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 신약 개발 전문위원회 한태동 위원장(동아에스티 상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 신약 개발 전문위원회 한태동 위원장(동아에스티 상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 신약 개발 전문위원회 한태동 위원장(동아에스티 상무)

[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현재 다국적 제약사들은 인공지능(AI)을 도입하기 위한 움직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노피, 릴리, MSD, 아스트라제네카 등 다국적 기업은 AI를 도입해 신약 발굴, 임상 시험, 제조에 이르기까지 기계학습(ML)을 적용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여러 전문가는 국내 제약업계의 신약 개발에도 AI 적용은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자본 규모가 부족한 나라에서 신약 개발을 하기 위해선 시간/비용 단축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 신약 개발 전문위원회 한태동 위원장(동아에스티 상무)은 한국형 데이터 관리 모델 구축을 통해 접근성을 높여야 국내 AI 신약 개발이 발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① 신약 개발 필요하지만…자본 부족한 국내사, AI로 눈길
② 국내 AI 신약 개발 현 단계, '제약-AI' 협업 증가세

③ 국내 AI 신약 개발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 AI 신약 개발에 있어 글로벌과 국내 시장의 차이가 있다면?

국내 AI 신약 개발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생각한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AI를 모든 신약 개발 부문에 활용하지만 국내 AI 기업들은 히트(Hit) 발굴과 후보물질 도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타깃 발굴, 전임상/임상 분야 등에는 활용하지 않고 있다. 

또 국내에선 AI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하다. 국내 제약사는 다국적 제약사 대비 100분의 1도 안되는 데이터 양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국내 AI 기업은 공공 데이터 위주로 AI 모델을 만들고 있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경험의 부족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결국 AI는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학습을 통해 고도화되는데, 현재 국내 AI 기업은 제약사의 인식 및 연구비 부족으로 해외 기업에 비해 경험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 국내 AI 신약 개발을 위해 정부의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기존 공공 데이터를 활용해 만든 AI에 제약사의 리얼월드 데이터가 들어가면 좀 더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지만 데이터가 노출될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주도 연합학습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 ‘K-MELLODDY’가 구축돼야 한다.

K-MELLODDY는 유럽의 ML 기반 AI 모델인 유럽연합(EU)-멜로디(MELLODDY, Machine Learning Orchestration for Drug Discovery)를 본따 만든 것이다.

이 플랫폼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각 제약사가 활용한다면 AI 신약 개발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AI 신약 개발센터가 데이터를 통합·큐레이션하고, 데이터를 확보한 AI 기업들은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 수 있으며, 제약사들은 그 플랫폼을 활용해 새로운 신약후보물질을 도출할 수 있다. 

이런 모델이 구축되면 고도화된 한국형 AI 모델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희망적으로 생각해본다. 이 모든 것은 연합학습을 통해 각 제약사의 데이터가 노출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일 수 있다.

- AI 신약 개발에 있어 제약사와 AI 개발자 간 특허/소유권 분쟁 우려는 없나?

신약을 개발할 때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으로 진행하는 사항들이 많다. 

제약사가 신약후보물질을 만들기 위해 전임상과 임상을 진행할 때도 수많은 위탁연구와 공동연구가 이뤄진다. 하지만 모든 것이 계약 관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분쟁 발생 요소가 적다.  

따라서 AI 기업과 공동연구를 진행할 때도 철저히 계약관계에서 진행된다면 특허권, 소유권 관련 분쟁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 AI 신약 개발이 전통 임상시험을 대체할 확률은? 

개인적으로 AI가 전통적인 임상시험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AI가 높은 정확성을 보인다고 해도 이를 검증하는 임상이 필요하다. 

현재 임상단계에서 AI 활용은 보다 임상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도록 돕는 역할이다.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이 드는 임상시험에 실패하지 않도록 AI가 환자군의 선택과 단계별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면 이것만으로도 큰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다. 

- 향후 AI 신약 개발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있어 제약사가 함양해야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국내 신약 개발 기술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정부 주도 하에 제약사와 정부출연연구소, 대학 간 협업으로 공공의 AI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신약 개발 연구기관들이 활용할 수 있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일례로 동아에스티와 심플렉스, 연세대 의대는 정부과제를 공동연구로 진행하고 있다. 세 기관은 AI를 통해 환자 세포주를 활용한 데이터로부터 신약 개발 타깃을 발굴하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신약 개발을 연구해오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국내에서 AI를 신약 개발에 활용한 경험은 고작 4년에 불과하기에 일각에서 “AI가 신약 개발에 도움이 된다,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정부에서 처음 시작한 과제 참여, 해외 유명 AI 기업과의 공동연구, 그리고 국내 AI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얻은 교훈은 인내였다. 그동안 우수한 약효를 보이는 물질을 빠른 시간 내에 찾지 못했으며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물을 얻기도 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런 과정들이 후보물질 도출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연구 방향성에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들이 AI 기업, 제약사들에게 축적되면 향후 AI 신약 개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초석이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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