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구로병원 이승룡 교수(호흡기내과)

고대구로병원 호흡기내과 이승룡 교수
고대구로병원 호흡기내과 이승룡 교수

[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소세포폐암 치료제는 그간 고아 약(Orphan Drug)으로 불려왔다.  해당 질환을 타깃하는 표적치료제의 임상은 계속 실패했고, 그간 개발된 약들도 효과가 썩 좋지 않아 제약사들에게 고아처럼 버림받아 이같은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붙게됐다.  

기존 치료제들은 지난 30년 동안 소세포폐암 환자의 생존율을 2개월가량 늘리는 데 그쳤다.

고대구로병원 이승룡 교수(호흡기내과)는 소세포폐암 치료제 개발이 난항을 겪었던 이유에 대해 소세포폐암의 빠른 성장 속도, 높은 전이율, 내성 등을 꼽았다.

 

치료제 수 부족, 부작용, 미진한 효과 3콤보에 묶인 소세포폐암

폐암은 암세포의 크기와 형태 등 병리조직학적 기준에 따라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구분된다. 현미경으로 확인되는 암세포의 크기가 작은 것은 소세포폐암, 작지 않은 것은 비소세포폐암이라 불린다.

소세포폐암은 주로 폐 중심부 기도에서 처음 발병하며 진행 속도가 빠른 편에 속한다. 특히 전반적으로 악성도가 강해서 발견 당시에 이미 림프나 혈액의 순환을 통해 다른 장기나 반대편 폐, 혹은 종격동으로 전이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예후는 좋지 않고 환자 수는 적어 그간 항암제 개발에 난항을 겪었다. 

대한폐암학회(KALC)가 한국중앙암등록본부(KCCR)와 2015년 데이터를 바탕으로 폐암환자 병기/비율을 조사한 팩트 시트에 따르면 전체 폐암환자(2658명) 중 소세포폐암 환자 비율은 약 13%에 불과했다(345명).

이 교수는 "소세포폐암은 90% 이상 흡연과 관련된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 비율이 높은 남성 환자에게서 소세포폐암 발병률이 높은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세포폐암은 서울보다 지방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는 데이터도 있다. 보통 육체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흡연 비율이 높다. 지방의 육체노동자 비율이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아 이런 흡연력이 질환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소세포폐암의 미충족 수요(Unmet Needs)에 대해 치료제 수 부족, 부작용, 미진한 효과 등을 꼽았다.

소세포폐암으로 진단받는 환자의 70% 이상은 암세포가 폐 한쪽에만 국한된 제한성 병기(LD)가 아닌 반대쪽 폐 등으로 전이된 확장성 병기(ED)에서 진단된다. 5년 상대 생존율은 LD 16%, ED 4%에 불과하다. 

이 교수는 “비소세포폐암 대비 치료제 숫자가 부족한 것도 맞지만 소세포폐암 치료제 개발이 어려웠던 가장 큰 이유는 임상에서 효과가 미진했기 때문이다. 또 기존 치료제에서 간독성, 폐렴, 폐장염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럼에도 대체제가 없어 계속 사용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티쎈트릭 등장했지만...치료제 숫자는 여전히 부족

다양한 적응증을 보유한 면역항암제의 등장으로 소세포폐암 환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게 됐다.

폐암 4기 1차 치료 면역항암제 급여조건에 해당하는 약제는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옵디보(니볼루맙),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 등이 있다.

그 중 확장기 소세포폐암 치료에선 티쎈트릭이 급여가 되고 내성없이 잘 유지되면 최대 2년까지 급여 적용이 가능하다.

토포테칸, 벨로테칸, 이리노테칸 등이 올드드럭들이 1차치료제로 활용됐던 그간에 비하면 면역항암제의 등장은 소세포폐암 환자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IMpower133 임상 결과에 따르면, 티쎈트릭+카보플라틴+에토포시드 병용요법의 전체생존(OS) 중앙값은 12.3개월(95% CI, 10.8-15.9)을 보였으며, 환자의 1년 생존율은 대조군보다 13.5% 높은 51.7%를 기록했다.

그는 “그간 이리노테칸, 벨로테칸 등을 1차 치료제로 활용했지만, 면역항암제가 등장하면서 치료 시퀀스가 바뀌게 됐다. 현재 소세포폐암 환자에서 티쎈트릭+항암화학요법은 1차 치료서 100% 활용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면역항암제의 등장은 분명 희소식이었지만, 큰 임팩트를 가져다 주진 못했다. 티쎈트릭 병용요법은 OS 데이터에서 위약군 10.3개월 대비 2개월의 생존 연장 효과만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는 “면역항암제의 등장은 소세포폐암 환자에게 긍정적인 소식은 분명하지만, 2개월의 OS 연장이 큰 임팩트를 가져다 줬다고 보긴 어렵다”고 전했다. 

 

젭젤카 국내 시장 도전장...현장 반응은 '기대감'

보령 젭젤카(러비넥테딘)는 국내 소세포폐암 환자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까?

해당 의약품은 스페인 제약사 파마마(PharmaMar)가 개발한 소세포폐암 신약으로, 국내에선 보령이 판매 및 유통 독점권을 보유하고 있다. 보령은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젭젤카를 허가받은 데 이어 지난 3월 시장에 비급여 출시했다.

란셋 온콜로지(Lancet Oncology)에 실린 허가 근거 문헌에 따르면, 젭젤카는 1차 치료로 백금기반 화학요법에 실패한 환자에서 전체반응률 35%, 반응지속기간(DOR) 5.3개월을 기록했다.

젭젤카가 기록한 전체반응율은 토포테칸 16.9%, 벨로테칸 14% 대비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교수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만 치료제가 부족한 상황에서 젭젤카의 활용도는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은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젭젤카에 효과가 좋은 사람도 있고 전혀 없는 사람도 있다. 이전 항암화학요법에서 치료기간이 길었던 즉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금방 생기지 않은 환자에게 해당 치료제의 효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항암치료 일수가 90일 이상 되는 환자에게서 OS 중앙값은 11.9개월을 기록했다. 다른 대부분 치료제들이 7개월가량 연장시키는 것으로 비춰봤을 때 항암치료에 반응이 좋은 환자군에게서 기존 약제 대비 효과가 좋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근 보령은 젭젤카에 대한 임상3상 시험을 국내에서 개시했다. 이번 결과에 따라 젭젤카 품목허가 유지 여부가 달려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이 교수는 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 옵션은 매우 제한적이라 젭젤카의 조속한 급여화 필요성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젭젤카가 국내 임상을 통해 효과가 입증돼 하루 빨리 급여가 추진됐으면 좋겠다. 1차 치료 이후 선택권이 올드드럭 외에 많지 않기 때문"이라며 "치료옵션이 부재한 환자에게는 현재 비급여로도 권하고 있다. 다만, 비급여 약값이 환자에게 부담되므로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소세포폐암 대비 소세포폐암은 생존율 향상이 더디지만, 치료제가 잘 듣는 환자의 경우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확장기 소세포폐암에서는 항암치료가 원칙이지만, 최근에 방사선 치료까지 더하면 생존율 개선에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환자들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치료에 적극 임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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