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뇌졸중학회 배희준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대한뇌졸중학회 배희준 이사장
대한뇌졸중학회 배희준 이사장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미국심장학회가 주최한 국제뇌졸중학회(ISC)에서 뇌졸중 분야에 헌신한 전 세계 연구자 중 매년 1명을 선정하는 'David G. Sherman'상을 국내 최초,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수상한 대한뇌졸중학회 배희준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배희준 신경과 교수). 

배 이사장은 국내 뇌졸중 역학 연구 및 진료지침의 근간을 마련한 국내 뇌졸중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배 이사장이 요즘 걱정이 많아졌다고 토로했다. 오랫동안 환자의 뇌졸중 발생률을 줄이고, 발생했을 때 후유증을 남기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최근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어서다.

배 이사장은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포괄적 뇌졸중센터(CSC·Comprehensive Stroke Center)'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포괄적 뇌졸중 센터란 환자의 급성기 치료부터 집중치료실 치료, 시술, 수술, 중환자 치료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준의 전문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뜻한다. 배 이사장이 새로운 개념인 포괄적 뇌졸중센터를 강조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국내에 이미 84개 뇌졸중센터가 있고, 이 중 72개 정도가 인증받을 정도로 시스템은 구축된 것 아닌가? 

지금까지 환자에게 뇌졸중이 생겼을 때 이송된 첫 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하는 비율이 20%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이 비율이 약 45%까지 증가했다. 

뇌졸중은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후유증이 심각한 질환이고, 사회적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 질환이라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이 바로 뇌졸중 환자의 치료 시스템을 점검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국내에는 이미 14개 권역심뇌혈관센터가 가동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포괄적 뇌졸중센터를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구상인지 궁금하다.

정부가 운영 중인 권역심뇌혈관센터를 기반으로 포괄적 뇌졸중센터 20~30개 만들면 된다. 환경, 의료진, 장비 등 모든 수준을 높여 포괄적 뇌졸중센터를 만들고  24시간 운영하도록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일종의 집중화 전략이라고 보면 된다. 포괄적 뇌졸중센터에서 어렵고 힘든 대부분 환자를 커버하고, 지역의 뇌졸중센터에서는 뇌졸중 환자를 항상 진료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대한뇌졸중학회 배희준 이사장
대한뇌졸중학회 배희준 이사장

- 뇌졸중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응급환자 이송시스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 지역응급의료센터는 2022년 5월 기준 215개에 달한다. 하지만 재관류치료(급성뇌경색 환자에게 혈전용해제를 사용해 혈전을 녹이거나, 기구를 뇌혈관에 삽입해 혈전을 제거하는 시술)가 가능한 곳은 뇌졸중센터는 67개뿐이다. 

1995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는데, 25년이 지나면서 많은 허점을 보이고 있다. 처음 도착한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특히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다발성외상 등은 첫 병원이 환자의 생과 사를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소아청소년, 심장마비, 뇌졸중 등의 환자가 응급실에 왔을 때 환자분류(Triage assessment)를 해야 하는데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이 분야 수련 기회가 적어 제대로 컨트롤이 안 된다. 이들 환자는 배후 진료과 즉 소청과나 신경과 등과 같이 한 팀으로 치료해야 한다. 이 부분이 비어있는 것이다. 

- 뇌졸중집중치료실(Stroke unit) 운영 상황은 어떤지 궁금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7월 기준 233개 병원 중 약 99개(42.5%) 병원만이 뇌졸중집중치료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뇌졸중학회 인증받은 병원은 3분의 1 정도다.

이 정도 숫자를 확보한 것도 2017년부터 병원 평가에 뇌졸중집중치료실 여부가 평가되면서부터다. 하지만 수가가 너무 적다. 특히 간호간병통합병동에 적용되는 수가보다 적어 병원 경영진은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다. 

- 학회의 의지대로 포괄적 뇌졸중센터를 만든다고 해도 24시간 뇌졸중을 진료하려는 의사 부족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전반적으로 의사들이 힘든 진료과를 꺼리는 것은 맞다. 요즘 젊은 의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힘든 일을 해도 본인 근무 시간에 집중적으로 하고, 퇴근 이후에는 자유롭기를 바란다. 또 24시간 뇌졸중 진료가 가능해지려면 의사 수를 더 늘려주고, 당직비도 대폭 올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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