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2023년 검은 토끼해인 계묘년(癸卯年)의 보건의료 화두는 단연 2022년 말 발표된 필수의료 지원대책과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일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8일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대책(안) 공청회를 통해 필수의료 지원 대책 방향을 밝혔다. 정부의 대책(안) 방향은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필수의료 보장성을 강화하고, 전국민이 언제, 어디서든 골든타임 내 중증·응급, 분만, 소아진료를 제공받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지역완결적 필수의료를 제공하고, 공공정책수가를 통한 적정 보상을 지급하면서, 충분한 의료인력을 확보하겠다는 기조다. 또 올해부터 중증·희귀난치질환, 중증응급 정신질환, 전문의료인력 희소분야에 대해 추가 지원을 위한 후속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번 지원 대책안에 주요하게 포함된 
응급의료에 대한 현장의 의견은 어떨까?

손쉬운 하드웨어 구축 정책은 보이지만, 응급의료를 담당하는 의료인 간 연계 및 협업을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는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대한응급의학과 최성혁 이사장(고려대 구로병원 응급의학과)은 권역심뇌혈관센터, 중중응급외상센터, 소아전문센터 등 하드웨어 확대에 따른 관련 전문인력 확보 방안이 부족하다며, 기존 외상센터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이사장은 “10년 전 많은 재정을 투입해 외상센터들을 건립했지만, 현재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 곳이 몇 곳인지 정부가 알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10년 동안 많은 재원을 투입해 하드웨어를 만들어 놓았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은 상황을 이번에도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응급의료는 정부가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안목으로 추진돼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접근법이 보이지 않는다”며 “하드웨어 구축만큼 각 전문진료과 의료진 간 협업과 응급의학 의료진의 처우 개선 등 소프트웨어 개선 방안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응급실 과밀화 및 권역응급센터 경증환자 분산을 위한 24시간 응급의료 클리닉 활성화 지원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 이사장은 “응급의료 전문의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경증 환자를 분산할 수 있는 24시간 클리닉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응급의료는 팀운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24시간 클리닉에서 적은 환자를 케어하더라도 운영될 수 있는 적정한 수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성준 응급의학회 총무이사는 최근 젊은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의 의견은 임금 인상보다 인력을 더 뽑아주기를 바라고 있다며, 당직을 혼자 서는 것보다 2명이 서는 것을 더 선호하고, 조금이라도 더 교대로 근무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박 총무이사는 “응급실도 선진국처럼 완전한 1인실이 아니라도 격벽을 세워 환자들이 안전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응급의료를 수련하는 전공의들의 임금에 대해서도 흉부외과처럼 정부가 일정부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응급의료에 대한 명확한 컨트롤타워와 함께 통합 응급의료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응급의료기금 일몰제도 폐지 및 교통범칙금 지원 한도를 기존 20%에서 30%로 상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필수의료 지원대책에서는 빠졌지만, 대학병원의 진료수익과 중증도분류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는 정형외과는 이번 지원대책에 대해 개선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고대구로병원 김학준 교수(정형외과)는 필수의료에 대한 개념부터 정립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며, 이번 대책의 주요 골자는 생명과 직결된 응급의료 분야라고 진단했다.

이번 응급 관련 질환 지원 대책이 응급의료의 대책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예를 들어 안과의 망막 박리는 응급의료에 포함될 수 있다. 망막 박리를 적기에 치료하지 못하면 실명으로 이어져 영구적인 장애가 발생한다”며 “소아 후두염 역시 응급의료다. 소아 후두염으로 기도가 막힌 소아는 사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필수의료를 특정 진료과로 한정하기 보다 질환별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학준 교수는 이번 정부의 대책이 지방에 전공의가 부족한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싶어하지만, 지방에서 수련한 전공의가 수도권으로 이탈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거 경북대의전원 등 지방 의전원 학생의 50% 이상이 수도권 학생들로 수련을 마치면 그들은 다시 수도권에서 개원 및 봉직의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필수의료에 대한 정의를 질환별로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시급하며, 관련 분야에 대한 수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진료권 세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지역완결적 필수의료 전달체계를 구상하고 있지만, 진료권 제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부 투자 대비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것이 김 교수의 전망이다.
김 교수는 “지방에 있는 국민에게 그 지역 의료기관에서 최종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면 반발이 클 것”이라며 “수도권에 친인척이 없는 사람이 없다. 국민 대다수는 수도권에 있는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필수의료 활성화를 위해 의료계만 대상으로 지원, 규제를 한다고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라며 “정책의 한 축인 국민의 의료이용에 대한 규제와 제한도 함께 이뤄져야 정책 효과가 발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완결적 필수의료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대·중·소 진료권을 확립하고, 진료권 이탈에 대한 엄격한 절차 구현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필수의료 정의에 대해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면 생명과 직결되거나, 영구적 장애 남을 수 있는 질환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정형외과는 중증외상이 있기 때문에 필수의료에 포함됐다”며 “정형외과는 전공의 지원이 기피 진료과에 비해 많이 들어오지만, 면면을 들여다 보면 슬관절 및 고관절 이외 진료 파트는 전공의 지원이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정형외과 속에서도 세부전공 분야에 따라 전공의 지원의 쏠림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형외과 중 경추 디스크를 수술하는 경추 유합술만 유일하게 10%의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나머지 진료분야는 최소 50%에서 최대 140% 마이너스 진료 수익을 보이고 있다”며 “정형외과가 현재 살아남고 있는 것은 비급여 때문이며, 급여 진료는 마이너스 수익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향후 몇년 뒤에는 정형외과도 현재 기피 진료과처럼 전공의 미달 사태가 올 수 있다”며 “소아 정형외과는 지금도 서울대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고대병원 이외 전국적으로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 교수는 “정부가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특정 진료과 지원이 아닌 모든 질환 중 생명과 직결되고, 영구장애가 남을 수 있는 질환에 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며 “정책의 파트너인 의료계와 함께 국민의 의료이용에 대한 관리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계에 대한 재정투입과 규제만으로는 의료소비자들의 풍선효과로 인해 과거 실패한 정책을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