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대학 피에르 루이지 진자니 교수, 삼성서울병원 김석진 교수

볼로냐대학 진자니 교수와 삼성서울병원 김석진 교수는 호지킨 림프종 환자가 최선의 치료를 받는 데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볼로냐대학 진자니 교수와 삼성서울병원 김석진 교수는 호지킨 림프종 환자가 최선의 치료를 받는 데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호지킨 림프종은 젊은 연령대에서 많이 발생하고 비교적 예후가 양호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3~4기 호지킨 림프종 환자 30~40%는 표준치료에 실패한다. 또 표준요법인 ABVD 요법으로 치료받은 환자 26%는 5년 이내에 질병이 진행 또는 재발해 사망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다케다 항체-약물 접합체(ADC) 애드세트리스(성분명 브렌툭시맙 베도틴)는 6년 추적관찰연구 ECHELON-1 연구에서 표준요법 대비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했다.

볼로냐대학 피에르 루이지 진자니 교수와 삼성서울병원 김석진 교수는 최선의 치료를 받길 원하는 환자에게 차별이 존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 글로벌과 한국의 호지킨 림프종 치료 가이드라인의 차이가 있나.

피에르 루이지 진자니 교수(이하 진자니) : 우선 조직학적 진단 후 환자 병기를 파악한다. 치료는 항암화학요법을 진행한다. 현재 1차 치료에 사용하는 치료법은 ABVD 요법과 독일에서 개발한 BEACOPP 요법이다. 약 70% 국가에서 ABVD 요법을, 나머지 국가에서 BEACOPP 요법을 사용한다. 

ABVD 요법은 병기에 따라 2주기 치료 후 국소 방사선요법, 4주기 후 국소 방사선요법을 진행한다. 진행성 질환이라면 6주기 항암요법을 진행하되, 방사선요법을 사용하지 않기도 한다. 

BEACOPP도 거의 비슷한데, 병기가 조기라면 2~4주기 치료를 진행하도록 하는데, 일부 가이드라인에서는 조기라도 ABVD와 국소 방사선요법을 진행하도록 권고하기도 한다.

진행성 질환이고 3~4기로 진행됐다면 BEACOPP을 사용하지만, 대다수 국가에서는 ABVD를 이용하고 있다. 

- 애드세트리스 사용 경험을 듣고 싶다.

진자니 : 김 교수와 함께한 ECHELON-1 연구는 3~4기 호지킨 림프종 환자에게 ABVD 6주기와 블레오마이신을 제외한 AVD와 애드세트리스를 추가한 치료군을 비교했다. 

연구에서는 1차 목표점인 무진행생존(PFS)을 충족했다. PFS 커브나 환자의 대사 반응률을 기준으로 볼 때 애드세트리스를 추가한 환자군에서 더 좋은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3~4기 호지킨 림프종 환자에서 AVD에 애드세트리스를 추가하는게 1차 치료옵션으로 바람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이 연구의 5년 추적관찰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연구 결과를 보면 환자의 전체생존(OS)이 두 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이 역시 AVD+애드세트리스가 최선의 치료옵션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삼성서울병원 김석진 교수(이하 김) : 진자니 교수의 설명과 동일하다. 호지킨 림프종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완치다. 완치를 통해 환자들이 건강하게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게 의학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이득이기 때문이다.

이는 진단 이후 가장 효과적 옵션을 통해 치료를 한 번에 마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 국내외 애드세트리스 적응증이 다른가.

: 현재 건강보험에서는 국제예후지수모델(IPS) 4점 이상인 경우만 애드세트리스+AVD가 급여된다. 이는 곧 2~3점의 환자라면 ABVD 치료를 받게 된다는 의미다.

ECHELON-1 연구에 참여했던 1344명 환자의 결과를 분석해보면 4기, 남자, 젊은 환자, IPS 4~7점에 해당하는 고위험군에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급여 적용 기준을 더 좁혀 IPS 4점 이상에서만 보험급여를 결정한 것이다.

예를 들어 병기가 4기인 남자 환자라도 IPS 점수가 2점이라면 더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애드세트리스로 치료 받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재발하면 다시 치료받기 위해 그 만큼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혹시라도 다른 문제가 발생하면 2차 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3~4기 환자 치료에 애드세트리스+AVD를 권장하고 있고, 유럽도 4기에서는 IPS 점수와 상관없이 치료 가능하다.

진료 현장에서 느끼기에는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젊은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IPS 4점 미만으로 ABVD 치료를 받은 환자 재발 시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

진자니 : 1차 불응성 호지킨 림프종 환자 재발 시 유럽은 항암화학요법으로 구제요법을 실시해야 한다. 1차 치료로 ABVD를 사용했을 것이기에 벤다무스틴, 젬시타빈, 비노렐빈 등 다른 약제로 2차 구제요법을 받아야 한다.

2차 치료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3차 치료로 애드세트리스 혹은 면역관문 억제제 등을 사용한다. 

미국은 1차 치료에서도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하지 않아도 NCCN 가이드라인 기재 등 근거만 탄탄하다면 어느 약물이든 사용할 수 있다. 3~4기 진행성 환자의 1차 치료는 애드세트리스+AVD 요법을 사용한 뒤 재발 시 다시 애드세트리스를 사용할 수 있다.

임상2상 결과에 따르면 1차 치료로 애드세트리스를 사용 후 재발 시 다음 차수에서도 치료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 한국에서는 재발 시 2차 치료로 표적치료제 또는 면역관문억제제를 사용하기 어려워 구제요법으로 전통적인 세포독성 항암제를 이용한다. 구제요법으로 부분관해 이상 효과가 나타나면 조혈모세포이식 등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애드세트리스처럼 새로운 약물은 대개 이런 과정을 거치고 재발했을 때 또는 전통적인 항암치료 후 반응이 전혀 없어 조혈모세포 이식이 어려운 경우만 사용 가능하다.

현장에 있는 의료진들은 재발 시 건강보험 급여라는 벽에 부딪혀 효과가 썩 좋지 못한 치료라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 치료 환경 개선이 필요해보인다. 

: 한국 현실은 글로벌 패러다임과 많이 달라 부끄럽다. 표적치료제는 차치하고 전통적인 항암화학요법을 사용하는 데 있어 호지킨 림프종에 효과가 있는 약 조차 쉽게 사용할 수 없는 입장이다.

옛날 항암치료를 하면서 환자의 반응이 낮게 나오길 바라야 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21세기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1차 치료에 제약을 둔다면 환자들이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기회가 외국에 비해 크게 뒤쳐지는 게 아쉽다. 

모든 환자는 최상의 치료를 받길 원한다. 꼭 필요한 사람에게 국제 표준에 맞는 적합한 치료가 이뤄져야 공정한 것이라 생각한다.

진자니 : 한국이 호지킨 림프종에 벤다무스틴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게 의아할 뿐이다. 또 부분관해 이후 자가 조혈모세포이식을 하도록 돼 있다는 점도 재발 가능성 때문에 적합한 결정이 아닐텐데 의문스럽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국가별, 규제기관별 차이가 존재하는데, 같은 병을 가진 환자들이 왜 주어지는 기회가 달라야하는가. 같은 병을 갖고 있는 모든 환자들이 최선의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추구해야 할 목표 중 하나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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