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자원 소모 차이에 따른 '급성기 수가'
횟수, 정액수가, 환자 부담으로 인한 시행 제한 요소도 지적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환경 속에서 정신건강 관리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중증질환의 책임은 가족이 지고 있는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정신건강 국가책임제 도입을 위해 정신응급의료센터 지원, 만성과 응급, 급성기 수가 구분 등을 과제로 꼽았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6일 국회에서 정신건강 국가책임제 논의를 위한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6일 '정신건강 국가책임제 논의를 위한 정책 세미나'에서 발표중인 백종우 법제사회 특별위원장
6일 '정신건강 국가책임제 논의를 위한 정책 세미나'에서 발표중인 백종우 법제사회 특별위원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백종우 법제사회 특별위원장(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핵가족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지금 정신건강과 자살은 새로운 변곡점을 맞고 있다"며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성을 갖고 공동체를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 위원장에 따르면 2018년 7월부터 2019년 6월까지 5개 국립병원 입원적합성심사에서 심사한 비자의입원 이송환자 3만 6096건 중 가족 59.1%, 사설이송단이 16.8%였고 경찰과 구급대원은 합해 16.2%에 불과했다.

백 위원장은 "중증정신질환으로 고통받아도 설득에 의한 본인의 동의 없이 진찰이 불가능하다. 진찰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평가가 불가능한 것이고, 가족들조차 정말 필요할 때 입원을 시키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관련 법률에서 진찰받는 것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고, 공무원이 거주하는 장소에 들어갈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대부분 가족이 이송하거나 사설이송단 등이 인권문제로 이슈가 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백 위원장은 초기에 좋은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급성기, 응급체계와 함께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는 '수용 중심의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위원장은 "급성기와 만성재활 병상을 법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하루 5만원대의 낮은 수가로 급성기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할 수 없다"며 "임세원법 일환으로 개정된 정신응급의료센터의 운영 예산도 부족해 2개만 운영 중"이라고 촉구했다.

 

상종 정신과 보호병상 10년 만에 18% 감소, 병원은 폐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병철 보험이사도 급성, 회복기 등 환자에 따른 수가 개선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 이사는 "만성환자 중심으로 수가체계가 형성되고 있고, 자원소모가 굉장히 큰 급성기 환자에 대한 보상이 되지 않고 있다"며 "조현병 급성기환자는 의사 3배, 간호사 5배 등 더 많은 자원이 소모된다. 급성기 수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병철 보험이사

이어 "신체질환까지 있어 별도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기피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렇듯 수가 차이가 없으면 가장 힘든 환자를 제일 취약한 영역에서 보게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신과 보호병상은 감소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정신과 보호병상은 2011년 1021개에서 2020년 840개로 18% 감소했다.

광주세브란스병원과 청량리정신병원, 성안드레아병원은 폐쇄했고 경기도립정신병원, 용인정신병원은 병상을 축소했다.

이 이사는 회복기 환자들의 안정적인 치료환경과 적절한 수준의 치료를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병을 예로 들면 1~3일은 응급, 3~4주는 급성기, 4~12주를 안정기로 보고 있다. 그러나 수가가 모두 동일하다보니 환자들이 동일한 병상에서 치료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 이사는 "안정기에 들어선 환자들은 프로그램과 사회복귀를 위한 준비를 하고 싶어 하지만, 응급과 급성기 환자와 같이 있게 된다"며 "응급과 급성기, 안정기를 나눠 수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규제 개혁을 통한 의료 서비스의 양적, 질적 향상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 이사는 "음악치료, 미술치료, 운동치료 등을 포함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도 실제로 청구하는 것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정신장애인의 병의원 이용 기피, 불만의 1위는 프로그램 부족"이라고 말했다.

자살 등 중증응급, 난치성 조현병에서 사용하는 특수전기충격요법(ECT)은 일본수가 대비 4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 인원도 현저히 적다. 전 세계적으로 1만명당 2.2명 시행되지만, 우리나라는 0.092명에 불과하다.

이 이사는 "마취통증의학과에서 마취를 해줘야 할 수 있지만 저수가로 지원이 어렵다. 의료급여환자들이 중증도가 높고 입원환자들이 많은데 시행 횟수는 굉장히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 이사는 응급 중증환자 입원에서 인권과 안전이 보장되는 치료환경이 구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응급과 급성기는 수준별 분리와 자원배분이 있어야 한다. 신체질환을 동반한 정신응급상황에 대해서는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이상의 병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러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급여 정신과 입원 적정성평가 결과 프로그램 시행 증가는 실제 지표를 개선했다"며 "응급, 급성기 치료 서비스의 양적, 질적 개선을 통해 빠른 퇴원과 사회복귀를 도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전명숙 과장은 "환자들이 사회로 복귀하려면 복지와 보건의료서비스가 같이 발전해야 한다. 비자발적 입원도 갈 길이 멀다"며 "입원을 시킬 곳이 별로 없다. 시범사업을 하고 있으며 올해 내로 8군데로 늘리려고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요양파트에서 지역사회 병원에서 입원이나 요양시설에 가지 않도록 건강관리를 하고 있는데, 신체건강 중심이 아닌 정신건강 분야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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