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뇌졸중학회 19일 기자간담회 개최
119 구급대-전문 진료과, 직접 소통 가능한 이송체계 확립 필요
경증과 중증 환자 구분…중증응급의료센터, 필수 중증 환자 치료 집중해야

▲대한뇌졸중학회는 19일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에서 '응급의료 기본계획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 현황과 발전방안 모색'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대한뇌졸중학회는 19일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에서 '응급의료 기본계획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 현황과 발전방안 모색'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응급의료체계 문제가 25년째 반복되고 있어 뇌졸중 안전망 구축을 위해 전문 진료과 기반 이송체계 구축 및 진료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응급의료체계가 전문 진료과와 연계되지 않아 뇌졸중 등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가 치료받지 못하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응급의료센터 응급실에 경증 환자가 많아 사실상 중증 환자 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뇌졸중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119 구급대와 전문 진료과가 직접 소통하는 이송체계를 확립해야 하며, 경증과 중증 환자 진료를 구분해 중증응급의료센터가 필수 중증 환자의 최종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아울러 뇌졸중 치료 전체 과정을 관리하기 위한 관제센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한뇌졸중학회는 19일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에서 '응급의료 기본계획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 현황과 발전방안 모색'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응급의료체계 개선 없이 같은 내용 3·4차 기본계획만 되풀이

▲대한뇌졸중학회 김태정 홍보이사(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대한뇌졸중학회 김태정 홍보이사(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학회에 따르면, 국내 필수 중증 환자 이송 및 전원 등 응급의료체계 문제가 25년째 반복되고 있다.

특히 권역응급의료센터가 2013년 20개에서 2022년 40개로 확충됐으나 응급의료체계 개선 없이 같은 내용의 3, 4차 응급의료기본계획만 되풀이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구체적 문제로 학회는 119 구급대와 전문 진료과의 연계 시스템이 없어, 구급대에서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사망하는 환자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 김태정 홍보이사(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119 구급대와 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응급실과 소통해 병원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지만, 치료하는 전문 진료과와 직접 소통하지 않는다"며 "가끔 응급의료 전문의가 전문 진료과에 연락한 이후 환자가 응급실에 오도록 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과정이 1~2시간 지연되면 환자는 치료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치료 전체 과정을 컨트롤하는 관제센터가 부재하고 병원마다 24시간 치료하는 역량도 부족한 상황이다. 

김 홍보이사는 "병실과 응급실, 수술실 상황 등을 확인해 치료 전체 과정을 관리하고 환자 최종 이송을 책임질 관제센터가 없다"면서 "24시간 진료체계가 불가능한 병원이 대부분이다. 권역외상센터를 포함해 여러 종합병원도 병실이 부족해 24시간 치료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피력했다.

학회가 우려하는 것은 이러한 응급의료체계 문제가 뇌졸중에서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70개 응급의료 중진료권 중 36개에 뇌졸중센터가 없다. 또 70개 중 22개에 24시간 정맥내 혈전용해술이 가능한 병원이 없다. 이 같은 지역별 격차로 24시간 전국 뇌졸중 진료체계 구축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학회 배희준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국내에 24시간 진료 가능 병원이 50~70개라면 좋겠지만 비용, 인력 등 문제로 쉽지 않다. 현재 뇌졸중센터가 없는 권역이 절반에 가깝고 14개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도 24시간 진료 체계를 힘들어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진료 체계가 24시간 작동하지 않더라도 어느 수준만 유지한다면 병원 간 연계가 가능하다. 24시간 진료 가능 병원이 국내에 최소 25~30개 있다면, 현재 (뇌졸중 환자 진료) 문제를 90% 정도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상급종합병원, 특히 응급실에 경증 환자가 과밀화되면서 중증 환자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것도 문제다.

학회에 따르면, 응급실 방문 환자 중 중증은 7%에 불과하고 경증은 50% 이상이다. 즉, 응급실에서 치료받아야 할 중증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김 홍보이사는 "광주에서 쓰러진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응급실에 자리가 없어서 천안까지 4시간만에 이송된 사례가 있었다"며 "아직도 응급실에 방문하는 대다수 환자가 경증이다. 실제 진료가 필요한 필수 중증 환자는 경증 환자로 인한 응급실 과밀화로 방문이 제한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좌부터) 대한뇌졸중학회 김성헌 병원전단계위원장, 이경복 정책이사, 배희준 이사장, 차재관 질향상위원장.
▲(좌부터) 대한뇌졸중학회 김성헌 병원전단계위원장, 이경복 정책이사, 배희준 이사장, 차재관 질향상위원장.

권역심뇌센터, 환자 진단·이송·관리 컨트롤해야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학회는 먼저 경증과 중증 환자 진료를 분리하고, 중증응급의료센터는 필수 중증 환자의 최종 치료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홍보이사는 "정부가 중증응급의료센터를 60개 만든다고 한다. 이곳에서 필수 중증 환자만 치료할 수 있도록 충분한 보상체계를 마련하고 정책도 개발해야 한다"며 "하지만 정부에서는 경증과 중증 환자 진료를 분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국민 홍보·교육을 제시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각 센터를 분리해 중증응급의료센터는 중증 환자만 보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배 이사장은 "한정된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경증과 중증 환자 진료를 분리해 중증응급의료센터는 필수 중증 환자의 최종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체계를 정립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응급신경학 전문의 기반 1차 진단 및 원스톱 진단 치료가 가능해야 한다.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는 환자 진단, 이송, 치료관리를 컨트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 이경복 정책이사(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대다수 국민이 대형병원에서 진료받길 희망하기에 경증 환자가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하는 것을 제한하기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권역응급의료센터에 경증 환자가 방문하는 것을 줄이겠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며 "처음부터 완벽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권역응급의료센터 일부는 중증 환자를 위해 의무적으로 비워놓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 여기서부터 시작해 경증 환자가 중증 환자를 위한 병상을 잠식했을 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정부가 홍보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뇌졸중 환자 발생 시 119 구급대와 신경과 전문의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이를 위해 치료 전체 과정을 컨트롤하는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를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홍보이사는 "뇌졸중 의심 환자 발생 시 119 구급대가 당직 신경과 전문의와 직접 소통한다면, 환자 중증도와 시술 필요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시술 가능한 병원을 확인하고 신속하게 이송될 수 있도록 한다면 뇌졸중 환자가 진료 거부를 당해 치료가 늦어지는 사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역별 뇌졸중센터 격차를 줄이기 위해 센터를 확충해야 한다"면서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가 중증도 분류(triage) 기능을 기반으로 환자 진단, 이송, 치료를 관리하는 최종 진료 역할을 하는 포괄적 뇌졸중센터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과 보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배 이사장은 "모든 병원에서 24시간 치료가 어렵기에 현재 84개뿐인 뇌졸중센터와 권역센터를 확충하고 최종 진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전체 뇌졸중 안전망을 관리하고 유지할 수 있는 관제센터인 중앙심뇌혈관질환센터 지정과 운영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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