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백신의 한계...'효과'로 무장한 싱그릭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신약이 필요한 질환은 암, 희귀질환뿐 아니라 어느 질환에도 존재한다.

진료현장에서는 다른 질환에 비해 치료옵션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경우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데 애로를 겪기도 한다. 이는 의료진이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신약이 개발되길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신약이 개발되고 실제 진료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더라도 어떤 환자에게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는 막막하기도 하다.

본지는 진료현장에서 직접 환자를 만나는 전문의에게 신약에 거는 기대가 무엇인지 들어봤다.

GSK 대상포진백신 싱그릭스를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는 △연세거평의원 박광일 원장 △서울배내과 배현미 원장이 참여했다.

① 대상포진백신 막강한 경쟁자 싱그릭스 등장
② 싱그릭스 이상반응은 단점...개선 필요

왼쪽부터 서울배내과 배현미 원장, 연세거평의원 박광일 원장.
왼쪽부터 서울배내과 배현미 원장, 연세거평의원 박광일 원장.

- 그동안 대상포진백신 시장은 독주 체제였다.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배현미(이하 배) : 대상포진백신 기존 제품의 외국 데이터를 보면 고령층에서 특히 효과가 떨어진다. 그럼에도 대상포진 예방 필요성 때문에 접종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생백신의 한계도 있다. 대상포진 백신이 필요한 면역 저하 환자들이 접종 대상이 돼야 하지만, 면역억제제로 치료 중이거나 항암 치료 중이라면 생백신을 접종할 수 없다. 또 백신의 장기 효과가 떨어지고 백신 접종 후 감염돼 온 사례도 있다.  

박광일(이하 박) : 예방 접종에도 불구하고 대상포진에 감염된 환자들을 보면 효과를 의심하게 되는 게 사실이었다. 환자들은 평생 한 번만 접종하면 된다는 광고를 보고 병원을 찾곤 하는데, 사실 이는 과장되고 왜곡된 광고로 볼 수 있다.

국산 제품도 있지만, 이 제품은 공개된 데이터가 없어 회사 측의 설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때문에 국산 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신뢰도가 더 떨어진다. 사실 국산 제품은 비교적 최근 출시돼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것도 안다.

: 생백신은 50대에서 69.8%, 80대에서 18%의 효과를 보여 나이가 들수록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결과를 보였다. 또 면역원성을 유지한 기간을 보면 5년이 지난 뒤 21%, 7년 후에는 4%로 떨어져 효과면에서 아쉽다.
국내 개발 대상포진 백신은 효과는 기존 생백신과 비교해 비열등성 보여줬지만 대상포진 후 신경통 예방효과 데이터는 없어 도입하지 않았다.

- 현장에서 보는 국내 대상포진 현황은 어떤가. 

: 최근에는 대상포진 발병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수두 백신을 1회 접종에서 끝내기에 항체를 보유한 기간이 짧아져 대상포진 발병 연령이 젊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만성질환, 스트레스, 수면장애 등도 대상포진 감염의 원인이다. 

대상포진은 항체 보유 기간에 따른 면역 기능 작용으로 예방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재감염이 당연하다. 실제 10년 내 대상포진 재감염율은 7~8% 내외로 알려지며, 일부 연구에서는 80대 이상 환자의 절반 이상은 재감염으로 보고 있다.

: 고령층이나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의 경우 대상포진 감염률이 높다는 결과를 보면 면역력이 감염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당연하다. 나이가 들면서 여러 질병이 발생하는 원인은 면역력 때문이라는 결론에 수렴한다. 

- 싱그릭스가 국내 출시된지 곧 1년이다. 현장 반응은 어떤가.

: 영업사원에게 싱그릭스 가격을 듣고 수요가 있을까 싶었다. 아무리 효과가 좋더라도 기존 제품에 비해 가격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접종을 원하는 환자들이 예상보다 많아 놀랐다. 최근에는 항암 치료 후 접종을 원하는 분들도 있다. 

: 접종 후 5년 뒤 80대에서도 대상포진 효과가 91.4%로 유지되는 싱그릭스가 출시되길 누구보다 기다렸다. 그리고 많은 환자들이 실제 접종했다. 그러나 가격적인 면은 여전히 한계다.

기존 제품인 대상포진 생백신과 달리 싱그릭스는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으로 면역저하자에게 사용할 수 없었던 한계를 극복했다. 실제 면역저하자를 대상으로 싱그릭스의 효과와 안전성을 추가 검토한 결과,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은 사람에서 68.2%, 혈액암 환자에서 87.2%, 잠재적 면역매개질환을 가진 환자에서 90.5%의 대상포진 예방 효과를 보였다. 

일례로 환자 중 한 명은 다발골수종 항암 치료가 예정돼 있는데, 싱그릭스 접종이 가능하냐는 문의을 받은 적도 있었다. 

미국 예방접종전문위원회(ACIP) 가이드라인에는 면역억제제를 이용한 치료를 받았다면 치료 1개월 후 싱그릭스 2차 접종이 가능하다고 권고돼있다. 개원가에서는 이런 상황이 흔치 않겠지만, 혈액종양내과 혹은 종양내과가 있는 대학병원에서는 관련 문의가 많을 것 같다.

- 싱그릭스 연구에서 주목할 부분은 무엇인가. 

: 당연히 효과다. 70대 이상을 대상으로 한 ZOE-70 연구에서 대상포진 예방률은 약 80%로 집계됐다. ZOE-50 연구 결과와 같이 보면 거의 90%에 달한다. 고령층에서도 이 같은 대상포진 예방 효과를 갖는다는 것은 기존 제품 대비 상당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 효과 측면을 보면 기존 제품보다 확실한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진료현장에서 환자에게 처방할 때 더 신뢰도가 올라갈 것이다.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부분은 항체 보유기간이다. 리얼월드 데이터는 계속 쌓여가겠지만, 연구 결과 발표 당시와 어떤 차이가 있을지, 비슷한 결과로 수렴될지 궁금한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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