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극소저체중아 출생아 0.13%에서 0.78% 증가
삼성서울병원 장윤실 교수 "신생아중환자실 인력 부족, 이제 의사들도 한계에 달했다"
서울아산병원 정의석 교수 "신생아중환자실에 남아 있을 수 있는 동기부여 필요"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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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정부가 저출산 문제에만 매몰돼 있지 말고, 미숙아 특히 극소저체중 출생아 관리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신생아중환자실에서 극소저체중 출생아를 돌볼 의사와 간호사 등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쏟아냈지만, 정작 성적은 신통치 않다. 

최근 5년(2016~2020년) 동안 정부가 저출산 대응에 투입한 예산은 150조원이다. 하지만 이 기간 합계 출산율은 1.17명에서 0.84명으로 오히려 뒷걸음질했다. 

대한신생아학회 장윤실 부회장(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모아집중치료센터장)은 이런 상황이 씁쓸하다고 했다. 

장 부회장은 "정부가 저출산 해결에 쏟는 노력만큼 미숙아들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지금은 극소저체중 출생아를 돌볼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계속 줄어듦에도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본지는 신생아중환자실에서 극소저체중아를 치료하는 의사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의사들이 다시 신생아중환자실로 돌아올 방안에 대해 논의해봤다. 또 미숙아지속관리 시범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봤다. 

1. 극소저체중 출생아 돌볼 의사 부족한 신생아중환자실   
2.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이경 교수(미숙아지속관리 시범사업단장)

최근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노산으로 인한 미숙아와 극소저체중 출생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 1년에 태어나는 신생아 수는 약 26만명이다. 이중 미숙아나 극소저체중 출생아  비율이 약 10% 즉 2만 6000명이다. 

장윤실 부회장은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노산 등으로 인한 미숙아와 극소저체중 출생아 증가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정부가 미숙아들을 모두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부회장은 "정부가 출산율 증가에 쓰는 비용을 일부 극소저체중 출생아 케어 등으로 옮겨야 한다"며 "1980년대에는 2kg 미만 출생아도 살리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1kg 미만 아이들도 우리나라 의료진은 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정의석 교수가 환아를 치료하는 모습. 

현재 정부는 미숙아나 극소저체중 출생아 등을 위해 37주 미만 조산아나 출생 시 2500g 이하 저체중아는 외래 진료나 요양급여비용 총액의 5%만 본인이 부담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신생아중환자실 비용은 전액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정의석 교수(신생아과)는 보호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정부 정책 덕분에 의사들도 진료가 훨씬 수월해졌다고 말한다. 

정 교수는 "소아 희귀질환이나 미숙아를 대상으로 본인부담 5%만 받는 제도는 보호자 입장에서는 경제적 부담을 덜어 다행이고, 의사 입장에서도 마음 편하게 진료할 수 있어 고마운 일임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시설 장비는 좋아졌지만 의사는 턱없이 부족

장 부회장은 신생아치료 관련 인프라는 어느 정도 선까지 올라와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인큐베이터 등 특수설비나 장기 등 신생아집중치료를 위한 시설을 지원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을 움직일 수 있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소청과를 지원하는 전공의들이 줄면서 이런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라 내다봤다. 

장 부회장은 "지금까지 참았지만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라는 말로 상황을 전했다. 

장 부회장은 "과거 의사들은 신생아가 좋아 이 일을 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아니다"라며 "젊은 의사들은 희생과 노력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중환자실에서 밤을 새우면 그에 걸맞은 보상이 필요한데, 지금은 그런 게 없다. 앞으로 누가 신생아중환자실을 지키려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주 오랫동안 정부에 얘기를 했지만 소용없었다. 신생아들은 표가 없어서 그런 것 같다(웃음)"며 "소청과 문제가 터지니까 필수의료 진료과를 지원한다고 하는데, 보상을 확실하게 하지 않는 한 답은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의들이 신생아중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는 게 장 부회장의 주장이다. 

의사 인력을 전문의로 더 보강하고, 간호 인력도 성인 비율과 다르게 극소저체중 출생아에게 맞게 변경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정 교수도 제대로 된 보상이 우선돼야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지금 병원에 남아 있는 의사들은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 남아 있는 게 아니다. 나마저 떠나면 신생아들은 어쩌나 하는 생각 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것"이라며 "문제는 이런 생각을 젊은 의사들에게 강요할 수 없다. 따라서 의사들에게 중환자실에 남아 있을 수 있는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가를 조금 올려 현재의 인력 부족 문제를 풀 수는 없다는 게 정 교수의 생각이다. 수가를 올리면 다른 진료과도 수가 인상을 요구하기 때문에 큰 폭으로 수가를 올릴 수 없고, 설혹 수가가 올라도 신생아중환자실을 지키는 의사에게는 큰 영향이 없기 때문이라고.

정 교수는 "정부가 인상한 수가를 병원에 모두 주는 방식 말고, 의사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며 "의사가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해야 떠나는 의사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국내 미숙아지속관리도 미흡 

극소저체중 출생아들은 인지나 운동능력 등에서 정상 체중으로 태어난 아이들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후속 관리가 필요한데, 현재 국내 시스템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정 교수는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어렵고 힘들게 살려낸 아이들이 병원에서 퇴원한 후 후속 관리를 받을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며 "재활 치료받을 병원도 거의 없고, 개인 사설 기관을 이용하려면 비싼 비용 때문에 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삼성서울병원 장윤실 교수(소아청소년과, KNN 실행위원장)

- 극소저체중 출생아가 점점 증가하는 이유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지?

산모의 출산 연령이 점점 늦어지고 있고, 더불어 아빠의 연령도 증가하고 있어서다. 고위험 산모로 분류하는 35세 이상 산모가 너무 많다. 대략 3명 중 1명이 고위험산모다. 이들 산모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발생 위험이 높고, 염색체 이상 등의 위험도 커진다. 

-한국신생아네트워크(KNN)란 무엇인가?

신생아는 태어날 때 체중을 기준으로 정상(2500∼4000g), 저체중(2500g 이하), 극소저체중(1500g 미만) 출생아 등으로 구분한다. KNN은 1500g 미만으로 출생하는 극소저체중아를 등록하는 사업이다.

현재 70여 개 넘는 병원에서 100여명 이상의 의료진과 연구진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통계청 인구 대비 85~90%가 넘는 극소저체중아 출생아들이 KNN에 등록되고, 이 중 절반이 넘는 수를 3년까지 장기추적하고 있다. 최근에는 등록 대상자를 32주 미만 극소미숙아까지 확대했다. 

- KNN 활동이 중요한 이유는? 

KNN은 전국 단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미숙아 치료 기술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데이터 등록을 넘어 교육 및 모니터 활동을 하고 있고,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서로의 치료 성적을 비교 분석한다.

특히 자유롭게 연구 계획서를 제출해 빅데이터 연구하는 일도 하고 있다. 현재 100여 건이 넘는 연구과제가 등록됐고, 70건이 넘는 논문들이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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