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마취통증의학회, 한국표준마취안전기준 제정 준비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12일 통합 제1대 기자간담회를 갖고, 환자안전을 위한 3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12일 통합 제1대 기자간담회를 갖고, 환자안전을 위한 3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비전문의 마취로 인한 의료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 알권리와 환자안전을 위한 마취실명제, 전문의 마취행위에 대한 별도 가산 수가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동안 이사장, 회장 이원체제에서 통합 회장 체제로 전환한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12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연준흠 회장(인제의대)를 비롯한 집행부는 마취환자 안전을 위한 방안 3가지를 제안했다.

의무기록과 보험청구 시 마취시행 의사의 면허번호 기입과 마취동의서에 마취를 시행한 의사 성명과 전문과목을 표기하는 마취실명제를 실시하는 것이다.

또, 마취분야에 대한 인력과 자원 투입을 유도해 최소환의 마취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신)포괄수가제도 수술 시 별도 마취료 산정이다.

세 번째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마취를 전담한 경우 전문의 마취 가산 수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학회의 입장이다.

박상진 홍보이사는 "환자의 안전한 마취관리를 위해 전문적 교육과 충분한 임상실습을 경험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마취를 시행해야 한다"며 "현재 수가체계는 환자안전을 위한 투자 및 고용을 방해하고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마취료 원가 대비 50% 수준

마취 의료사고 92% 비전문의 차지

마통과학회는 마취가 전문의가 아닌 의료인에 의해 많이 시행되는 이유에 대해 비현실적인 수가체계를 원인으로 꼽았다.

2016년 보고된 원가계산시스템 적정성 검토 및 활용도 제고방안 2단계' 연구결과에 따르면, 마취료의 원가 보전율은 72.7%에 불과했다.

집계가 불가능한 병원의 인적, 물적 투입을 고려한다면 실제 마취 수가는 원가 대비 5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학회의 판단이다.

그 결과,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고용에 의한 의료행위는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박 홍보이사는 "사망, 영구 장애 후유증 유발 정맥마취 관련 의료사고에서 비마취전문의 시행비율이 92.3%를 차지하고 있다"며 "병원급 의료기관 47.9%에서 마취를 담당하는 전문의가 없다는 통계에서도 잘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마취영역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중·응급, 분만 등의 필수의료 서비스 제공에 마취 부분이 필수적이며, 중중·응급, 분만, 소아진료는 대부분 종합병원급 이상에서 담당하고 있어 종합병원 지정 시 마취통증의학과 개설을 필수항목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중증·응급, 분만 분야 마취 인력이 부족해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추진하면서 마취통증의학과 인력부족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수의료서비스를 담당하는 의료기관의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의 충분한 충원 및 근무 여건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중증, 응급 고난도 수술과 소아, 분만 분야의 마취수가의 정상화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회 차원표준안전기준 인증 시스템 시행

마취통증의학회는 한국표준마취안전기준을 제정할 방침이다.

현재 마취 관련 의료서비스에 관한 적정한 기준은 제시돼 있지 않다.

이에 학회는 환자안전위원회를 구성해 전신마취나 수술을 위한 부위마취 과정에서 환자 안전을 위해 갖추어야 할 시설, 약제, 인력, 교육과정 등을 국내 의료기관의 규모에 맞는 기준을 제시할 계획이다.

향후 학회 차원의 정기적인 인증시스템을 시행해 환자에게 지속적으로 보다 안전한 마취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학회는 마취안전병원으로 인증하고 의료기관평가와 같이 2~3년 주기로 재인증 절차를 시행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표준마취안전기준은 전국 의료기관에서 위원들을 고르게 선임하고 마취적정성 평가 기준을 기본으로 해외사례까지 참조해 국내 상급종합병원부터 소규모 개인의원까지 모든 의료기관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할 예정이다

의료기관의 규모에 맞는 공간, 장비, 인력, 교육이수 등의 세부항목을 정하고 구체적인 맞춤형 환자안전표준마취 기준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마취통증의학회는 장애인 진료를 위한 마취통증 전문의 확보 필요성도 제기했다.

장애인 환자 진료는 일반 환자와 달리 의사소통과 협조가 안돼 진료 및 치료 과정에서 저항하거나 발작을 일으키기도 하는 등 비장애인 환자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진료 인력 외에 환자를 붙잡기 위해 3~5명의 인력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장애인 진료 영역 가운데 치과 진료 문제가 심각한데 치아 치료 이전 기초적인 구강 진료마저 몸을 심하게 버둥대거나 발작 증세를 보이는 등 개인 치과의원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학회는 현재 운영중인 권역장애인 구강진료센터 시스템을 더 확대해 시설 투자와 함께 진정이나 전신마취가 필요한 장애인 진료의 특성을 고려해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등의 의료인력을 우선적으로 충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수가 가산 최소 30% 이상돼야 

연준흠 회장은 "환자의 알권리를 위한 마취실명제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마취행위에 대한 가산 수가 지급은 시급하다"며 "원가의 50%인 수가에 대해 최소 30%의 가산이 제공돼야 원가의 80% 수준이 될 것"이라고 가산 수가 적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마취통증의학과는 1956년 대한마취의학과로 출발해 67년동안 마취와 통증, 중환자 진료의 전문화를 선도해 왔다.

현재 7000여 명의 회원과 7개 지회, 16개 세부전공학회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11월 4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2022년 아시안·오스트랄라시아 마취통증의학 국제학술대회(AACA 2022)를 공동 주관했다.

AACA 2022는 한국을 포함, 총 44개국 약 3700명이 참가했으며, 이 중 820여명이 해외에서 참가해 국제 학술대회 위상 맞는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마취통증의학회 대표 학술지인 Korean Journal of Anesthesiology (KJA)는 2021년 JCR (Journal Citation Reports)의 승인을 받아 마취통증의학 분야의 SCIE 학술지로 등재됐다. 

마취통증의학회는 미국마취과학회와 유럽마취과학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3대 학술대회를 발돋움하고, 학회 학술지인 KJA가 세계 3대 학술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학회는 오는 11월 9일부터 3일간 서울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제100차 KSA 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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