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 2년차 최별이 전공의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보건복지부가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했지만, 의료현장은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반응이다. 

복지부는 분만 및 소아 진료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모자 의료전달체계를 산모와 신생아의 중증도, 위험도를 중심으로 개편해 안전한 분만과 치료를 도울 예정이다.

광역시를 제외한 전체 시군구에 현재의 분만수가 100%를 취약지역수가로 추가 지급하고, 불가항력 의료사고 관련 분쟁·보상과 관련된 산부인과 부담을 반영해 현재 분만수가 100%를 인적·안정 정책수가로 추가로 지급해 현재보다 3배의 수가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부의 산부인과 지원 정책에 대해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공의들은 어떤 반응일까?

산부인과 전공의 2년차를 보내고 있는 전공의는 정부 정책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공의로서 수련과 진료 업무만으로도 바빠 정부의 정책에 관심을 가지기 보다 환자 진료에 더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본지는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 2년차 최별이 전공의를 만나, 산부인과 전공의로서 생활과 생각을 들어봤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 2년차 최별이 전공의.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 2년차 최별이 전공의.

- 전통적인 기피과인 산부인과를 지원한 이유는?

관심 있는 분야 중 내가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고, 환자군 중 저와 잘 맞는 분야를 선택하게 됐다. 산부인과는 대부분 젊은 여성분들이 환자들로 구성돼 진료하면서 소통도 잘될 것 같아 지원하게 됐다.

산부인과가 전공의 기피과 중 하나인 것을 안다. 수련과정이 힘들고, 분만 관련 응급 상황도 많아 부담도 있다. 하지만, 최근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산부인과 영역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다. 관심이 있는 분야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산부인과 중 부인과 내분비학과 불임에 관심이 많아, 현재는 그 분야쪽으로 공부를 더 하고 있다.

- 산부인과 전공의로서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보통 전공의 1년차는 병동에 입원한 환자들을 담당해 전반적인 케어와 처방을 하고 있다. 

전공의 2년차는 수술이 있는 경우 8시에 출근해 수술방이나 외래업무에 참여하거나, 입원해 있는 산모들 초음파 검사, 항암치료를 하는 환자들의 항암제 용량을 결정한다. 전공의 2년차는 수술방에서 세컨드 어시스트를 서고 있다. 2주전부터 3년차 업무로 바뀌어 전반적인 치프 레지던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병동 환자들의 주치의가 아니라 한단계 더 높아져 수술실에서는 퍼스트 어시스트를 서고 있다. 또 부인종양 파트 환자들을 맡고 있다. 아직은 3년차 업무 경험이 부족해 환자들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려 7시 정도 출근해 1년차 전공의들과 환자 차트 리뷰를 하고, 8시 쯤 교수님께 보고한다.

9시~10시 사이 환자 혈액검사 결과가 나와 혈액검사 혹은 영상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중요한 부분은 교수님께 보고한다. 중간에 수술방에 갈 인력이 부족하면 수술실에 들어가 퍼스트 어시스트를 서고 있다.

전반적 환자 파악이 이뤄진 뒤 오후 4시~5시 정도에는 교수님 회진에 동행하고, 회진이 마무리되면 5시 경 환자들의 전반적인 상황을 보고드리고 일과를 마무리한다. 당직이 있는 날은 집에 가지 못한다(웃음). 당직은 월 8회 정도 서고,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 하루는 당직을 서고 있다.

현재는 전공의 4년차 선배들이 시험준비하는 기간이라 당직 일 수가 조금 더 늘었다. 오늘도 당직을 서고 왔다. 산부인과 당직은 다른 진료과와 비교해 쉽지 않다. 즉각적인 응급 상황이 많고, 응급 수술이 많다 보니 업무 로딩이 많은 것 같다.

- 수련기간 중 힘들었던 부분은?

산부인과는 응급상황이 정말 많다. 자궁파열이나 산후출혈 등이 심할 때는 상황이 급변하는 경우가 있다.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할 때가 많아 조금 무서울 때도 있다. 응급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대처가 무서운 것은 아직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 교수님들 감독하에 배우면서 경험을 쌓고 있어 조금씩 나아질 것으로 본다.
 
- 정부는 산부인과 지원대책으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해 전액 정부가 지원하기로 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의 이번 정책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그렇다. 전공의 수련만으로도 너무 바빠서 정부 정책에 관심을 가질 시간이 없다. 실제적인 정책 효과를 체감하지 못한다.

미숙아 또는 분만 비용 정책 등 환자분이 먼저 알고  질문할 때 우리도 인식하게 된다. 또 정부정책이 환자들에게 실현될 때 체감하고 있다.

아무리 우리 의료진이 환자들과 소통을 잘하고 치료를 잘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응급상황에서는 최선을 다하더라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정부의 지원 시스템이나 정책도 필요하지만, 환자분들의 인식변화가 있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필연적인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산부인과의 특성이다. 이런 사실을 국민들이 조금 더 이해해 주고, 인식이 변화된다면 의료현장은 조금 더 나아질 것으로 본다.

하지만 저를 비롯한 의료진으로부터 그런 일이 일어나면 환자들이 당황스럽고 화가 나는 것은 이해가 된다.

- 산부인과 전공의로서 체감하는 현실적 어려움은?

전공의는 전공의 특별법으로 보호받고 있으며, 수련병원마다 상황이 달라 한마디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전공의 대부분은 대학병원에 소속돼 있어 소형병원이나 2차병원에서 수련하는 전공의들의 어려움이 더 클 것이다.

응급상황에서 결과가 좋지 못했을 때, 환자들의 소송 제기 등이 어려운 점이 될 수 있다. 또 전공의 수련에 대한 보상이나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 

- 전공의 수련을 하면서 느낀 보람이 있다면?

아직직 수련 경험이 많지 않아 소개할 만큼 큰 보람을 느낀 것은 없다. 하지만, 분만했던 산모분들이나, 제가 주치의를 맡았던 암 환자분들, 수술했던 환자분들이 알아보시고, 잘 지내고 있느냐 물으실 때, 고맙다고 해주실 때 소소한 보람을 느끼게 된다.

- 어떤 의사가 되고 싶나?

세상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 성실한 전공의, 성실한 의사가 되고 싶다. 제가 있는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진료를 하는 의사가 되려고 한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