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김형관 교수(순환기내과)

대한심초음파학회 심근병증연구회 김형관 간사(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는 질환 인식 제고를 위해 연구회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대한심초음파학회 심근병증연구회 김형관 간사(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는 질환 인식 제고를 위해 연구회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다양한 심장질환 중 비대성 심근병증(HCM)은 심장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져 형태가 변형되고 기능이 악화되는 질환이다. 두꺼워진 심장벽은 좌심실 공간을 좁고 뻣뻣하게 만들어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게 만들고 심혈관계 합병증을 유발한다.

특히 두꺼워진 심장 근육이 좌심실 유출로를 막을 경우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oHCM)으로 분류한다. oHCM는 대동맥에서 전신으로 뻗어 나가는 혈류가 차단되기에 실신, 심부전, 심방세동, 심장 돌연사 등 심각한 증상을 야기할 수 있다.

그동안 수술 이외에 베타차단제, 칼슘채널차단제 등으로 oHCM 치료 시도가 이어졌지만 장기적 차원에서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웠다.

이런 가운데 캄지오스(성분명 마바캄텐)가 허가됐다. 캄지오스는 심장 마이오신과 액틴의 과도한 교차 결합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기전으로, 심장 기능과 운동 능력을 유의하게 개선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oHCM 질환의 인식은 부족한 상황. 이에 한국심초음파학회는 비후성 심근병증 연구회를 발족했다. 질환 인식을 높이고 환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연구회 간사를 맡고 있는 서울대병원 김형관 교수(순환기내과)는 HCM 진단율이 저조한 이유는 질환 인식이 떨어지는 데 있는 만큼, 이를 알리기 위해 연구회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 HCM 환자 85%는 미진단 상태로 추정된다. 

서구권 국가에서 3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조사한 결과, HCM 유병률은 전체 인구 500명당 1명이었다. 이후 일반 인구까지 조사 폭을 넓히자 200명 또는 300명당 1명이었다. 이는 HCM 환자 중에서도 일부만 질환을 인지하거나 치료 필요성을 느끼고 의료기관을 방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증상이 경미하거나 없는 등 발현 정도는 환자마다 다를 수 있다. 환자 본인이 HCM을 보유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숨겨진 환자가 많은 이유다.

- 연구회 발족 계기와 목표도 궁금하다.

과거에는 치료법이 전문했다. 두꺼워진 심근을 수술로 절제하거나 알코올 심실중격 절제술 등이 도입되면서 HCM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이후 관심이 생겼고, 당시 서울대병원에도 심근증 클리닉이 신설됐다. 그러나 관심이 높아진 만큼 효과적인 치료법은 없었고 돌연사 위험만 부각돼 불안감만 커졌다.

이런 가운데 캄지오스가 등장하면서 학회에서도 HCM 인지도를 높이고, 진단 및 치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불안감을 없앨 필요성을 느꼈다. 이게 연구회가 발족하게 된 계기다.

- 국내 HCM 레지스트리를 구축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HCM 관련 데이터는 대부분 미국과 유럽에서 수집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 집적한 데이터지만 일부에 불과하다.

그래서 국내 현황 파악부터 시작해 이를 바탕으로 HCM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진료지침을 만들고자 레지스트리 구축을 준비하게 됐다.

또 HCM은 경미한 증상부터 심한 환자까지 다양한 만큼 국내 환자의 예후와 사망률이 미국, 유럽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하는 취지도 있다.

레지스트리 구축을 통해 다음 세대 의료진들이 더 높은 치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고자 한다.

- HCM 질환 인식을 높이기 위한 게 무엇보다 필요해 보인다. 

그동안 수많은 환자를 진료하면서 예상치 못한 내용을 궁금해 하는 환자도 있었고, 질환 정보를 접할 채널이 부족하는 것을 체감했다. 이에 일반인 또는 환자에게 질환 정보를 공유하고자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홍보활동을 계획 중이다.

우선 의료진을 대상으로 HCM 최신 치료 지견을 공유하기 위한 웨비나를 10월 중에 개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한국심초음파학회 공식 유튜브 채널을 신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HCM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릴 수 있는 영상을 만들어 업로드할 계획이다.

- 연구회 차원에서 또 계획하고 있는 활동이 있다면.

장기 목표 중 하나는 진료지침 개발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HCM 진료지침이 제정돼 최신 치료지견이 나올 때마다 업데이트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 지역은 제대로 된 진료지침이 개발되지 않았다.

앞으로 3~4년 안에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첫 진료지침 또는 전문가 합의안을 제정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HCM 치료제 캄지오스가 출시됐다.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나.

그동안 HCM 치료 분야에서는 환자와 의료진의 의학적 수요가 모두 충족된 적이 없었다. 이런 점에서 심장 마이오신을 표적해 직접 억제할 수 있는 캄지오스는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캄지오스는 EXPLORER-HCM 연구에서 NYHA 등급과 pVO2, LVOT 압력차 등 주요 지표를 위약군 대비 개선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는 수술을 고려하지 않아도 될 만큼 증상을 개선시킨 것을 의미한다. 특히 환자 본인이 증상 개선을 주관적으로 느끼지 못하더라도 상당수 환자에서 유의한 운동 능력 개선이 이뤄졌다.

현재 캄지오스는 적응증이 oHCM에만 국한돼있지만, 비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과 좌심실 박출률 보존 심부전에도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 결과에 따라 적응증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좌심실 박출률 보존 심부전은 SGLT-2 억제제 이외에 치료옵션이 없는 상황인 만큼 향후 캄지오스는 이 영역에서도 중요한 옵션이 될 것이다.

- 진단과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 않나.

HCM 진단은 심초음파 검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이를 진행하는 건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사실상 어렵다. HCM이 의심되는 환자가 올바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학회 차원에서 치료환경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겠다.

아울러 환자들도 돌연사를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서 부정맥, 심부전, 심방세동 등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심혈관계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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