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 13~15일 개최
심부전 유발하는 특정 심근병증 타깃한 신약 개발 중
오재원 교수 "좋은 임상연구 결과 나온다면 현재 치료에 추가할 수 있을 것"

▲세브란스병원 오재원 교수(심장내과)는 13~15일 그랜드 워커힐에서 열린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Advance in Pharmacologic Management in Heart Failure: Shifting the Targets' 주제로 발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4개 기둥(4-pillars)이라 하는 네 가지 심부전 치료제가 확립됐지만 치료 미충족 수요(unmet needs)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계는 새로운 약물 타깃을 찾는 등 심부전 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국내외 심부전 가이드라인에서는 △RAS 억제제(안지오텐신수용체-네프릴리신억제제(ARNI)/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베타차단제 △염류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MRA) △SGLT-2 억제제 등 네 가지를 1차 약제로 권고한다.

그러나 이 네 가지 약제만으로 모든 심부전 환자의 예후를 개선하긴 어렵다. 예로 DAPA-HF 결과에 의하면, SGLT-2 억제제인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는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환자의 심부전 악화 또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등 1차 목표점 위험을 26% 낮췄다.

하지만 2년째 약 20% 환자에서 여전히 1차 목표점 사건이 발생했다. 즉 심부전 치료제 발전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약제가 필요한 환자가 존재한다. 

이에 심장학계에서는 심부전 치료 미충족 수요를 충족할 새로운 타깃을 찾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세브란스병원 오재원 교수(심장내과)는 13~15일 그랜드 워커힐에서 열린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Advance in Pharmacologic Management in Heart Failure: Shifting the Targets' 주제로 발표하며, 기대를 모으는 심부전 치료 타깃과 약제를 소개했다.

심부전 위험 높은 HCM 치료에 마이오신 저해제 '마바캄텐' 기대

학계가 관심을 가지는 새로운 타깃 중 하나는 심근수축과 관련된 마이오신과 액틴이다. 심부전 위험이 높은 비후성 심근병증(HCM) 환자의 심장은 마이오신과 액틴이 과도하게 연결돼 심근을 지나치게 수축시켜 심근 이완이 어렵다. 

HCM은 마이오신, 트로포닌, 액틴 등 유전자 변이로 유발될 수 있어, 유전자에 의해 형성된 단백질이 질환 발생에 중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이를 타깃하는 치료제 개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 약제가 BMS의 마이오신 저해제인 마바캄텐(제품명 캄지오스)이다. 마바캄텐은 마이오신과 액틴의 과도한 교차결합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최초 치료제다.

지난해 9월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했고,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마바캄텐은 2019년 발표된 폐색성 HCM 환자 대상 임상2상에서 좌심실 유출(LVOT) 폐색을 줄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공개된 EXPLORER-HCM 임상3상에서는 마바캄텐 투약 시 LVOT가 감소하고 심부전 바이오마커인 NT-proBNP도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수술을 고려해야 하는 필요성도 줄일 정도로 마바캄텐은 폐색성 HCM 환자의 증상을 개선시켰다.

아울러 마바캄텐을 1년 이상 사용한 환자의 LVOT 기울기(gradient)가 83mmHg에서 8mmHg로 감소했고 MRI 상 심근 두께도 얇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오 교수는 "마바캄텐이 (마이오신과 액틴의) 결합을 줄여, 치료 시 두꺼워진 근육이 얇아질 수 있다는 데이터가 계속 쌓이고 있다"며 "앞으로 HCM 치료가 달라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마바캄텐의 장기 데이터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DCM 치료 위한 'p38α 저해제' 개발 연구 고배

다른 타깃 연구 중

세브란스병원 오재원 교수(심장내과.
▲세브란스병원 오재원 교수(심장내과.

심부전의 또 다른 원인인 확장성 심근병증(DCM) 치료제 개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가시적 성과를 도출한 약제가 등장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증상성 DCM을 타깃한 미국 제약사 사이토카이네틱스의 ARRY-371797은 임상3상으로 넘어가지 못한 비운의 치료 후보물질이다. ARRY-371797는 p38α 저해제로, 예후가 좋지 않은 라민 A/C(LMNA) 유전자 변이로 인한 DCM 환자에서 p38α 미토겐 활성화 단백질 키나아제(MAPK) 신호전달 경로를 억제해 치료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ARRY-371797는 동물실험에서 심장기능이 좋아지는 듯한 양상을 보였고, 긍정적 연구 결과를 근거로 화이자가 회사를 인수해 ARRY-371797 임상2상을 진행했다.

임상2상 결과에 따르면, 6분 보행검사 결과가 개선되고 연장연구에서도 유지됐으며 NT-proBNP 수치도 감소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화이자는 우심실 변화 등 세부 데이터 분석 이후 ARRY-371797 임상3상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며 개발을 멈췄다. 

실패를 발판 삼아 사이토카이네틱스는 타깃을 바꿔 심장 트로포닌 활성제인 CK-136과 CK-586으로 심부전 환자 대상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다.

유전자 편집 기술로 심부전 치료 시대 맞이할까?

유전자 편집 기술로 심부전을 치료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대표적 기술인 크리스퍼(CRISPR-Cas9) 유전자 가위는 심부전을 야기하는 트랜스티레틴(TTR) 아밀로이드증 치료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TTR 아밀로이드증은 간에서 생산되는 TTR 단백질 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에 변형이 나타나 비정상적 단백질이 생성·응집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즉, 간에서 특정 단백질에 문제가 생기므로, 심장이 아닌 간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작용하면 된다.

이에 따라 진행된 원숭이 및 사람 대상 생체내 연구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유전자 편집 시 혈청 TTR 농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현재 임상2상이 진행 중이다.

간에 이어 심장을 표적한 단일염기편집기술(base editing)을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인간화 마우스 모델에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ABE)를 암호화하는 AAV9 바이러스 주사를 투약한 결과, 정상보다 두꺼워야 하는 심근 두께가 얇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오 교수는 이 같은 연구 흐름을 근거로 심부전 등 심혈관질환 치료제 개발 연구가 이전과 다른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FDA가 올해 초 쥐 또는 사람이 아닌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유래 심근세포에서 전기활성을 확인하면 약제로 허가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며 "특정 유전자 이상을 가진 환자를 찾고 이 환자의 심근세포를 만들어 약물을 스크리닝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전체 심부전이 아닌 심부전 원인인 특정 심근병증에 근거한 신약이 개발되고 있다"며 "임상3상까지 진행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현재 4대 심부전 치료제에 추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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