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신약 목록에 30개 품목 신규 추가 예정
레이보우∙에나로이∙베오바∙엔블로, 기존 치료제 시장에 도전장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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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2022년 허가된 일동제약 레이보우(성분명 라스미디탄), JW중외제약 에나로이(에나로두스타트), 제일약품 베오바(비베그론), 대웅제약 엔블로(이나보글리플로진)가 올해 시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라 관심이 모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2년도 신약 지정 목록 공고(안)'을 공개하며 지난해 신약 목록에 4가지 약제를 포함한 신규 30개 품목을 추가할 것임을 밝혔다.

4가지 약제는 적응증을 확보한 편두통, 빈혈, 과민성 방광, 2형 당뇨병 등 이미 다수의 치료제가 득세하고 있는 영역에서 올해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레이보우, 상급종합병원 안착…보험급여 성사 여부가 ‘관건’ 

 릴리∙일동제약 레이보우
 릴리∙일동제약 레이보우

레이보우는 미국 콜루시드 파마슈티컬스가 개발한 편두통 치료제다. 해당 약물은 뇌, 척수에 있는 세로토닌(5-HT) 수용체에 작용해 통증 전달 경로를 방해한다.

2017년 일라이 릴리는 콜루시드를 인수해 2019년 레이보우에 대한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일동제약은 콜루시드와의 계약을 통해 2013년 해당 치료제에 대한 국내 판권을 확보해 지난해 식약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총 3100명 이상의 환자가 참여한 두 건의 SAMURAI, SPARTAN 임상3상 시험에서 레이보우는 투여 후 2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편두통 통증의 소실 효과를 확인했다.

특히 레이보우는 기존 트립탄 계열의 치료제가 갖고 있는 혈관수축에 의한 심혈관계 부작용이 없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에 레이보우의 보험급여 등재는 무난할 것으로 보였지만, 지난해 8월 회사 측은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제시한 상한금액을 불수용했다.

일동제약은 기존 트립탄 계열 약제 대비 높은 약가를 기대했지만, 약평위는 트립탄 계열 약물 가중평균가의 90%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사 측은 비급여 판매 및 급여등재 절차를 포기하지 않은 모습이다. 최근 일동제약은 세브란스병원으로부터 레이보우 처방을 위한 원내코드를 부여받았다. 세브란스병원을 시작으로 상급종합병원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레이보우의 급여 문제는 지속 변수가 될 전망이다. 편두통 환자에게 새로운 지평이 시작됐다고 평가되는 CGRP 계열 편두통 치료제 앰겔러티(갈카네주맙)와 아조비(프레마네주맙)가 보험급여권에 진입했지만 까다로운 부합 조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앰겔러티와 아조비를 급여로 처방받으려면 △최소 1년 이상 편두통 병력 △투여 전 최소 6개월 이상 월 두통일수가 15일 이상이면서, 그 중 한 달에 최소 8일 이상 편두통형 두통 △최근 1년 이내에 3종 이상의 편두통 예방 약제에서 치료 실패를 보인 환자 등 복잡한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처방이 이뤄지더라도 최대 투여기간은 12개월이고, 투여 시작 후 3개월마다 반응평가, 두통일지 작성을 진행해야 한다.

대한두통학회 조수진 회장(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은 “다양한 편두통 치료제가 보험 급여권에 진입했지만 조건에 부합하는 대상 환자가 매우 적다”며 “보험급여 기준으로 설정된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급여권에서 이탈하는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급여 기준에 해당되지 않을 경우 2~3년 전에 사용했다 실패한 약들을 다시 써야해 환자에게는 고통이 될 수밖에 없다”며 “급여를 적용받으려면 상태가 다시 나빠져야 해 환자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 있다. 예외조항을 요구했지만 쉽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엔블로, 올해 출시 예정…성공 판가름은 심혈관계 적응증 확보?

SGLT-2 억제제 시장에 첫 국산 신약으로 지난해 허가된 대웅제약 엔블로 역시 기대감을 모으고 있는 약제 중 하나다. 

엔블로는 기존 SGLT-2 억제제의 30분의 1 이하에 불과한 0.3mg만으로 동등한 약효를 입증하기도 했다.

단독요법의 경우 투약 후 24주차 시점에 엔블로 투약군이 위약군 대비 당화혈색소(A1C)가 약 1%p 감소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 또 체중, 혈압, LDL-콜레스테롤, HDL-콜레스테롤에서도 위약 대비 유의한 개선을 확인했다. 

메트포르민 병용요법 및 메트포르민과 제미글립틴 병용요법에서는 대조군인 다파글리플로진과 24주간 투여 결과를 비교했을 때 비열등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대웅제약은 엔블로의 급여 및 약가 관련 절차를 진행해 단독요법, 메트포르민 병용요법, 메트포르민과 제미글립틴 병용요법 모두 2023년 상반기에 급여 등재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엔블로의 시장 성공 가능성은 심혈관계 적응증 확보에 달렸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와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은 심부전, 신부전 등 다양한 적응증을 추가해 당뇨 치료제에서 심혈관계 치료제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21년 주요 SGLT-2 억제제 매출은 포시가가 381억원, 자디앙이 323억원을 기록하며, 심혈관계 치료혜택을 입증하지 못한 슈글렛(이프라글리플로진, 29억원), 스테글라트로(에르투글리플로진, 15억원)와 큰 차이를 보였다.

대한당뇨병학회 이대호 학술이사(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당뇨병 환자 30~40%가 심장질환을 동반하고 있다. 이에 당뇨병 치료제로 허가받았지만 심부전, 신부전 등의 추가 적응증을 확보한 SGLT-2 억제제가 장점을 갖는 영역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뇨병 치료제에는 메트포르민, GLP-1, TZD 등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고 치료 성적도 좋다"며 "SGLT-2 억제제 신약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면 초기부터 심장질환을 염두해 두고 임상 디자인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효성 입증한 에나로이∙베오바, 각 치료영역서 선택지될까

에나로이는 저산소유도인자 프롤린수산화효소(HIF-PH) 저해제로, 적혈구 생성 촉진 호르몬인 에리트로포이에틴(erythropoietin, EPO)의 생산을 활성화하고 철 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인 헵시딘(Hepcidin)을 감소시켜 헤모글로빈 수치를 개선하는 신성빈혈 치료제다.

JW중외제약은 2016년 일본 기업 재팬타바코(Japan Tobacco Inc.)로부터 국내 개발 및 판권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국내에서 가교 임상3상을 통해 JTZ-951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해 지난해 11월 국내에 허가됐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신성빈혈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새로운 선택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일약품은 과민성 방광 치료제 베오바에 대한 국내 허가를 지난 11월 받아 올해 출시 할 예정이다. 베오바는 일본 교린제약에서 개발한 과민성방광 신약이다. 

해당 의약품은 방광의 베타-3(β-3) 교감신경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방광 배뇨근을 이완시켜 빈뇨, 배뇨 절박감, 절박성 요실금을 치료할 수 있다.  

회사 측은 기존 항콜린 계열 약물 대비 과민성 방광 치료 효과는 물론 장기복용 시 발생할 수 있는 구강건조, 소화불량, 눈물 감소 등의 불편 증상이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일약품은 앞서 자체 생산을 목적으로 임상 시험을 진행한 바 있다. 국내 20개 기관에서 과민성 방광 환자 210명 대상으로 가교 임상3상을 진행한 결과, 요절박, 절박성 요실금 등 위약 대비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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