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원광대병원서 전공의 폭행 및 흉기 위협받는 사건 발생
의료인 폭행, 2017년 1527건⟶2020년 2194건으로 크게 늘어
정치권 적극적 역할 필요…‘응급실 3법’ 등 통과해야

임세원법이 시행된지 4년이 지났음에도 의료진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는 의료진에 대한 위험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치료에도 큰 영향을 끼쳐 해결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세원법이 시행된지 4년이 지났음에도 의료진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는 의료진에 대한 위험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치료에도 큰 영향을 끼쳐 해결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메디칼업저버 박서영 기자] 지난 2018년 故 임세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의 사망은 의료인 안전에 관한 우리 사회의 경종을 울렸다.

임 교수는 100개 이상 병상을 갖춘 병원 기준 보안인력 배치와 의료인에 대한 폭력행위가 신고 가능하도록 경찰비상경보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일명 ‘임세원법’을 남기고 떠났다.

그러나 법이 시행된 지 4년이 지났음에도 의료진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의료진 폭행은 환자 치료에도 큰 영향을 끼쳐 해결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원광대병원에서 전공의가 입원 환자의 남성 보호자로부터 폭행 및 흉기로 위협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보호자는 치료 기간이 길어지자 불만을 품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큰 충격받은 전공의는 현재까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는 상황이다.

의료계에서는 “임세원법이 제정돼도 변한 게 없다”며 한탄 어린 목소리들이 튀어나온다. 실제 경찰청 집계 기준 의료인에 대한 폭력 사건은 故 임세원 교수가 숨지기 이전인 2017년 1527건이었으나 이후인 2020년 2194건으로 오히려 크게 늘었다.

지난 2022년 개최된 국회 토론회에서는 의료인 중 18%가 폭행을, 83.5%가 폭언을 경험한 바 있다는 보고가 공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처벌 비율은 28%에 불과하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료인에 대한 폭력은 ‘일상적 응급상황’”이라며 “치열한 의료 현장에서 폭행 및 방해 행위로 인해 의료 현장이 마비되면 중증환자의 생명은 더욱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8년 故 임세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의 사망은 의료인 안전에 관한 우리 사회의 경종을 울렸다. 그는 100개 이상 병상을 갖춘 병원 기준 보안인력 배치와 의료인에 대한 폭력행위가 신고 가능하도록 경찰비상경보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일명 ‘임세원법’을 남기고 떠났다.
지난 2018년 故 임세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의 사망은 의료인 안전에 관한 우리 사회의 경종을 울렸다. 그는 100개 이상 병상을 갖춘 병원 기준 보안인력 배치와 의료인에 대한 폭력행위가 신고 가능하도록 경찰비상경보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일명 ‘임세원법’을 남기고 떠났다.

 

안전한 진료환경 TF, 성과 없이 해산
의사들 ‘지켜보는 수밖에’

정치권도 심각성은 느끼지만 추가 법안에 관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먼저 지난 2022년 8월부터 보건복지부가 가동했던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TF’는 사실상 해산됐다.

당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주취자 감형의 원천적 제한 △가중처벌 적용 △응급실 등 의료기관 내 폭행·폭력 사건 신고 활성화 등을 제안했으나 수용되지 못하고 장기 과제로만 남았다.

또 예방을 위해 안전인력 구비가 필요한데 개인 병원 수준의 작은 병원에서는 비용 문제 상 어렵다. 이런 현실적 한계는 언론에 자주 보도되는 응급실보다 일반 진료 현장에서 더 큰 문제로 드러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총무이사이자 故 임 교수와 같은 병원인 강북삼성병원의 전상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임세원법이) 소방법처럼 화재가 안 나더라도 소화기를 구비하고 탈출로를 확보하는 내용이 아니다 보니 의료인 폭행 예방에는 조금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들이 의료인 안전 촉구에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고도 밝혔다. 병원 사정을 뻔히 알고있을 뿐더러, 환자 안전과 더불어 의료인 안전도 챙겨야된다고 했을 때 외부의 시선이 썩 긍정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일반 환자는 모두 범죄자로 보냐’ 등의 의견이 있다”며 “의사들이 소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안전시설 구비를) 해주면 좋지만 안 해줘도 이해한다는 식”이라고 털어놨다.

 

필수의료 해소 위해서라도 의사 안전 보장 강화돼야
국회, 적극적 움직임 필요

전 교수는 정부에서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안전 장치를 구비한 병원에 한해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을 제안하며, “병원 평가 시 의료진 안전 여부를 포함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 수사당국의 엄격한 처벌을 당부하는 목소리도 크다.

대전협은 “의료인에 대한 폭행에 관해 경찰이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이러한 미온적 태도가 지속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북의사협회 역시 “수사당국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며 “사법부도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고 강력하게 처벌해야 의료인 폭행이 근절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의 적극적 개선 움직임도 필수적이다.

지난 2022년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발의한 △의료인 폭행에 대한 반의사 불벌죄 폐지 △폭행사건 발생 시 응급의료기관 신고 의무화 등 응급실 안전 법안은 현재까지 점진적 논의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반의사 불벌죄 폐지는 지난 27일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돼 기대를 모았으나 결국 계속심사로 남았다.

필수의료 위기 극복이 가장 큰 난제로 남아있는 가운데, 필수의료 지원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의료인 안전 환경이 어떻게 개선될 수 있을지 정치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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