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목정하 교수

부산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목정하 교수
부산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목정하 교수

결핵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를 중단하지 않으면서 이상반응 없이 치료를 완료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다제내성결핵은 결핵 치료의 핵심 약제인 리팜핀과 이소니아지드에 모두 내성인 결핵으로, 치료 시 이 두 가지 약제를 제외하고 4~5가지 효과적인 약제를 최소 18개월 투약해야 한다.

여러가지 약제를 투약해야 한다는 불편함과 긴 치료 기간으로 인해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치료 성공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학계에서는 다제내성결핵 환자가 치료를 중단하지 않도록 해 치료 성공률을 높이고자 단기치료요법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단기치료요법은 국내 퀴놀론 감수성 다제내성결핵 환자 대상 임상연구에서 유용성을 입증한 만큼, 다제내성결핵 치료에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본지는 2022년 10월 세계적 의학 저널인 LANCET에 발표된 임상연구의 제1저자인 부산대병원 목정하 교수(호흡기알레르기내과)를 만나 국내 퀴놀론 감수성 다제내성결핵 환자를 대상으로 한 MDR-END 임상연구의 의미와 단기치료요법의 필요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 다제내성결핵 치료에 단기치료요법이 가능해진 배경은?
다제내성결핵 환자는 이소니아지드와 리팜핀을 사용하기 어려워 2차 약제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2차 약제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이상반응 위험이 높다. 그런데 최근 효과적이고 이상반응 위험이 낮은 새로운 결핵 약제가 개발됐다.

또 과거 결핵치료에 사용하지 않았던 항생제가 항결핵 효과를 입증하며 전 세계에 도입됐다. 이러한 결핵 약제를 조합하면 이전보다 더 좋은 치료 효과를 보일 뿐만 아니라 이상반응 위험도 낮출 수 있다. 이 때문에 다제내성결핵 치료기간을 최소 18개월 진행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2000년대부터 단기치료요법 관련 연구가 시작됐고 2020년부터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2022년 세계보건기구(WHO) 결핵 진료지침이 변경됐다.

WHO는 퀴놀론 감수성 다제내성결핵 환자 치료로 6개월 BPaLM(베다퀼린+프레토마니드+리네졸리드+목시플록사신) 요법을 권했다. 앞으로 발표될 단기치료요법 관련 중요한 연구들이 남아 있는 만큼, 근거가 쌓인다면 향후 다제내성결핵에 단기치료요법이 표준치료가 될 가능성이 있다. 

- 국내에서 진행된 MDR-END 연구 디자인과 결과를 소개한다면?

MDR-END 연구는 다제내성결핵에 단기치료요법의 효용성을 알아보고자 진행됐다. 레보플록사신, 델라마니드, 리네졸리드, 피라진아마이드 등 4제 병합 시 치료기간을 기존 치료의 절반 정도인 9개월로 단축시킬 수 있는지 조사한 전향적 무작위 연구다.

1차 목표점으로 장기치료요법 대비 단기치료요법의 비열등성을 확인했다. 치료 성적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더라도 치료기간이 짧아지는 것만으로도 환자 편의성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20개월 진행한 장기치료요법과 비교해 단기치료요법의 치료성공률이 수치상 4% 우월한 결과를 얻었고 두 치료 간 비열등성을 확인했다. 

- 기존 연구와 비교해 MDR-END 연구의 강점은?

MDR-END 연구는 치료 중 특정 약제에 대한 내성이 추가로 확인되거나 이상반응으로 치료가 어렵다면 대체 약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BPaLM 등에 대한 연구는 한 가지 약제라도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없으면 해당 치료를 진행할 수 없도록 디자인됐다.

즉, MDR-END 연구는 실제 진료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 유연한 치료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는 것이 강점이다.

두 번째로 리네졸리드 용량을 줄여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대부분 단기치료요법 연구에는 리네졸리드가 포함됐다. 리네졸리드는 효과가 우수하지만 골수억제나 신경염등의 이상반응이 상당하다.

기존의 연구들은 대부분 전체 치료 기간 동안 하루 600~1200mg의 리네졸리드를 사용했다. 하지만 MDR-END 연구는 첫 1~2개월은 리네졸리드 600mg을 투약하고 이후에는 300mg으로 줄여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전 연구와 MDR-END 연구의 직접 비교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리네졸리드 용량을 고려하면 MDR-END 연구의 이상반응이 적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연구에 참여한 본 병원 환자를 보면, 지금까지 내원하는 환자 중 재발 사례는 없었다. 
또 이상반응 측면에서 문제 되지 않으면서 치료기간도 짧아 환자들이 만족하고 있다.

- 단기치료요법 시 다제내성결핵 환자 예후는 어떻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나?

치료기간이 짧을수록 환자 순응도가 높아져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가 적어지면서 치료 성공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발표됐다. 또 수학적 모델링 연구 결과에 의하면, 다제내성결핵 발생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가 치료받지 않고 이탈하면 결핵균을 전파시켜 또 다른 환자를 양산하지만 짧은 기간 빠르게 치료한다면 균 전파를 막을 수 있다. 아울러 단기치료요법은 이상반응이 적고 효과적인 약제를 짧게 투약해 치료 성적과 환자 만족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다제내성결핵 치료에서 단기치료요법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 국내 다제내성결핵 환자에게 단기치료요법을 적용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점은?

최근 공청회를 통해 발표된 우리나라 개정 결핵 진료지침에서는 MDR-END 연구에서 진행한 단기치료요법을 퀴놀론 감수성 다제내성결핵 치료의 한 방법으로 권고했다. 국내 지침에서 권고안이 마련됐으므로, 해당 요법에 포함된 약제에 급여를 적용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협의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2020년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결핵 진료지침이 개정됐을 당시 권고안이 실제 요양급여 적용기준으로 이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일부는 요양급여 적용기준에 반영되지 않았다. 전문가 단체 그리고 정부가 가능한 한 빨리 충분히 협의해 국내 다제내성결핵 환자에게 단기치료요법을 적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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