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 시간∙투자 비용 천정부지...AI로 눈길 돌리는 국내사
국내 AI 신약 개발 기술력 부족?...아직은 '춘추전국시대'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신약 개발은 제약사의 숙명과도 같다. 다만, 그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다. 신약을 허가받기 위한 임상에 수천억원,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만큼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룸의 법칙(Eroom’s Law, 신약 개발 효율성이 떨어지는 현상을 반도체 기술이 18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Moore’s Law[무어의 법칙]을 거꾸로 해 풍자적으로 만든 것)이라는 표현처럼 신약 개발에 투입되는 자원은 천정부지로 증가하고 있다.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이에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에 투자되는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 도구(Tool) 중 하나가 인공지능(AI)이다. 현재 AI 신약 개발은 제약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AI 신약 개발은 어디까지 왔을까? 

① 신약 개발 필요하지만…자본 부족한 국내사, AI로 눈길
② 국내 AI 신약 개발 현 단계, '제약-AI' 협업 증가세
③ 국내 AI 신약 개발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신약 개발 필요하지만…자본 부족한 국내사, AI로 눈길

신약 개발에 있어 AI가 필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10년 넘게 걸리는 긴 개발 기간, 수천억원이 드는 개발 비용, 그리고 1%도 안 되는 성공 확률의 3대 신약 개발 문제를 AI로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분자·단백질 간 유사성, 분자와 단백질의 관계 등을 학습한 AI가 사람이 일일이 데이터를 찾아 분석하던 작업을 자동으로 진행해 준다면 업무의 효율성이 향상될 수 있다.

약물 설계뿐만 아니라, 유전체 등 바이오 데이터 분석 또한 마찬가지다. 현재 AI를 통해 수많은 바이오 데이터가 생산되고 있으며, 이 데이터로부터 신약개발 과정에 필요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유전체 데이터는 방대한 정보를 담고 있어 분석이 쉽지 않다. 인간의 단백질은 2만개 이상으로 각각의 단백질에 다양한 변이가 존재할 수 있다.

AI는 유전자상 특정 변이 여부와 질병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해 질병의 원인을 찾거나 바이오마커로도 활용될 수 있다.

AI를 통해 신약 개발이 활성화되면 의약품 시장이 확장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전 세계 제약산업의 성장률은 5%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의 시장 규모는 2014년 1279조원에서 2021년 1666조원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른 R&D 비용도 같은 기간 187조원에서 309조원으로 큰 증가세를 보였다.

국내 의약품 시장도 성장을 거듭했다. 2014년 16조원에서 2021년 25조원으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상장사 R&D 투자 비용도 2013년 8800억원에서 2022년 2조 47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국내 시장 규모와 R&D 비용 모두 성장세를 보였지만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과 비교하기엔 역부족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 신약 개발 전문위원회 한태동 위원장(동아에스티 상무)은 “국내 제약사는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영업이익이 적다 보니 R&D 투자에서도 많은 차이가 난다. 글로벌 30대 제약사의 평균 신약 개발 비용은 48억달러(약 6조 3200억원)”라며 “화이자, 머크, 노바티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룬드벡도 1년에 3조원가량을 R&D에 투자한다. 이처럼 해외 10대 제약사의 연간 평균 R&D 투자 비용은 12조원에 달하는데 주요 국내 제약사는 1% 수준인 1000억원을 R&D에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자본과 기술력이 부족한 국내 제약사는 MOU를 통해 AI 신약 개발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해외에 비해 사업 모델은 단조롭다고 평가된다.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AI 신약 개발 스타트업은 약 220여 개로 AI가 우선 적용됐던 정보 수집과 후보물질 발굴 분야에 집중돼 있다.

또 국내 AI 기업은 유전자 분석 사업을 진행하는 기존 사업모델을 바이오마커 발굴 분야로 확장하는 경우가 많다. 또 처음부터 생물정보학 및 IT 기술 기반의 신규 후보물질 발굴, 정보 수집 및 통합 모델 등을 갖고 창업하는 경우가 많아 창의성 면에서 뒤처진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단조로운 사업모델 지적에 대해 AI 신약 개발 전문 기업 온코크로스 김이랑 대표는 국내 AI 기업의 기술성이 부족하다기 보다는 기술을 필요로 하는 제약사의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김 대표는 “AI 신약 개발이 신약 개발이라는 한 카테고리로 묶이지만 여러 영역이 존재한다. 약물 구조 디자인, 임상 환자 구분, 약물 적응증 모색 등 다양한 분야의 AI 기업이 있다”며 “따라서 각 제약사는 필요한 영역에 따라 각기 다른 회사와 협력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국적 제약사도 많게는 30여 개사와 협업하고 있다”며 “그 이유 중 하나는 기술의 우위성을 완전히 보여준 회사가 없기 때문이다. 아직은 춘추전국시대라고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