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발생 직후 서울·경기 DMAT 전부 현장 출동해 긴박하게 움직여
현장에서 DMAT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못해…병원 한 곳에 사상자 몰려

▲이태원 참사 당시 재난의료지원팀(DMAT)으로 서울대병원 서울중증환자공공이송센터(SMICU)가 현장에 출동했다. 
▲이태원 참사 당시 재난의료지원팀(DMAT)으로 서울대병원 서울중증환자공공이송센터(SMICU)가 현장에 출동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대응 과정에서 응급의료체계가 신속하게 가동했지만 컨트롤타워 역할에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응급의학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기됐다.

사건 발생 직후 서울·경기 재난의료지원팀(DMAT)이 전부 현장에 출동해 긴박하게 움직여 환자를 이송했고,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재난상황실에서 병원과 소통해 환자 분산도 적절했다는 평가다. 

다만, 의료적 판단이 중요한 재난 상황에서 DMAT 출동부터 현장 의료 대응까지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전문 의료진이 했다면 더 체계적으로 움직였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상황 실시간 모니터링…병원도 빠르게 대응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 서울·경기의 총 15개 DMAT이 현장에 출동해 환자를 이송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DMAT은 적절한 시간에 출동했고 응급의료체계 가동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평가한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한림대 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응급의료체계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재난 상황에 제대로 대처했다고 내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적절한 시간에 DMAT이 출동해 어수선했던 환자 분류와 이송 절차에 대한 정리가 이뤄졌다"며 "중앙응급의료센터 재난상황실에서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주변 병원에 환자를 이송할 수 있도록 준비했고, 병원들도 빠르게 대응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의료적 처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환자도 여러 병원으로 적절히 분산 이송했다는 평가다. 

대한응급의학회 송경준 수련이사(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의료적 처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환자들은 여러 병원으로 잘 분산해 이송했다"며 "응급의료체계 경험으로 봤을 때 재난 발생 시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환자에 대한 병원 배정은 크게 흠잡을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참사 직후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순천향대 서울병원 응급실에 이송된 82명 중 79명은 도착 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고 알려진다. 실질적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환자는 3명에 그쳤고 사망자들이 주로 이송된 것이다.

이 회장은 "순천향대 서울병원에 사망자가 집중돼 이송된 점은 아쉽다"며 "이번 참사는 사상자가 많았을 뿐만 아니라 교통이 원활하지 않았고 현장도 혼란스러워 초기 이송 과정에서 한 병원에 사망자가 집중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출동부터 현장 대응까지 총괄하는 의료진 컨트롤타워 필요

DMAT이 신속하게 출동했지만 재난 상황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에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로 인해 DMAT이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송 수련이사는 "DMAT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현장진료소를 어디에 설치할지와 어떤 업무를 해야 할지 정리되지 않았다"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소방당국이 의료 관련 모든 일을 결정해 지시할 수 없다. 규정상 보건소장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지만, 그 외에 DMAT 출동부터 현장 의료 대응까지 총괄할 수 있는 의료진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권역응급의료센터나 지역별 최상위 의료기관의 응급의료 담당자 등이 재난 상황 시 의료 관련 컨트롤타워를 할 수 있도록 역할을 위임하는 방법이 있다"면서 "또는 보건소장이 전체적으로 현장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현장 의료 대응은 응급의료 담당자에게 권한을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이 회장은 "재난 상황에서 소방서장이 현장을 지휘하고 보건소장이 의료 부분을 담당한다. 그런데 재난 상황에서는 의료적 판단이 우선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현장 의료 책임자가 보다 전문적인 사람이어야 한다. 의학적 판단이 가능한 사람이 의료 부분을 담당해야 재난 대응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밝혔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재난 대응 모의훈련, 보안점은?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재난 상황에 대비한 재난 대응 모의훈련을 지역 전체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현재 재난 대응 모의훈련은 권역별로 이뤄지고 있는데 지역 전체가 참여하는 훈련도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송 수련이사는 "지금은 서울시 동남권역, 서남권역 등 권역별로 보건소와 일부 응급의료센터가 참여해 재난 대응 모의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권역이 아닌 지역 전체가 대응해야 하는 재난 상황에 대비한 훈련은 거의 없을뿐더러 실제 진행하기도 어렵다"며 "지역 전체가 참여하는 훈련을 1~2년에 한 번이라도 시행해야 한다. 훈련을 통해 잘 작동하는 점과 부족한 점을 평가해 재난응급의료 대응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러 가지 재난 상황을 가정해 재난 대응 모의훈련을 하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로, 스포츠 경기, 쇼핑센터, 놀이동산 등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 준비해야 한다. 

이 회장은 "재난 상황은 모두 달라 최대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가정해 재난 대응 모의훈련을 해야 한다"며 "재난에 대비하려면 많은 연습과 준비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부족한 점은 짚고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내 현실에 맞는 재난 대응 매뉴얼 제정 위한 연구 필요

아울러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국가적 재난 대응 매뉴얼을 제정하기 위한 연구도 필요하다. 재난 유형별 위기대응 매뉴얼이 있지만 실제 국내 현실에서 실행할 수 있는지 평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 재난 대응 매뉴얼은 세계적으로 훌륭한 수준이지만, 실제 재난 상황에서 실행 가능한지 평가되지 않았다"며 "외국에서는 40~50년 전부터 재난 대응 연구를 수행하고 이를 근거로 매뉴얼을 만들었다. 우리는 이를 도입해 재난 대응 매뉴얼을 마련했기에 실제 국내 현실에 맞게 개정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려면 정부 지원이 필요하고 제정 과정에서 현장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게 이 회장 견해다. 

이 회장은 "재난 대응 매뉴얼 제정 연구는 개인이 할 수 없으며 정부가 연구에 지원해야 한다"며 "재난 대응 매뉴얼은 공무원들의 노력만으로 만들 수 없고,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개발해야 의미 있게 운용할 수 있다. 국내 상황, 의료기관, 지리적 특징 등을 모두 고려한 재난 대응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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