단기치료군은 levofloxacin, delamanid, linezolid, pyrazinamide로 9개월 치료했다. Linezolid는 처음 2개월은 600 ㎎/일, 이후에는 300 ㎎/일 용량으로 줄여서 사용했고, 환자가 3개월 이내에 배양 음전에 실패하면 추가로 3개월 연장 치료했다. 집중치료기는 대조군이 8개월, 단기치료군이 6개월이었다.

연구 결과, 치료기간은 단기치료군이 40주로 대조군 87주에 비해 절반 수준이었다. mITT 군에서 치료 성공률은 대조군이 71%, 단기치료군이 75%로 단기치료의 비열등성을 입증했다<그림 1>.

그림 1. MDR-END 단기치료처방의 치료 성공률
그림 1. MDR-END 단기치료처방의 치료 성공률

치료 성적이 좋지 않았던 환자들도 대부분 추적관찰 중단, 중도 탈락, 동의 철회, 의료진 판단에 의한 제외 등에 의한 것이었고, 실제 세균학적인 치료 실패는 양군 모두 합해 3명에 불과했다. 안전성 평가 결과, 양군 간 이상반응 발생률에서도 차이는 없었다. 

결론
퀴놀론 감수성 다제내성결핵 환자에서 delamanid, linezolid, levofloxacin, pyrazinamide 9개월 처방은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 MDR-END 임상연구가 경구제로만 구성된 단기치료처방에 있어서는 최초의 무작위 대조 임상연구로 현재까지 가장 강력한 근거를 제시했다. Bedaquiline에 내성이 있거나 또는 다른 사유(예를 들어, 약물 부작용 등)로 인해 bedaquiline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 MDR-END 처방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여러 단기치료처방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계속 발표되면서 향후 환자의 조건에 따라 여러 처방 중 하나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MDR-END 처방이 그 중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Discussion

패널 
김주상 교수(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최재철 교수(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주상 교수(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 최재철 교수(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주상 교수(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 최재철 교수(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최재철: 다제내성결핵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도 탈락하지 않고 이상반응 없이 치료를 완료하는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단기치료처방이 적합한데, MDR-END 연구 결과, 이상반응도 적고, 단기간에 치료가 잘 마무리되었기 때문에 향후 MDR-END 처방을 고려할 수 있겠다. 

심태선: Delamanid가 신약이지만 C군에 포함되어 있어 장기치료에서 A, B군 약제 사용이 어려운 환자에게 순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 bedaquiline과 delamanid를 같이 쓸 수 있다. Pretomanid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 전, 퀴놀론 내성이거나 bedaquiline만 써서 효과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2가지 약제를 동시에 사용했던 환자들의 치료 자료들이 보고된 바 있다. 국내에서도 2가지 신약을 동시에 사용했던 경우가 일부  있었는데, 치료 결과가 좋았다. 

목정하: MDR-END 임상연구에 참여한 부산대병원의 환자를 장기 추적관찰한 결과 현재까지 단기치료군에서 재발한 환자는 없었다. 또한 9개월 치료로 완료되니 환자 만족도가 높았다. 이상반응 측면에서도 우려할 만한 특이사항이 없었다. BPaL, BPaLM 처방과 MDR-END 처방을 비교해보면 linezolid 사용에 차이가 있다.

MDR-END 처방은 linezolid 600 ㎎을 2개월 투여한 후 300 ㎎으로 감량하지만, BPaLM 처방은 linezolid 600 ㎎을 4개월 투여한 후 300 ㎎으로 감량한다. Linezolid 600 ㎎ 투여기간에 2개월 차이가 나는데, 이 기간에 많은 환자에서 이상반응이 나타나므로 안전성의 차이가 이러한 부분에서 크게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기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처방을 영구 중단하지 않고 지속시키는 것이다. BPaL, BPaLM 요법은 핵심 약제의 최소 사용 기간을 충족하지 못하면(특히 linezolid) 처방을 영구 중단하고 다른 치료법으로 변경할 것을 권고한다.

하지만, MDR-END 처방은 이에 대한 제한이 적다(예를 들어, 2가지 이상의 영구적인 약제 변경이 있을 경우 실패로 간주). 따라서 치료 처방의 유연성 측면과 치료법의 연속성 측면에서 MDR-END 처방은 큰 이점이 있다. 또한 이전 연구들은 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30-40대의 비교적 젊고 건강한 환자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MDR-END 임상연구는 주로 60-70대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로 범용성 측면에서 국내에 더 적합한 것으로 생각한다.

김주상: BPaL 적용은 운용 연구(operational research)가 가능한 기관을 중심으로 적용하고, 초기에 퀴놀론 감수성이 확인된다면 MDR-END 처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현재 MDR-END 연구 결과와 같이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단기치료로 충분히 효과를 입증한 근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재의 WHO지침에 따라서 최소 20개월 이상의 장기치료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근거가 있는 단기치료는 초기 퀴놀론 감수성 여부를 최대한 빨리 확인 후 적용하도록 하고, 그 외 환자는 현재의 지침에 따라 치료하도록 하는 다양한 치료 옵션 제공이 필요하다.

심태선: 이전에는 다제내성결핵을 치료할 약제가 없어서 두려웠지만, 단지 isoniazid, rifampin에 효과가 없는 것이고 다른 효과적인 약제를 사용한다면 동일하게 6개월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단기처방이 신속하게 도입되어 사용되려면, 치료 중 약제 용량 변경, 약제중단 등을 잘 관리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함께 운영되어야 하겠다. 

김주상: 국내에서 MDR-END 처방을 적용할 수 있는 환자는 어떠한 경우인가?

목정하: 퀴놀론 감수성 다제내성결핵 환자에게 적용 가능하다. 현재 제시되어 있는 단기 처방 중 가장 이상반응이 적을 것으로 생각하고, 약제 변경에 의해 처방을 영구 중단하는 비율도 가장 낮을 것으로 생각한다. 여러 단기요법 처방을 적절히 사용하기 위해서는 퀴놀론 감수성 여부를 신속하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면서 단기처방 도입과 함께 퀴놀론 내성을 신속히 확인할 수 있는 Xpert XDR 검사나 2차 약제에 대한 line probe assay 검사 키트도 도입되었으면 한다. 

심태선: 신약이나 linezolid 등을 충분히 못 쓰는 경우 18-20개월 치료하는 것이 적합한 환자들도 있지만, 치료기간이 과한 환자들도 있다고 생각한다. NExT 연구에서도 A군 약제 3가지로(B, C 군 약제 2가지 더 포함) 6개월 치료했는데, 동일한 처방으로 현재 국내에서는 18-20개월 치료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아직은 여러 규제들로 어려움이 있지만 향후 빠른 시일 내 국내 가이드라인에서도 단기처방이 1차 권고가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치료 경험이 쌓이면 고정된 약제조합을 사용하다가, 약제 이상반응이 발생하면 다른 약제로 대체하는 등 더 유연하게 처방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본다. 

최재철: 국내 가이드라인 개정에 있어서 MDR-END 연구 결과가 있으므로 BPaL 처방을 그대로 적용할 필요는 없고, 현재 상황에서는 표준 치료 처방에 2차 선택지로 단기치료처방을 적용할 수 있으며, 특정 기관에서 사용한다는 문구가 들어가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한다.  

심태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정해진 기간보다 연장하여 사용하는 경우는 급여를 삭감할 수 있지만 기간보다 적게 쓰는 경우는 삭감하지 않는다. 속히 진료지침이 개정되어 급여기준 개정 전이라도 단기 처방이 적용되었으면 한다. 올해에는 개정판 결핵진료지침이 발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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