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연구서 단기치료 요법 효과 입증…WHO 가이드라인도 변화
국내 단기치료 적용과 함께 급여기준 개정, 환자 관리 방안 마련해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심태선 교수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심태선 교수

다제내성결핵은 결핵 치료 약제인 이소니아지드와 리팜핀에 모두 내성인 결핵을 말한다. 두 약제는 결핵 치료에서 가장 필수적인 약제로, 이에 모두 내성을 가질 경우 치료 기간이 기존 6개월에서 18개월까지 늘어나고 치료성공률이 떨어지는 어려움이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다제내성결핵 치료에 효과를 보이는 신약들이 등장해 전 세계 치료성공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에서 신약을 포함한 단기 치료 요법을 1차 치료로 권고하면서 치료성공률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 가이드라인과 급여 기준은 아직 장기 치료 요법을 주된 치료법으로 권고하고 있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서울아산병원 심태선 교수(호흡기내과)를 만나 국내 다제내성결핵의 치료 현황과 발전 방향에 관해 들어봤다.

 

- 국내 결핵 발생률이 OECD 가입국 중 상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다제내성결핵의 발생률과 치료 성공률은 OECD 가입 국가들과 비교해 어떠한가?

2022년 국내 결핵신고 환자 중 다제내성/리팜핀내성결핵 환자 비율은 2.8%로 구소련 및 동유럽 등에 비해서는 낮다. 2019년 WHO 보고 자료에서는 OECD 국가 중 3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다제내성결핵 신약의 등장으로 국가 간 치료 성공률 격차가 많이 줄어 약 70~80%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도 과거에는 치료중단율이 높아 치료성공률이 많이 낮았으나, 최근 보고에서는 약 80% 정도의 치료 성공률을 보인다.

- 다내제성결핵의 치료 성공률이 낮은 이유는 무엇인가? 치료 성공률 향상을 위해 처방 시 고려해야 하는 점은?

과거 다제내성결핵 치료는 부작용 빈도가 높은 약제의 장기간 사용이 필요해 부작용과 긴 치료기간 등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가 많았다. 최근에는 부작용 적은 신약이 사용되고, 대부분 주사제 대신 경구제를 사용하면서 치료 편의성이 높아졌다.

국가 차원의 결핵관리도 강화되면서 과거보다 향상된 치료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외국에서는 다제내성결핵 단기치료가 많이 시행되고 있어 국내에서도 적용된다면 더 높은 치료성공률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 다제내성결핵의 장기 치료 시 발생하는 문제점은 무엇이 있나?

최근에는 장기치료에도 신약을 사용하고, 주사제를 제외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과거보다 치료가 훨씬 쉬워졌다. 그래도 18개월 이상 치료하면서 중단하는 환자들이 있고, 기저질환으로 사망하는 환자가 많아 치료성공률이 아주 높게 유지되기 힘들다. 장기간 치료에서는 환자들의 의료 비용도 증가하게 된다. 

- 최근 단기치료요법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내외에서 진행된 단기치료요법을 간략히 소개 부탁드린다.

다제내성결핵은 수십년 간 18개월 이상 장기 치료가 유일한 치료방법이었다. 이는 약제감수성결핵의 치료기간이 6개월임에 비하면 기간이 너무 길고 부작용 빈도가 높아 치료 중 중단비율이 높았다. 

신약 도입 이전인 2010년에 기존 항결핵약제만으로 다제내성결핵의 9~12개월 단기치료가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으나,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아니었기 때문에 결과에 의문이 제기됐다. 추후 이 연구를 전향적 연구로 확인하고자 하는 시도가 진행됐고, 다행히도 기존 발표의 치료 효과가 재연돼 현재 다제내성결핵의 단기치료가 자리잡게 됐다. 

그러나 이 치료법은 7가지 약제를 병합해 치료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일부 약제 내성률이 높아 사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다행히도 최근 등장한 신약을 포함한 6~9개월 단기 치료 연구들이 종료되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이중 BPaL(베다퀼린, 프레토마니드, 리네졸리드) 요법 연구와 BPaLM(BPaL+목시플록사신) 요법 연구 결과가 WHO 진료지침에서 다제내성결핵의 단기 치료법으로 인정받게 됐다. 

국내에서도 퀴놀론약제 감수성인 다제내성결핵 환자를 대상으로 델라마니드, 리네졸리드, 레보플록사신, 피라진아미드 4제를 병합해 9개월 치료하는 MDR-END 연구가 종료됐고, 기존의 장기 치료에 비해 치료결과가 열등하지 않음이 보고됐다. 그러나 아직 이 결과는 WHO 권고안에 포함돼 있지 않다.  

- WHO가 2022년에 발표한 다제내성결핵 치료 지침에서 이전과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WHO 지침과 국내 지침의 다른 점은?

BPaLM 단기치료를 다제내성결핵 치료의 제1순위에 올려 놓았다는 점이다. 그 다음 순위로 방글라데시 요법을 변형해 주사제를 베다퀼린으로 대체한 9개월 경구요법이 권고되며, 이러한 단기치료 선택이 어려운 경우에 장기치료를 권고한다.

최근 다제내성결핵 분야에서 빠른 변화가 있었고, 이에 따라 WHO 지침도 계속 개정돼 왔다. 그러나 국내 진료 지침은 2020년에 마지막으로 개정돼 아직 장기치료가 주된 권고 치료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 국내에서도 진료지침 개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나?

현재 국내에서도 결핵진료지침 개정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아마도 다제내성결핵 단기치료법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작업 완료는 올해 말이 목표이나, 다제내성결핵 분야만이 아닌 결핵 전 분야 지침을 개정하는 작업이므로 지연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예측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진료지침의 개정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약제 급여기준이 지침 개정과 함께 변경되어야만 실제 환자 진료에 적용될 수 있다. 진료 지침과 약제급여기준이 다를 경우 진료현장에서 혼선이 우려돼, 지난 진료지침 개정 시에는 개정안이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발표하지 않고 약제 급여기준의 개정을 기다린 적도 있었다. 

- 다제내성결핵 치료 최적화를 위한 국가 차원의 시스템 구축 현황은 어떠한가? 추가로 보강이 필요한 부분이 있나?

다제내성결핵은 현재 국내에서 장기치료가 주된 치료로 치료 중 환자관리가 중요하다. 정부에서는 다제내성결핵 컨소시엄을 구축하고 민간, 공공협력체계 구축, 신약 사전심사제도 운영, 신약 포함 결핵 진료비 전액 무상 지원 등 과거에 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신속한 퀴놀론 약제 내성 여부 진단을 위한 검사 키트 도입, 모든 결핵 환자 약제감수성검사 무상 지원, 리팜핀 약제감수성검사 결과 불일치 시 rpoB 유전자 염기서열결정법 무상 지원 등이 선행돼야 하며, 국내 진료지침 개정과 함께 신속히 단기치료를 도입하고 이에 따른 환자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국내 다제내성결핵 환자 수 감소에 따라 개별 환자에 초점을 맞춘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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