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일약품 화재로 에르도스테인 성분 감기약 품귀 현상
원가∙수입의존도 지속 상승세…정부 지원책 절실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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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최근 국내서 일부 완제의약품의 원료 공급이 어려워짐에 따라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어 정책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9월 화일약품 생산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감기약에 사용되는 에르도스테인 성분이 일부 업체에게 공급이 중단돼 품절 이슈를 겪는 의약품이 증가하고 있다. 또 원가 상승 등으로 인해서도 완제의약품 생산을 중단하는 제약사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업계는 원료 부족을 겪는 의약품들은 소수에 불과하다면서도, 지속적으로 정부에 요구했던 정책들이 미진하게 반영되고 있다는 점에는 다수가 결을 같이했다.

 

원료의약품 생산 업체 수 급감

공장 화재∙원가 상승 등으로 공급 차질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6월까지 생산·수입·공급이 중단됐다고 보고된 완제의약품 567개 중 31개가 원료 수급 문제로 공급이 중단됐고 이 중 17개는 국가필수의약품이다.

또 지난 3년간 국가필수의약품에 해당하는 원료의약품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서류를 제출한 사례가 120건이었는데 해외 원료 수입, 생산성 등이 문제로 지목됐다.

최근 5년간 평균 28% 수준에 그친 낮은 원료의약품 자급률 탓에, 2017년 77.6%를 보이던 완제의약품 자급률은 점차 낮아져 2021년에는 60.1% 수준에 그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원료 의약품을 생산하는 국내 업체 수는 2011년 371개 회사에서 2020년 272개로 99개 줄었다. 같은 기간 원료의약품 수입액은 19억 8148만달러(약 2조 7592억원)에서 22억 2616만달러(약 3조 999억원)로 늘었다.

이에 국내서 원료의약품 자급화를 지속 주장하지만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원료의약품은 화평법, 화관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각종 규제와는 밀접하지만 완제의약품과 달리 원료의약품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모두 의약품 제조 목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절차 및 등록 비용 증가, 품질 기준 준수를 위해 투여되는 시간과 비용 등은 원료의약품 제조 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국내 원료 공급사에서 이슈가 터지면 곧바로 완제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약사에 공급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9월 화일약품 공장 화재로 진해거담제 주요 성분인 에르도스테인과 클렌부테롤염산염원료가 생산에 차질을 빚게됐다. 특히 에르도스테인 성분 진해거담제는 재고가 거의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도스테인 성분을 가진 진해거담제 중 품절 현상을 빚고있는 품목은 대원제약의 엘스테인캡슐을 비롯해 마더스제약 렘피드캡슐, 셀트리온제약 에리텐캡슐, 아이큐어의 엘스타캡슐 크리스탈생명과학 엘도캡슐 등이다.

대형약국에 근무하고 있는 한 약사는 “에르도스테인 성분 진해거담제는 거의 전 제품이 품절됐다”며 “추가 공급 일정에 대해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화일약품에서 해당 성분을 공급받는 업체는 생산이 어려워져 현재 생산처를 바꿔야하는 상황에 놓여져 있다. 해외서 수입을 고려하는 업체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또 수입업체의 공급 중단으로 인해 유한양행의 임듈지속정(이소소르비드일질산염)이 생산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다림바이오텍은 원료의약품의 원가 상승 등의 이유로 프레미나(에스트로겐)에 대한 공급 중단을 결정하며 국내에서 완제의약품 생산에 차질을 빚는 회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결국 자생이 답인데…지원 정책은?

국내에서 원료의약품 공급의 자급화 등 원할한 공급을 위한 개선방안에 대한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표출돼 왔다.

특히 업계는 약가 우대에 대한 쟁척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펼쳐왔다. 완제의약품 개발사 혹은 자회사에게 주는 1년간 약가 우대 정책으로는 국내 원료의약품 생산을 활성화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해 모든 국내 원료의약품에 대한 우대가 필요하다는 점에 목소리를 높였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권 대비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현재 지원되고 있는 완제의약품 수준의 재정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 9월 보건복지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복지부는 혁신형제약사 선정과 자사 생산 원료 사용 여부를 따져 약가를 68%까지 우대하고 있어 우대 범위를 확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밝혔다. 특히 건보재정이 한정적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또 원료의약품 국내 생산 활성화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된 의약품에 대해 정책적 지원을 실시하겠다고 말했지만 가시적인 정책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특히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된 511개 품목을 우선 지원하겠다며 생산기술을 개발해 공급까지 진행 하겠다는 기업이 있다면 허가 및 행정적 지원도 나설 것이라 했지만 피부에 와닿는 수준의 정책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원료의약품의 해외의존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국내 업체들의 원료의약품 수입 의존도는 중국 35.4%, 인도 10.8%, 일본 10.6%로 특정 국가 세 곳에서 절반 이상을 기대고 있다.

특히 미국 행정부가 바이오 의약품의 자국 내 생산을 늘리기 위한 행정명령을 발의하는 등 중국기업에 대한 제제를 가할 방침으로 알려져 대중 원료의약품 수입 의존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지속되고 있다.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중 무역을 제제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발의한 상황에서 중국 업체의 원료의약품 의존도는 지나친 수준”이라며 “자원의 한계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업계가 일관적인 목소리를 내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부측에서 다시 한 번 숙고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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