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ENT-HF, 안트라사이클린 치료받은 생존자 대상 심부전 예방 가능성 조사
1차 목표점 'LVWT/Dz', 위약군 대비 카르베딜롤군 개선되지 않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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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심부전 적응증을 가진 베타차단제인 카르베딜롤이 소아암 생존자의 심부전 예방에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카르베딜롤은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항암제로 치료받은 소아암 장기 생존자의 심장기능을 개선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PREVENT-HF 무작위 이중맹검 임상2b상에서 확인된 결과로,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항암제에 노출된 소아암 장기 생존자의 심부전 예방을 위해 카르베딜롤을 투약해야 한다는 것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연구 결과는 The Lancet Oncology 1월 9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안트라사이클린-심부전, 용량 의존적 연관성

암 환자에게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항암제를 투약하면 심장손상이 나타나 심부전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항암제는 소아암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사용되며, 심부전 발생과 용량 의존적 연관성이 보고된다. 

카르베딜롤은 임상에서 심부전 환자의 심장기능을 개선하는 약제로 사용된다. 카르베딜롤은 베타-1과 베타-2 수용체를 모두 차단해 심근 기능을 향상시키고 심장 비대를 감소시킨다. 또 알파-1 수용체를 차단해 혈관을 확장시키므로 심장으로 들어오는 혈액량이 증가해 심박출량이 유지되게 함으로써 심부전을 개선시킨다.

그러나 카르베딜롤이 고용량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항암제에 노출돼 심부전 위험이 높은 소아암 장기 생존자에서도 심장보호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연구되지 않았다. 

PREVENT-HF 임상2b상은 심부전 고위험군인 소아암 장기 생존자를 대상으로 저용량 카르베딜롤이 심부전 발생 위험을 낮추고 안전한지 평가하고자 진행됐다. 

"심부전 예방 위한 카르베딜롤 사용 뒷받침하지 않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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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3일~2020년 6월 22일 미국과 캐나다의 30곳 의료기관에서 암을 진단받았고 21세까지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항암제 누적 노출량이 250mg/㎡ 이상인 환자 183명이 연구에 포함됐다.

이들은 최소 2년 전 암 치료를 완료했다. 평균 나이는 24.7세였고 50%가 여성이었다. 

전체 환자군은 박출률이 50% 이상 또는 구획 단축률이 25% 이상이거나 두 가지 모두 해당됐으며 체중은 40kg 이상이었다.

진단받은 암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 골육종,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비호지킨 림프종, 호지킨 림프종 등이었으며, 암 진단 이후까지 중앙값 시간은 13.6년이었다. 

이들은 카르베딜롤군(89명)과 위약군(93명)에 1:1 비율로 무작위 배정돼 2년간 치료받았다. 카르베딜롤군은 1일 3.125mg부터 12.5mg까지 용량을 상향적정했다. 1차 목표점은 표준화된 좌심실 벽 두께-치수 비율 Z점수(LVWT/Dz)로, 1회 이상 약물을 투약한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mITT 분석을 통해 두 군 간 차이를 조사했다. mITT 분석에 해당된 환자군은 카르베딜롤군 75명, 위약군 76명이었다. 

725일 동안(중앙값) 추적관찰한 결과, LVWT/Dz는 카르베딜롤군 -0.14, 위약군 -0.45로 조사됐다. 두 군 간 LVWT/Dz 차이는 0.31였고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P=0.14).

안전성 측면에서 카르베딜롤군 중 2명(2%)에게서 2등급 이상의 이상반응이 2건 보고됐다. 1건은 숨가쁨, 1건은 관절통이었다. 위약군에서는 이상반응이 보고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3등급 이상의 이상반응과 사망 사례는 없었다.

다만, 심장 건강 악화를 보여주는 초기 바이오마커인 수축기말 좌심실벽 긴장도는 카르베딜롤군이 위약군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P=0.023). 이는 카르베딜롤군 중 생존 기간이 10년 미만인 환자군보다 20년 이상인 이들에게서 크게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시티 오브 호프 종합 암센터 Saro H. Armenian 박사는 "저용량 카르베딜롤이 심부전 고위험인 소아암 장기 생존자에게 안전한 것으로 보이지만, 위약 대비 LVWT/Dz를 크게 개선하지 않았다"며 "이는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항암제에 노출된 암 생존자의 2차 심부전 예방을 위해 카르베딜롤을 투약해야 한다는 것을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1차 목표점 달성 실패 원인, 짧은 추적관찰 기간 때문?

이번 연구에서 카르베딜롤이 소아암 장기 생존자의 심장기능을 개선하지 않아 심부전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이유는 짧은 추적관찰 때문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네덜란드  Princess Maxima Medical Center의 Jan M. Leerink 박사는 논평을 통해 "1차 목표점에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확인하기엔 추적관찰 기간이 짧아 유의한 결과를 얻지 못했을 수 있다"며 "소아암 생존자는 생애 전반에 걸쳐 심부전 위험이 높을 수 있지만 대다수가 짧은 기간에 심부전이 발생할 위험이 없다. 이 때문에 카르베딜롤의 심부전 예방 혜택이 나타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LVWT/Dz와 심부전 발생 간 연관성은 다른 심장초음파 검사만큼 입증되지 않았다"며 "향후 연구에서는 좌심실 박출률 또는 나트륨이뇨펩타이드 등을 평가요인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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