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출신 제약바이오업계 전문가들을 만나다]
타깃 발굴 능력은 뒤쳐지지 않아...성공·실패에 대한 경험 모두 중요
임상현장 미충족 수요·시장성 면밀히 조사한 후 '목적의식' 가져야

본지는 창간 22주년을 맞아 의사 출신 제약, 컨설팅, 바이오 벤처,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전문가들에게 우리나라 신약 개발 방향성을 들어봤다. 사진= 왼쪽부터 메디라마 문한림 대표, 유한양행 김열홍 R&D 총괄 사장, 지아이셀 이우열 상무, 서울CRO 이대희 대표 ⓒ메디칼업저버
본지는 창간 22주년을 맞아 의사 출신 제약, 컨설팅, 바이오 벤처,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전문가들에게 우리나라 신약 개발 방향성을 들어봤다. 사진= 왼쪽부터 메디라마 문한림 대표, 유한양행 김열홍 R&D 총괄 사장, 지아이셀 이우열 상무, 서울CRO 이대희 대표 ⓒ메디칼업저버

[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눈부신 발전을 이뤘지만, 글로벌에서 통하는 신약 개발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국내서 잘나가는 신약들도 해외 허가 획득이 어렵거나 획득해도 국내만큼 선전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국산 신약이 글로벌 블록버스터가 되기 위해선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까?

본지는 창간 22주년을 맞아 의사 출신 제약(유한양행 김열홍 R&D 총괄 사장/고려대 의대 혈액종양내과), 컨설팅(메디라마 문한림 대표/가톨릭대 의대 혈액종양내과), 바이오 벤처(지아이셀 이우열 상무/연세대 의대 임상약리학과), CRO(서울CRO 이대희 대표/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전문가들에게 우리나라 신약 개발 방향성을 들어봤다.

①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겪고 있는 난제는?
② 글로벌 신약 개발, “이렇게 하면 가능하다"
③ 다국적 제약사 대비 몸집 작은 국내사...해답은?

■ 전임상부터 천문학적인 비용 소모…어느 단계에서 국내 기업이 어려움 겪고 있는지?

김열홍(이하 김): 후보물질 발굴 능력은 국내사와 글로벌 제약사 간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많은 후보물질 가운데 신약 개발까지 이어지는 것은 100개 중 1개다. 그 100개의 후보물질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글로벌 제약사도 모든 파이프라인을 내부에서 키워낼 수 없다. 그래서 다양한 바이오 벤처와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 조건에 맞는 후보물질이 채택돼 후기 임상이 진행되는 것인데 외부에선 글로벌 제약사가 발굴도 잘하고 신약도 잘 만드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들도 수없이 많은 실패를 겪었다. 

후보물질 발굴 능력을 키우려면 경험이 많아야 한다. 실패도 해보고 성공도 해봐야 오류를 줄일 수 있는데 현재 국내사는 그런 능력을 키워나가는 단계로 봐야한다. 

이우열(이하 이): 국내 개발사의 타깃 발굴 능력은 글로벌 제약사 대비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허가 임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허가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다국가 임상이 필요하고 한국만 해도 100여 개 사이트에서 임상을 진행해야 해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

또 규제 기관과의 협력도 난제다. 미국식품의약국(FDA) 등 해외 규제 기관과의 협력이 국내보다 잘 이뤄지고 있다고 보여진다. 우리나라 규제 기관도 소통이 잘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대희(이하 희): 한마디로 얘기하면 모든 부분이 임상 디자인에 녹아있어야 한다.

개발 중인 후보물질의 장점을 보여줄 수 있는 것 뿐만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임상에 반영해야 한다. 아직 국내사는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타깃 프로파일을 지속 업데이트하면서 임상 디자인을 잘 만들어 내야 하는데 제대로 실행하는 회사는 드물다.

또 규제 기관과의 관계 설정 전략과 임상 시험의 시놉시스, 계획서 작성 면에서 약하다. 

문한림(이하 문): 제약사와 달리 바이오 벤처는 다수의 선도물질 최적화(lead optimization)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타깃을 개발할 때 질병과의 연관성을 생각해야 하는데 확실한 통찰력(insight)을 가진 좋은 인력이 부족하다.

제약사나 바이오 벤처로 온 의사들이 메디컬 부서로는 많이 진출하지만 R&D 분야로는 잘 오지 않으려고 한다.

임상을 직접 경험해 본 의사들의 통찰력이 신약 개발에 반영돼야 하지만 그 부분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   

■ 다양한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지만 ‘옥석 가리기’에 어려움을 겪는 회사들이 많다. 

  ▲지아이셀 이우열 상무
  ▲지아이셀 이우열 상무

: 초기 임상 단계에서 개발에만 신경쓰면 나중에 어떤 물질을 만들려고 했는지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 또 개발 상황에 따라 변수도 많이 생긴다. 

정방향 프로세스뿐만 아니라 역방향으로도 생각해야 한다.

타깃을 정확히 세우고 그에 맞는 후보물질을 발굴, 임상시험계획(IND)도 고려해야 한다.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급격하게 관심도가 높아진 분야에 많은 회사가 우르르 뛰어들면 미래 경쟁 약물이 바뀔 수 있어 후기 임상 세팅 시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 후보물질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건 First-in-class, Best-in-class 중 어디에 속해 있나를 판단하는 것이다. 한 타깃을 여러 회사가 개발하는데 아직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First-in-class로 주장하지만, 믿음과 결과는 다르다. 

First-in-class가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패 부담이 높다. Best-in-class는 상대적으로 위험 부담이 적지만 자질이 있어야 한다. 옥석가리기는 둘 중 하나가 될 수 있느냐다. 

이에 옥석을 가리기 위한 자기 기준이 높아야 하고 그 기준을 만들 때 엄격해야 한다. 초기 단계 바이오 벤처는 자식사랑에 눈이 멀기도 해 냉철한 판단이 부족하다. 

: 좋은 타깃을 잘 잡아 시작해야 하는데 잘못 잡는 국내 바이오 벤처들이 있다. 

의학적 고려 없이 과학적인 면에서 굉장히 좋은 타깃이기 때문에 “이 질환에서 먹힐 것이다”라는 가정을 갖고 후보물질 개발에 뛰어들기도 한다.

일례로 백혈병은 완치율이 80%에 도달했는데 이를 뛰어넘는 완치율 90% 신약을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

이 같은 질환 분석이 면밀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어떤 글로벌 제약사도 라이선스 인해서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갖지 않는다.  

임상 현장의 미충족 수요와 시장성을 처음부터 면밀히 확인하고 어느 질환에 어떤 목적으로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정확한 계획 없이는 백전백패다. 

: 긴 과정 중에 가장 자금이 많이 들어가는 게 임상이지만 준비에 자금을 별로 쓰지 않으려고 한다.

CRO 회사를 운영하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얼마나 가격이 낮은지, 빠르게 해줄 수 있는지 여부다. 

그렇게 묻는 회사치고 원하는대로 저렴하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회사는 없다. 가능하다 해도 결과물에 대해 의문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임상 디자인뿐만 아니라 자문 등에 충분한 시간을 쏟아야 옥석을 가리기 용이해 진다. 

■ FDA, 식품의약품안전처 중 어디를 먼저 공략하는 게 유리한가? 

  ▲메디라마 문한림 대표
  ▲메디라마 문한림 대표

: 시장에 빨리 출시할 수 있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 대다수 바이오 벤처는 자금이 부족해 한국에만 IND를 제출한다. 

국내사에게 권하는 것은 자금이 부족해도 미국에 IND를 제출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당장 미국 허가를 준비하지 않아도 추후 시장 진입이 용이하다. 

물론 FDA 요구사항이 많아 쉽지 않겠지만 상용화 가능성은 임상이 진행되면서 알 수 있어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결국 어느 쪽에서든 인허가를 받아 빨리 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 정답은 없지만 엄밀하게 봤을 때 FDA를 노리는 게 유리하긴 하다.

국내 규제 기관이 열심히 해주지만 위험 부담을 안고 허가를 내주기 쉽지 않다. 그러다 보면 요구사항도 많아지고 개발 속도면에서도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다만, 초기부터 해외에서 임상을 진행하면 많은 비용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케이스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유병률이 높은 B형 간염, 결핵 등은 한국에서 개발한 데이터를 해외에서도 눈여겨볼 수밖에 없어 강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자원의 한계성으로 인해 국내 개발사의 가장 좋은 선택은 글로벌 제약사가 관심 가질만한 임상 결과를 내고 이를 토대로 후기 임상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당연히 FDA로 가야 한다. 물론 전략에 따라 다르다. 

미국에서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미국 임상시험 기관들을 대상으로 디자인을 짜야한다.

다만, 미국 연구자와 친분이 없다면 그들을 이해시켜 회사가 원하는 속도로 임상을 진행하기 쉽지 않다. 

이에 국내 개발사는 접근성이 좋은 우리나라 연구진들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 

국내 허가를 우선 취득해 쌓이는 여러 데이터를 파악한 후 글로벌 임상 디자인 만들어야 한다. 회사가 타깃하는 질환과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해 전략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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