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중앙대병원 연구팀, 원형탈모 증상 쥐에서 질병 유발 세포군 확인
가상기억 T세포에서 항원 비특이적 반응으로 활성화된 세포군이 원형탈모 유발

▲(좌부터) 중앙대병원 석준 교수, KAIST 의과학대학원 박수형 교수.
▲(좌부터) 중앙대병원 석준 교수, KAIST 의과학대학원 박수형 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연구팀이 원형탈모를 일으키는 원인 면역세포를 찾았다.

중앙대병원(병원장 권정택) 피부과 석준 교수와 KAIST 의과학대학원 박수형 교수, 신의철 교수, 조성동 연구원은 원형탈모 환자의 피부조직 및 혈액과 원형탈모를 유도한 쥐의 피부조직 및 림프절 혈액을 분석한 결과, 가상기억 T세포(Virtual memory T cell)로부터 유래된 새로운 면역세포군이 원형탈모 발병 원인임을 규명했다.

모낭을 침범하는 염증성 자가면역질환인 원형탈모는 유병률이 1~2%인 비교적 흔히 발생하는 탈모 질환이다. 원형 형태로 탈모반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으로 머리털부터 우리 몸의 모든 털에서 발생해 전신 탈모로도 진행될 수 있다. 원형탈모 환자들은 외모에 많은 변화가 생기고 치료가 어려워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발병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다.

가상기억 T세포는 항원 특이적 자극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활성화된 면역 기능을 이미 갖고 있는 세포군이다. 이들은 바이러스, 박테리아, 기생충 감염 등을 조절하거나 암세포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졌다.

연구팀은 원형탈모를 유도한 쥐의 피부조직과 림프절 분석을 통해 원형탈모 증상이 있는 쥐에서만 선택적으로 병을 일으키는 세포군이 존재함을 알아냈으며, 이들이 유도되는 과정을 규명했다. 

또 면역세포로부터 분비되는 면역조절 단백질인 '사이토카인(IL-12, IL-15, IL-18)'이 가상기억 T세포를 활성화시켜 높은 세포독성 능력을 갖는 면역세포군으로의 분화를 일으키고, 이렇게 활성화된 면역세포는 수용체(NKG2D)를 통해 항원 비특이적인 세포독성 작용으로 모낭세포를 파괴해 원형탈모를 유발시키는 것을 발견했다. 

아울러 사이토카인과 수용체(NKG2D) 기능을 억제하면 원형탈모 발생을 막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가상기억 T세포에서 항원 비특이적인 반응으로 활성화된 세포군이 원형탈모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밝혔으며, 나아가 만성 염증질환과 자가면역질환의 병인 및 치료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원형탈모 발생 기전. 가상기억 T세포가 항원-비특이적인 사이토카인 자극을 받아 활성화되면 높은 세포독성능을 갖는 새로운 면역세포로 분화가 일어나고, 이 세포군이 세포독성 물질을 내보내 모낭을 파괴하여 원형탈모를 일으키게 된다.
▲원형탈모 발생 기전. 가상기억 T세포가 항원-비특이적인 사이토카인 자극을 받아 활성화되면 높은 세포독성능을 갖는 새로운 면역세포로 분화가 일어나고, 이 세포군이 세포독성 물질을 내보내 모낭을 파괴하여 원형탈모를 일으키게 된다.

석준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원형탈모가 발생한 쥐뿐 아니라 원형탈모 환자로부터 얻은 조직과 혈액을 분석해 인체에서도 가상기억 T세포 역할이 있을 가능성이 높음을 확인했다. 원형탈모 질환을 이해하고 새로운 세포군을 명확히 규명하는 데 도움 됐다"며 "이 결과를 토대로 새로 규명한 세포군이 생성되는 것을 제어하고, 원형탈모 유발 원인을 선택적으로 치료함으로써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높이는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수형 교수는 "이번 결과는 가상기억 T세포가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 않고 항원 비특이적 자극에 의해 활성화된 후 오히려 염증질환을 유발할 수 있음을 최초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학문적·의학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며 "추가 연구를 통해 항체 신약을 개발한다면 다양한 만성 염증질환의 발생에 대한 새로운 치료전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 4대 과학기술원 공동연구프로젝트, 대한모발학회 기초분야 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Nature Immunology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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