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치료제 용량·제형 변경 시도가 대부분…신약 개발은 미미
"국내 탈모 치료제 연구 기간 짧아…비용 및 연구 인력도 부족"
JW중외제약·에피바이오텍 새 기전 치료제 개발 시도, 아직 초기 단계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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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글로벌 제약사의 새로운 탈모 치료제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약사도 개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대부분 업체가 아직 기존 치료제의 개량 신약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를 개발 중이나 아직 초기 단계다.

전 세계 탈모 인구의 꾸준한 증가에 따라 탈모 치료제 시장은 성장이 예견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탈모 치료제 시장은 2028년까지 연평균 8% 성장해 19조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최근 마땅한 치료법이 없었던 중증 원형 탈모에 치료제가 2개 등장하면서, 치료 가능한 탈모 영역은 더 넓어졌다. 릴리 '올루미언트'가 지난해 6월, 화이자 '리트풀로'가 올해 6월 원형탈모증 치료제로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현재 탈모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약물은 경구제인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경구제 또는 국소도포제인 미녹시딜이다.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는 안드로겐성 탈모 치료에, 미녹시딜은 안드로겐성 탈모와 원형 탈모 치료에 모두 쓰인다.

미녹시딜은 직접적인 발모 효과로 원형 탈모 치료에 사용되긴 했으나, 원형 탈모를 적응증으로 허가받은 약물은 아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원형 탈모는 스테로이드 또는 국소도포제 사용으로 치료가 가능하나 중증 원형 탈모의 경우 이전까지 치료 방법이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 올루미언트와 리트풀로가 허가를 받으면서 새로운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올루미언트의 경우 원형 탈모뿐 아니라 여러 면역 질환에 이미 허가를 받은 치료제였던 만큼, 향후 비슷한 기전의 치료제들이 원형 탈모 적응증을 노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해외에서는 새로운 원형 탈모 치료제 개발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제약사, 기존 치료제 용량 및 제형 변경 연구

반면 국내 제약사들은 주로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 등 기존 치료제의 용량 및 제형을 변경해 편의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약물을 개발 중이다.

유한양행 자회사인 애드파마, 유유제약는 두타스테리드의 개량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애드파마는 최근 유럽모발학회 학술대회(EHRS 2023)에서 기존 0.5mg 캡슐을 0.2mg 정제로 개량한 임상3상 결과를 발표했다.

두타스테리드는 부작용 우려로 저용량 제품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 이 같은 미충족 수요를 채우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피나스테리드는 이미 저용량과 고용량 두 가지 제품이 존재한다.

유유제약은 기존 두타스테리드의 3분의 1 크기로 정제 사이즈를 줄인 'YY-DUT' 임상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사이즈를 줄여 환자의 복용 편의성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다.

종근당과 대웅제약은 경구제인 기존 제품을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개발하는 연구에 나섰다. 종근당은 지난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두타스테리드 주사제인 CKD-843의 임상1상을 승인받고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은 인벤티지랩, 위더스제약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피나스테리드 주사제 IVL3001, IVL3002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IVL3001은 지속 기간이 1개월인 제품으로 국내 임상3상을 준비하고 있으며, 3개월 제품인 IVL3002는 호주 임상 1/2상을 준비하고 있다.

1일 1회 복용해야 하는 기존 경구제는 복약 순응도가 떨어지면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한번 투여 시 1~3개월 효과가 지속되는 주사제가 개발되면 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작용 줄일 신약 필요하지만...개발 시도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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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제약사가 기존 치료제를 개량해 편의성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으나, 이를 통해 한계점을 모두 뛰어 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기존 치료제가 가진 부작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피타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는 우울증과 발기부전, 간 기능 이상 등 부작용 우려가 있다. 가임기 여성은 태아의 생식기 발달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녹시딜 역시 피부 자극 및 다모증, 저혈압 등 부작용이 존재한다. 최근 원형 탈모 치료제로 승인받은 JAK억제제 계열 치료제도 부작용 이슈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부작용 우려를 줄일 수 있는 탈모 신약 개발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국내 제약사의 개발 움직임은 그리 활발해 보이지 않는다. 신약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도 이유지만, 국내에서 탈모 관련 연구에 관심을 가진 지가 얼마 되지 않아 연구 인력도 부족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에피바이오텍 성종혁 대표(연세대 약학과 교수)는 “신약 개발에 많은 비용이 들다 보니 제약사들이 아직까지는 기존 치료제를 변형해 빨리 매출을 낼 수 있는 연구를 주로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에서는 탈모가 미용이 아닌 질병의 영역에서 다뤄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암 등 주요 질환에 비해 지속적으로 연구를 해온 인력도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서야 탈모가 이슈가 되고 탈모 치료제와 같은 해피드럭이 각광을 받으면서 시장은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남성형 탈모 위주로 형성됐던 탈모 치료제 시장이 이제는 원형 탈모쪽으로 많이 커지고 주목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 기전 치료제 개발, 이제 시작 단계

국내에도 기존 치료제와 완전히 다른 기전의 탈모 치료제를 개발 중인 업체들이 있다. JW중외제약은 Wnt신호전달경로 기반의 신약후보물질 JW0061을 연구 중이다.

Wnt 신호전달경로는 배아 발생 과정에서 피부 발달과 모낭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피부 줄기세포가 모낭 줄기세포로 변해 모낭으로 분화하는데 필요하다. 특히 모근 끝에 위치해 모발의 성장과 유지를 조절하는 모유두(Dermal Papilla) 세포 증식에 관여한다. 

JW0061은 피부와 모낭 줄기세포에 있는 Wnt 신호전달경로를 활성화해 모낭 증식과 모발 재생을 촉진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전임상 연구에서 JW0061, 표준치료제, 위약을 각각 실험부위에 도포한 결과, 약물 도포 시작 34일째 위약군 대비 우수한 모발 성장과 모낭 신생성 효과를 확인했다. 표준치료제 대비 동등 이상의 발모 효과를 검증했으며, 표준치료제 병용요법에서는 최대 발모 효과를 냈다.

회사 측은 JW0061이 안드로겐성 탈모증, 원형 탈모증에 치료 효과가 우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한국,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10여개국에 JW0061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내년 상반기 임상시험 개시를 목표로 현재 GLP(비임상시험규정)에 따른 독성 평가를 수행 중이다.

최근 코넥스에 신규 상장한 에피바이오텍도 다양한 기전의 탈모 치료제를 동시에 개발 중이다.

대표적 파이프라인인 EPI-001은 환자의 모낭을 채취해 분리한 모유두 세포를 대량으로 배양한 뒤 환자에게 이식하는 세포치료제다. 목표 적응증은 안드로겐성 탈모다.

전임상 연구에서 쥐에 EPI-001을 투여하자 그 부위에서만 국소적으로 모발이 나는 것이 확인됐으며, 돼지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투여 한 달 후 모발 수는 40%, 모발 무게는 30% 증가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회사는 연내 EPI-001 임상1상 진입을 계획하고 있다.

항체치료제 후보 물질인 EPI-005는 원형 탈모와 안드로겐성 탈모 치료를 모두 목표로 한다. EPI-005는 염증성 두피에 과발현 돼 탈모를 유발하는 CXCL12를 타깃하는 치료제다.

CXCL12는 모낭의 진피 및 표피 영역에 발현된 CXCR4와 결합해 모발 성장기를 억제하고 퇴행기를 유도하는 STAT3/5 단백질의 활성을 자극해 탈모를 유발한다. EPI-005는 중화항체로 STAT활성을 감소시켜 모발 퇴행기를 억제해 성장기로 유도함으로써 발모를 촉진하는 기전이다.

다만 이들 치료제는 아직 임상 연구 단계에 진입하지 못한 상태로 개발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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