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조병식 교수팀, 베네토클락스+데시타빈 vs 데시타빈 단독 비교
병합요법군, 단독요법군보다 생존기간 길고 반응률 높아

(좌부터)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조병식 교수, 곽대훈 임상강사.
▲(좌부터)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조병식 교수, 곽대훈 임상강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연구팀이 노인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 치료에 베네토클락스+데시타빈 병합요법의 효과를 처음으로 입증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혈액내과 조병식(교신저자)·곽대훈(제1저자) 교수팀은 65세 이상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백혈병 신약 베네토클락스와 항암제 데시타빈 병합요법이 데시타빈 단독요법보다 효과적임을 확인했다. 

급성골수성백혈병은 평균 발병 나이가 65~67세로, 노인에서 호발하며 발병률이 계속 증가되고 있다. 고령 환자는 전신수행능력이 감소해 젊은 환자가 받는 표준 항암치료나 조혈모세포 이식에 부적합한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치료 선택지가 적었고 중앙 생존기간 10개월 미만의 불량한 예후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메틸화 억제제와 B-cell lymphoma-2 단백(BCL-2)을 억제하는 표적치료제 베네토클락스 병합요법이 노인 급성백혈병 치료에 도입됐다. 메틸화 억제제 단독요법 대비 효과가 뛰어나다는 임상3상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은 2020년 표준항암요법이 불가능한 노인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에서 메틸화 억제제(아자시티딘, 데시타빈)와 베네토클락스 병합요법을 1차 치료로 승인했다.

그러나 미국 등 해외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은 메틸화 억제제 중 아자시티딘과 베네토클락스를 병합한 환자만 대상으로 아자시티딘 단독요법군과 비교했다.

국내에서 많이 사용되는 메틸화 억제제인 데시타빈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요법은 데시타빈 단독요법 대비 어떤 치료 효과가 나타는지 보고가 없었다. 이에 연구팀은 데시타빈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요법의 성적을 데시타빈 단독요법과 비교했다.

연구팀은 2013년부터 2021년까지 데시타빈 단독요법 또는 데시타빈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요법으로 치료받은 65세 이상 노인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 304명을 분석했다. 연구 비뚤림을 보정하기 위한 1:1 성향점수매칭 코호트를 구성한 뒤 두 가지 치료요법의 효과를 비교했다.

연구 결과 데시타빈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요법 효과는 데시타빈 단독요법보다 우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시타빈 단독요법군의 중앙값 생존기간은 8.3개월이었던 반면 데시타빈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요법군은 13.4개월이었다. 

형태학적으로 백혈병 세포가 검출되지 않는 수준 이상의 반응률은 데시타빈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요법군이 70.3%에 달해 데시타빈 단독요법군 24.3%보다 뛰어난 효과를 보였다. 

또 데시타빈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요법군의 약 30%가 성공적으로 백혈병 세포를 제거한 뒤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으로 이어질 수 있었고 이식 후 1년 이상 생존률이 80%에 달했다. 이를 통해 데시타빈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요법이 노인 급성골수성백혈병 완치 길을 열 수 있음을 확인했다.

곽대훈 임상강사는 "본 연구는 데시타빈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요법의 효과를 데시타빈 단독요법과 직접 비교한 최초 연구"라며 "데시타빈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요법은 데시타빈 단독요법 대비 뛰어난 치료 효과를 보였고, 이는 아자시티딘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요법과 비견할 만했다. 또 환자의 급성골수성백혈병 세부 타입, 유전자 돌연변이 등과 상관 없이 데시타빈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요법 효과가 아자시티딘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요법과 비슷하다는 것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조병식 교수는 "연구의 또 다른 중요한 점은 실제 환자에서 메틸화 억제제와 베네토클락스 병합요법을 통해 성공적으로 조혈모세포 이식까지 유도함으로써 노인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에서 치료의 새로운 지평이 열렸음을 확인한 것" 이라며 "앞으로도 노인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에게 최고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출판 그룹의 국제학술지 Blood cancer journal 지난해 12월 19일자에 실렸다. 또 포항공대 생물학 연구정보센터(BRIC)에서 소개하는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 (한빛사)'에도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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