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은 절대 반대...공공정책수가, 의료사고특례법 제정 등 요구
임준 교수 "필수 및 지역의료에 필요한 의사 증원 반드시 필요"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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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최근 응급실 뺑뺑이 사건과 소아청소년과 붕괴 등 필수의료 분야에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의사 증원이라는 카드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듯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건정책심의위원회 산하 전문위원회를 통해 의사 인력 확충과 필수·지역의료 강화하기 위한 준비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환자 단체 등 보건의료 수요자와 의료·교육·법률·통계·언론·재정 등 다양한 직역 전문가를 포함한 의사인력 전문위원회와 필수의료확충 전문위원회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의사 증원은 절대 간단치 않은 문제다. 복지부가 이 문제를 오랫동안 풀지 못한 이유도 의사들과 시민단체, 공공의료를 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대한의사협회는 결사 항전의 의지를 보이며 의사 수는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하고 있고,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들은 필수 및 지역의료가 더 이상 망가지지 않게 하기 위해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의사 수 증원과 관련된 기획 기사를 준비했다. 

1. 의사 수 증원 두고 여전히 팽팽히 나뉘는 의견들 
2. 증원된 의사들이 필수의료와 지역에 자리잡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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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은 의대 증원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2.5명으로 적다는 지표가 왜곡됐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우리나라 의사들의 연간 외래 진료 횟수가 14.7회로 압도적 1위라는 것이다. 

의협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의대 정원 증원으로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 토론회에서 우 원장은 "의사 수 증대는 곧바로 의료비 증가로 이어지며, OECD 국가 대부분 의사 수 증대 정책을 펼치지는 않는다"고 자신의 입장을 정리했다.

이어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몇몇 교수의 보고서에 대해 의사 수요와 공급, 의사 임금에 대한 왜곡이 있고, 향후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의사의 1인당 생산성 증대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현재 의대 정원을 유지해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OECD 평균 수치를 따라잡아 오는 2048년에는 OECD 평균인 5.82명을 넘어설 것이란 주장이다. 

의협 김이연 대변인은 정부가 의사 수를 증원하는 정책을 펴기 전에 의사들의 현재 상태를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응급의학과나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과는 온콜 당직 또는 과도한 근무시간으로 직업 만족도와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필수의료 분야의 기피 현상으로 나타나고, 소수의 의사 인력이 과도한 업무를 부담하면서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정부가 의사 수를 늘리는 정책을 하기 이전에 수가 인상, (가칭)의료사고특례법 제정 등 근무 여건 향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각적 모색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또 "우리나라 의사가 의료과실로 경찰 조사나 형사재판을 받은 건수 및 유죄율이 일본이나 영국, 독일보다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필수의료 분야에서 불가항력적으로 생기는 의료사고는 형사처벌을 면제할 수 있는 법적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필수 및 지역의료 의사 증원 아니면 의미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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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수 증원에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단순하게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라 입을 모은다. 공공의대 등을 통해 배출된 의사들이 필수 및 지역의료에 종사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서울특별시 공공보건의료재단 김창보 전 대표이사는 의사 수만 늘려서는 필수의료가 겪는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전 대표이사는 "정부가 지금의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해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필수의료 분야에 의사를 구할 수 없는 똑같은 현상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일 의협이 복지부가 요구하는 대로 끌려가다 보면 결국 의사 수만 늘리게 돼 개원의들의 경쟁만 더 늘리게 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시립대학 도시보건대학원 임준 교수도 의사 수만 늘리면 필수 및 지역의료의 붕괴를 막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임 교수는 "의사 수를 늘리는 목적은 필수 및 지역의료에 필요한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과거처럼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향이라면, 졸업 후 서울·경기 지역으로 쏠리는 현상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필수 및 지역의료를 살리려면 공공의대를 설립해야 한다는 게 임 교수의 주장이다.

임 교수는 "현재 지역 의대에서 지역균형선발로 학생을 선발하지만, 이들이 대부분 지역에 남지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선발과 교육, 수련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더불어 공공의대를 설립해 붕괴하는 필수 및 지역의료를 살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광역시의료원 조승연 원장도 늘린 의사들이 필수 및 지역의료에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임 교수 주장에 동의했다. 

조 원장은 "최근 의사 수 증가라는 논의가 시작되면서 기존 국립의대에 TO를 더 주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반대"라며 "그렇게 되면 공공의료나 필수의료에 필요한 의사를 양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 수를 늘리기 위해 정부가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선발구조부터 양성 등을 달리해 이들이 필수의료에 근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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